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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Mar 07. 2022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홀리는 마성의 117분

[리뷰]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홀리는 마성의 117분

영국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비극을 그린 영화 ‘스펜서’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한때 ‘발연기’의 대표주자로 불릴 정도로 조롱을 받았지만, 이제는 어엿한 연기파 배우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이애나를 연기했다.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많은 국내 관객들은 영국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이야기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할 터다. 그가 어떤 이유로 영국 왕실과 척을 졌는지, 무엇을 힘들어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큰 관심이 없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를 향해 평민이 왕자와 결혼했던 현대판 신데렐라가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다이애나를 모른다.

때문에 영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는 그런 국내 관객들에게 조금 낯설거나 어쩌면 당혹스럽기 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애나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배경 설명을 건너뛰고 그의 심적 고통 자체에 집중한 이유다. 영화는 다이애나가 폭식증이나 거식증에 걸리게 된 이유, 왕실 어른들에게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이유 등을 설명하기보단, 그가 겪었던 통증 그 자체를 시각화 하기 위해 애썼다.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그렇기에 당연히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라면 ‘스펜서’가 지루할 공산이 크다. 호화로운 왕실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고작 파파라치와 왕실의 전통이 무겁냐며 되레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영화의 이야기도, 연출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조차도 관객에게 이야기를 통해 설득하려 들진 않는다.

그러나 다이애나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면, 구태여 그의 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관심이 있었던 관객이라면 ‘스펜서’는 그야말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필름의 거친 질감과 귓가를 끊임없이 간질이는 음악, 효과음, 다이애나의 심연을 파고드는 듯한 집요한 카메라의 움직임, 무엇보다 117분이라는 러닝타임 전체를 꽉 채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압도적인 연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켜쥔다.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화려한 별장에 모인 왕실 사람들과 다이애나, 그의 아이들을 비추는데, 웅장한 별장은 마치 다이애나를 짓누르듯 무겁고, 인간 보다는 기계의 그것에 가까운 왕실 사람들의 움직임은 기괴하다. 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춤추고자 하는 다이애나의 슬프고 고약한 표정은 설사 관객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일지라도 여지 없이 납득시키고, 공감케 한다.

아름다운 궁정의 모습도, 화려한 왕실 생활도, 누구나 바라 마지않는 찬란해만 보이는 삶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다이애나를 거치니 종이 인형처럼 영혼이 없어 보인다. 허울 뿐인 화려함과 자신만의 삶이 없는 피폐함이 왕궁을 휘감고 공기처럼 떠돌아다닌다. 역사와 전통으로 불리는 권위와 아집의 결정체로부터, 광기에 휩싸인 끊임없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다이애나는, 그리고 우리는 홀린 듯 도망치게 된다.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요컨대 이제는 ‘발연기’로 불렸던 과거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탁월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117분의 런닝타임을 가득 채운 작품이다. 오롯이 다이애나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기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역량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던 작품이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의 요구 그 이상을 해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오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이미 수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매료시키며 여우주연상을 여럿 수상한 그가 오스카의 영예 역시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기본정보

영화 ‘스펜서’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영화 ‘재키’의 연출을 맡았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카메라 감독을 맡았던 클레어 마통이 합세해 아름다운 색감과 영상미를 구현해냈다. 영화의 의사은 ‘작은 아씨들’, ‘미녀와 야수’, ‘안나 카레니나’, ‘어톤먼트’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해 오스카 의상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재클린 듀런이 담당했다.


개봉: 3월 16일/ 관람등급: 12세관람가/감독: 파블로 라라인/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수입: 그린나래미디어㈜/배급: ㈜영화특별시SMC/러닝타임: 11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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