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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포도 Nov 01. 2024

포도

어릴 때 부터 나는 적당히 불행하고 우울했으며 평범하지만 분명히 밝지는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행복하지 않으니까 내 삶의 끝은 분명 자살일 거라고. 건방지지만 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비겁하게도 죽기 위한 적당한 핑계가 필요했고, 어쨌든 몇 번의 엉성한 시도도 여러 번 해 봤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죽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모두 실패했다.

사실 나는 비겁한 사람이다. 나는 죽는 것 보다 죽지않고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거나...그보다 우습게도 아픈게 무서웠다. 나 힘들어요 알아주세요 실컷 하면서 죽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우울함과 외로움을 핑계로 개를 키우게 됐다.

조그맣고 나만 사랑하는 생명체. 처음엔 그냥 신기하고 애정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귀여웠다.

강아지의 사랑은 무결하다.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무한한 사랑이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왜 본인의 성까지 부여하면서 가족 취급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동물을 키우고, 사랑하게 되었다. 포도.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가족,  작은 나의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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