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살면
우리 주변의 화초조차도 환경인 습도, 조도, 온도와 물, 양분, 흙, 화분이 바뀌면 비실거리고 잘 살아남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가 자라난 환경에서는 아주 쉽게 성장하고 번식하게 되어있다. 심지어 풀꽃 하나도 이럴지 언데 사람이 살아갈 때 환경이 극도로 바뀌거나 어려움에 대한 처지법이 달라지면 그 영향은 얼마나 클지 생각해 본다.
여기저기 10년간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나의 집, 새로운 땅을 찾아 이민 다니며 타지에 뿌리를 내려보려던 노력들. 맘같이 잘 풀리지 않던 삶. 언어도 안 통하고 음식도 맞지 않던 곳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나의 오래된 조상들이 단단히 다져놓은 곳에서 편하게 지내는 건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에도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
방바닥이 뜨끈뜨끈한 온돌에 몸을 지지는 일도, 전통 시장에서 꾸릿꾸릿한 냄새를 맡으며 3개 만원 하는 이름 모를 나물 반찬을 사 먹는 일도 이게 뭐라고 영혼을 충만하게 한다. 또 최근엔 허리가 고장이 나서 심각히 아팠다. 일반(서양식) 병원에 갔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한의원으로 가서 침과 부항을 좀 맞았더니 괜찮아졌다. 처음 맞아 보는 침에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었지만 효과가 꽤 좋아 마녀술(witchcraft)라던가 정제된 환경에서 흰 가운을 입고 진료 보는 서양화된 의료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온찜질, 적외선 그리고 테이핑까지 정성스럽게 해 주시는 한의사선생님을 보며 상담을 10초 만에 끝내버린 서양 병원을 미워하기도 해 본다. 한의학을 처음 접하며 난 정말 한국인의 몸을 가졌구나 새삼스레 놀라며 어렸을 때 보던 드라마 허준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