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어떤 가족 07화

7. 산은 산이요, 똥은 똥이로다

오늘도 똥줍하며 엄마 생각을 한다

by Skylar

자기 새끼는 똥도 예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엄마는 나와 동생을 낳아 키울 때 우리가 싼 응가 냄새도 싫지 않았다고 했다. 혜리와 타니와 단풍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내 자식같이 소중한 존재라서, 나는 나도 이 아이들의 똥냄새가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똥은 어디까지나 똥이었다.


혜리와 타니를 만나고 무려 2년 반이 흐르도록, 나는 이른바 똥줍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나를 향한 J의 배려였다. 그렇기에, 강아지 똥에서 당연히 냄새가 날 거라는 건 알아도 그게 나를 힘들게 한 일은 없었다.


혜리와 타니는 집안에서 배변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실외배변견'이다. 처음 산책을 함께 나가 강아지 똥을 본 날, 나는 기함했다. 4kg가량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집의 혜리가, 똥은 호랑이 똥만 한 걸 쌌기 때문이다. 타니는 '은폐 엄폐'의 본능이 있는지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곳에 배변 활동을 하지만, 혜리는 장부도 이런 대장부가 따로 없다. 내가 싸고자 하는 곳이 곧 화장실인 거다. 길가에 당당하게 싸놓은 혜리의 똥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어릴 적 만화에서 본 '그림 똥'이 현실을 많이 반영한 거란 걸 깨닫기도 했다.


그러다 단풍이라는 막내가 생기면서 내가 직접 똥을 치울 일들이 생겼다. 우리 집 문제아 단풍이는 첫 똥부터 문제적이었다. 당시 혜리와 타니에게 실내 배변 훈련을 시켜보고자 작은 인조잔디 매트를 사놓았는데, 아기 고양이가 어찌 알았는지 거기에 첫 배변을 했다. 건 참 기특한 일이었지만 똥의 질감과 냄새는 끔찍했다. 밖에서 대체 뭘 주워 먹고살았는지 단풍이 똥은 마치 왁스처럼 찐득하게 인조잔디에 눌어붙었고, 냄새도 형용하기 어렵게 지독했다. J는 이미 출근한 뒤였고, 아기 고양이를 넣어둔 방의 위생을 책임질 사람은 나뿐이었다. 입으로만 숨을 쉬며 인조잔디 매트를 닦고 독가스를 내뿜는 그 똥을 버리면서 나는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이 일을 어떻게 매일 하지?'라고 남일처럼 생각했다. 그렇게 매일 고양이 똥을 치우는 일은, 곧 내 일이 되었다.


다행히, 집안에서 제대로 된 사료와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단풍이도 형태와 질감이 대략 똥 같은 똥을 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의 상태가 나아졌다고 해서 냄새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아무리 단풍이에게 정이 담뿍 들어도 똥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단풍이도 제 똥냄새는 싫어해서, 화장실 청소를 제 때 해놓지 않으면 고래고래 민원을 제기한다.


"아이고 냄새~ 단풍이 똥냄새~ 똥냥이 똥똥똥~"


플라스틱 삽으로 두부모래를 뒤적거리며 단풍이의 배설물을 치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진다. 냄새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집사의 푸념 반, 탄식 반이다. 단풍이는 멀찍이서 쳐다볼 뿐이다.


혜리와 타니가 'J의 강아지'가 아니라 '내 가족'이 되면서부터는 내가 강아지 똥도 치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산책길 똥줍은 J가 도맡아 하는 편이지만, 내가 혼자 산책을 시킬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책과 똥줍을 하고 돌아오면 단풍이가 달려 나와 똥츄(강아지 배변봉투)에 코를 박는다. 강아지 언니오빠의 건강상태를 검사하겠다는 듯 그러고 있는 걸 보면 웃음이 난다. 하지만 똥츄에서 올라오는 냄새에는 웃음이 나지 않는다. 혜리와 타니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15살이나 된 혜리가 야무지게 큰 똥을 싸는 게 세상 제일 기특한 일이지만, 그래도 똥에서는 똥냄새가 난다.


아이들의 똥 치우기가 괴로운 건 내 사랑이 부족해서일까, 하고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애써 생각하기를, 똥은 똥일 뿐이다. 향기로웠을 리가 없는 똥마저 기꺼이 치워주시며 초월적 사랑으로 나를 키운 내 부모님에게 감사할 일은 나의 또 다른 평생 과제인 거다. 그러니 우선은 오늘도 내 앞에 주어진 이 아가들의 똥을 잘 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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