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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Jun 17. 2024

후멕스 뮤지엄

24.04.07_Jumex Museum

위치 : 멕시코시티 (Blvd.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303, Granada, Miguel Hidalgo, 11520, CDMX)

설계 :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Feat, 아모레퍼시픽본사 설계자)

준공 : 2013 (설계기간 : 2009-2011)

연면적 : 4,000 sqm

용도 : 뮤지엄 (문화 및 집회시설)


후멕스 뮤지엄 전경 (출처 : Davidchipperfield)

멕시코에서 뜻하지 않았던 건물을 발견하였다. 소우마야 뮤지엄을 가다가 마주친 건물이 후멕스 뮤지엄이었다.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 조형적으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던 건물인데 멕시코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다음날 바로 후멕스 뮤지엄을 답사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한 달이 지나서야 답사를 하게 되었다.

후멕스 뮤지엄 스케치 (출처 : Archdaily)

후멕스 뮤지엄은 폴랑코(Polanco) 역에서 2km 떨어져 있기에 30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폴랑코는 멕시코 시티의 고급 지역으로 주거, 상업, 문화 중심지이다. 소우마야와 후멕스 뮤지엄뿐만 아니라 고급 상점, 레스토랑, 카페가 밀집해 있고, 주변에 명품 브랜드들이 있는 곳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은 지역이라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후멕스 뮤지엄은 심플하지만 강력한 형태를 뽐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포인트로 지루하지 않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중력을 거스르는 듯 한 볼륨과 톱날지붕은 어느 방향에서도 조형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후멕스 뮤지엄의 실제 전경

먼저 다양한 각도에서 건물 전체를 살펴보고, 계단을 올라 기단부에 진입했다. 기단부 바닥도 같은 트래버틴 재료로 마감하여 전체를 통일성 있게 계획하였다. (다만 바닥은 입면 재료보다 내구성이 튼튼해야 하기에 후가공 처리를 다르게 한 것처럼 보였다.) 

기단부에서 미술관 입장을 기다리며 파사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장 아랫부분은 콘크리트로 받쳐주어 하나의 건물이 마무리가 되는(몰딩 같은 효과)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50센티가 튀어나온 아랫부분까지 트래버틴으로 마감을 하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돌덩이 같은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코너부를 살펴보면 돌을 45도로 깎아서 이어 붙였다. 모형을 만들 때에도 품이 많이 들어서 잘하지 않는 디테일인데 실제 건물에서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이런 섬세함이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파사드 부분샷
파사드 확대샷

이후 파사드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니 콘크리트 부분을 연장하여 내렸다. 공간적 관점에서 1층 층고가 높다 보니 콘크리트 부분을 연장하지 않으면 필로티 부분의 높이가 너무 높아지고, 이를 통해 파사드 안쪽 공간이 열린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콘크리트 부분 연장을 통해 파사드 안쪽 부분을 아늑하게 만들었고, 반외부이지만 내부에 가까운 공간을 계획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파사드의 관점에서 트래버틴의 크기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콘크리트를 연장하여 길이를 결정했을 것이다. 

파사드 안쪽 부분

그렇게 파사드 안쪽으로 들어와서 거대한 나무 문을 지나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4.5m 정도 되는 천장고이지만 유리가 한 판으로 계획되어서인지 무척 투명해 보였고, 내외부가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리고 커다란 유리를 지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주 얇은 멀리언이 눈에 띄었다. 특수한 상황에서 디자인된 멀리언 또한 섬세한 설계 과정을 증명하듯 깔끔하게 디자인되었었다.

후멕스 뮤지엄 입구
독특한 십자형 멀리언

내부로 진입하고 나서 가장 놀란 점은 박물관 동선이었다. 기본 동선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가고,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고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독특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나면 수십 명이 최상층으로 함께 이동하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장소 / 거대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톱날지붕이 있는 최상층(4층) 공간은 어떨까 무척 궁금했다. 뮤지엄의 최상층은 항상 빛을 어떻게 들여오느냐가 중요한 디자인의 과정인데, 톱날지붕은 그 기대를 증폭시키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먼저 채광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톱날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으로 독특한 빛의 효과를 기대했었는데, 자연채광으로 일정한 빛의 밝기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인공조명을 통해 작품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물론 직사광선은 작품을 손상시키기에 간접광을 통해 일정한 빛의 밝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층과는 다른 공간적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여준 톱날지붕의 중요도를 생각해 보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간적 관점에서 톱날지붕은 내부에 관입하여 새로운 패턴과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층 전체를 사용하는 공연이나 거대한 작품이라면 다양한 지점에서 다른 깊이감으로 느껴지는 공간이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고정된 회화나 소규모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써는 공간과 작품의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최상층 톱날지붕 내부

최상층의 공간과 전시를 살펴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여기서 의외의 멋진 건축요소(계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뮤지엄에서 층과 층을 자연스럽게 이으면서 전시의 흐름을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후멕스 뮤지엄에서 동선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각형 돌음계단을 통해 마치 램프를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듯한 계단을 디자인하였다. 재료는 여전히 바닥을 트래버틴으로, 레일은 검은색 철판으로 디자인하여 마치 예술작품 같은 보는 듯했다. 어찌 보면 협소한 계단실로 인해 모든 층이 단절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었지만, 계단실을 멋지게 디자인함으로써 오히려 건물의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계단실

기분 좋은 계단실을 감상하며 3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계단실과 더불어서 외부에서 자세히 보지 않았던 베란다 부분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3층에 진입하자마자 작품보다 베란다 뒤쪽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엄이라고 하면 작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후멕스 뮤지엄은 도시 풍경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관람객 중에도 작품이 아니라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3층 내부에서 본 베란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도시 풍경

그리고 3층에서 인상적이었던 또 한 가지는 코어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소우마야 뮤지엄에서 최상층이 거대한 수평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코어가 최상층 바로 아래까지만 계획되었기 때문이었는데, 후멕스 뮤지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건물이 계획되었다. 주 코어가 아닌 부 코어는 최상층 바로 아래까지만 계획하여 최상층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3층에서는 부코어가 작품을 전시하는 벽으로 활용되었다. 그렇게 내부와 외부의 적절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3층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3층에서 새롭게 나타난 부 코어

3층 전시를 둘러보고 다시 계단실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갔는데, 3층보다 더 투명한 공간이 나타났다. 앞 뒤로 위치한 코어부를 제외하고 양쪽이 유리로 열려있고, 내부공간을 둘러싸고 베란다가 계획되었다. 짧게 내부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베란다로 나가서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대지모양에 따라 형성된 사다리꼴 매스는 내부 사각형 평면과 만나서 독특한 이형 베란다를 만들어내며 계속 변화하는 평면 구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네 면에 뚫려있는 거대한 창은 거대한 프레임을 형성하며 다양한 각도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도시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였다.

2층 전시공간
이형 베란다
베란다에서 본 도시 풍경


그리고 베란다에서 자세히 살펴본 모서리 부분과 코너 부분의 돌이 45도 각도를 이루며 맞물려있었다. 이렇게 45도 각도로 만나는 돌 시공으로 인하여 외부에서 돌의 두께가 드러나지 않고 돌과 줄눈만 보이며 하나의 덩어리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은 오픈조인트로 시공하여 더 깔끔한 마감을 보여주었다. 외부에서도 느껴졌지만, 가까이에서 보이는 섬세한 시공과정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모서리를 45도로 깎아서 시공한 모습

2층을 둘러보고 1층을 건너뛰어 지하로 곧장 내려갔다. 지하에는 화장실과 작은 상설전시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돌 패턴. 마치 어떤 돌 패턴이 바닥재료에 어울리는지 연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색감, 패턴을 가진 돌이 일렬로 나열된 모습에서 지상의 전시공간과 독립된 전시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 유일한 화장실은 대리석으로 시공되어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정말 지하 화장실까지 섬세한 디자인을 해낸 모습에서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특징을 잘 들어낸 건물처럼 보였다.

지하 1층
지하1층 화장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층으로 올라왔다. 1층은 입구, 기념품샵, 카페가 배치되어 있다. 카페는 외부에서만 진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내부에서 갈 수는 없었기에 기념품샵을 돌아보았다. 이곳 역시 후멕스 뮤지엄에 대한 책이나 엽서보다는 예술작품에 대한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1층 로비에서 본 입구

조형적으로 인상적인 건물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답사를 하였는데, 톱날지붕의 강렬함 대신 계단실, 베란다, 섬세한 디테일 등이 인상적이었던 건물이었다. 특히 뮤지엄이란 공간이 내부작품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를 관망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개념의 전환이 흥미로웠다. 베란다를 통한 도시 풍경의 개념은 뒤이어 지어지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더욱 강조되어 설계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었다. 연관성 없이 느껴졌던 멕시코의 후멕스 뮤지엄이 서울의 아모레퍼시픽과 개념적인 연장선상에 있으며 서로를 연결시켜주고 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 달리 외부마감의 관리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소우마야 뮤지엄의 알루미늄도 오염이 많이 되었다고 느껴졌는데, 후멕스 뮤지엄은 더 심각했다. 이로 인해 건물 자체제 집중되지 않았던 점도 아쉬웠고 건축을 할 때 유지관리에 대한 생각도 함께 고려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오염이 많이 된 건물 외관



<참고 도면 및 자료들>

1층 평면도 (출처 : DavidChipperfield)
2층 평면도 (출처 : Archdaily)
3층 평면도 (출처 : Archdaily)
4층 평면도 (출처 : Archdaily)
단면도 (출처 : Archdaily)



#세줄 요약

- 인상적인 조형과 덩어리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섬세한 디테일

- 독특한 전시 관람 동선

- 도시와 관계를 맺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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