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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Aug 04. 2024

우남 중앙도서관

24.06.08_UNAM Central Library

위치 : 멕시코시티 (Escolar S/N, C.U., Coyoacán, 04510, CDMX)

설계 : Juan O'Gorman

준공 : 1948 (설계기간 : 1944-1945)

연면적 : 16,000 sqm

용도 : 도서관 (문화 및 집회시설)


우남 중앙도서관 전면 (출처 : Archdaily)

우남 중앙도서관은 우남 현대미술관과 함께 멕시코에서 꼭 가보아야 하는 건물에 항상 올라와있다. 독특한 입면으로 인하여 대학교의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내부 공간은 어떨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물이었다.


우남 중앙도서관은 학부 건물이 모여있는 북부캠퍼스에 위치하고 있고, 에스튜디오 CU(Estadio CU) 역에서 600m 떨어져 있어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길을 건널 때부터 평지에 우뚝 솟은 두세 개의 건물이 있고, 강렬한 색감에 보자마자 중앙 도서관을 찾을 수 있었다.

우남 중앙도서관의 첫 조우

짙은 색감, 섬세하게 그려진 타일 벽화를 살펴보며 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정면, 동측면, 서측면, 배면 모두 멕시코의 특정 시기에 대한 상징과 의미가 있는 벽화이다. 정면에는 식민지 시대의 멕시코를 주제로 스페인의 침략과 그 이후의 사회적 변화를 묘사하고, 동측면에는 현대의 멕시코를 주제로 기술과 산업화가 가져온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서측면에는 우남 대학교 및 멕시고 교육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고, 배면에는 프리히스패닉 시대의 멕시코를 주제로 고대 문명과 그 상징을 그렸다. 즉, 프리히스패닉 시대, 히스패닉 시대, 현대, 그리고 교육이라는 주제를 건물에 투영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설명을 찾아보고 간 터라 각 면의 차이점을 살펴보며 건물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가는 날이 졸업식을 하는 날이어서인지 도서관 앞에 학사모를 쓴 학생이 정말 많이 있었다. 도서관 앞에 드넓은 잔디밭 광장에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이 건물이 우남대학교 학생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처음 자리로 되돌아와 중앙도서관을 전체적으로 감상하고 내부로 진입하였다. 오기 전에도 건물 외부 사진만 보았기에 아직까지 내부에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다만 전체가 타일로 뒤덮인 입면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부 창은 어디 있을까, 창이 없으면 인공조명으로 모든 빛을 밝히고 있을까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이동 중에 처음으로 포디움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 안쪽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였고, 그 위로 석재타일 7겹이 쌓여있었다. 갑자기 독특한 색감의 석재타일이 있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나의 장식이겠거니 생각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남 중앙도서관 입구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예상치 못한 장면에 정말 놀랐다. 입구에서 보았던 석재타일로 인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공간이 나타났다. 하나의 데코레이션이라고만 생각했던 석재타일은 공간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세기에 따라 미묘하게 공간의 색감이 변하고 있었고, 공간에 색감을 덧칠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에 들어가서야 왜 유리 위쪽으로 노란색 석재타일이 배치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앉아서 공부를 책상에 직접 들어오는 직사광선은 석재타일을 지나며 반사광만 통과를 하게 되며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아래쪽 창으로 들어온 직사광선은 책상 아래쪽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잠깐 바깥을 바라볼 때 시야가 막히지 않도록 유리 부분을 유지한 것이다. 기능적인 측면에 따라 창을 나누어 디자인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1층 열람실
1층 열람실 테라스로 나가는 부분

그렇게 1층 포디움에서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일정시간을 보내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상층부로 이동하였다. 1층 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지만, 주말이라 6층부터 개방을 한다고 되어있었다. 다시 6층으로 내려가서 홀에 도착하였다. 홀에서 본 도서관 자료실은 정말 오래된 도서관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공간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며 자료실 안쪽으로 진입하였다.

1층 홀 / 6층 홀

자료실은 정말 70-80년대 우리나라 도서관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 도서관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48년에 지어졌지만 외관의 독특함과 1층의 예상치 못한 공간에 비하면 그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창은 어떻게 디자인되었는가 하는 점 역시 아주 작은 창 몇 개만 존재할 뿐이었다. 창이 적다 보니 시야가 막혀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기가 잘 안 되어 탁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공간의 질이 낮아서 1층에 비해 공부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적었다. 정말 자료가 필요한 친구들만이 찾아올만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6층 자료실 양쪽을 둘러보고, 매 층이 같은 평면을 하고 있을 것이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인상 깊었던 열람실을 둘러보고 건물 내부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도서관 6층 자료실 / 자료실 창문

밖으로 나와서 건물을 한 바퀴 더 돌아보았다. 여전히 인상적이었던 외관은 내부를 보고 나서 아쉬움으로 변했다. 대학교에 상징적인 건물을 짓기 위해 내부 공간의 질을 희생시킨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했다면 기능이 없는 타워나 파빌리온으로 대체하고, 공부하는 공간의 질을 충족시키는 방향이 더 나을 것 같아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적고 보니 서울대학교 입구의 '샤' 구조물은 기능이 없지만 그 상징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배면부 / 배면부 포디움
동측면부
우남 중앙도서관 전면과 잔디 광장

그럼에도 잔디광장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중앙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마지막 순간을 남기고 있는 장면을 보며 건물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약간의 항변을 덧붙이자면 건축에서 공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도 근대 이후이다. 그 이전에는 건축이 벽화를 그리고 장식을 매다는 배경으로의 역할도 무척 중요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중앙도서관은 내부 공간보다 광장과 함께 공동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중앙도서관에서 보여주는 장점은 다른 관점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건축가는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일정 부분을 희생하더라도 그 목적에 충실한 방향성이 현대건축에서 말하는 콘셉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부분을 충족시키다 보면 아주 평범한 건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보면 이 건물은 충분히 좋은 건물이라 생각된다고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며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중앙 도서관 전면

<참고 도면 및 자료들>



#세줄 요약

- 상징적인 회화를 건축 입면에 적용 (건축에서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파사드의 역할)

- 빛을 만난 석재타일로 인한 독특한 공간

- 광장과 함께 공동의 기억을 간직하는 상징적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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