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우 Feb 26. 2023

퇴직 후 4년을 돌아 보다

수필

퇴직 후 4년을 돌아 보다    

 

   추운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 겨울을 늘 힘들게 보낸다. 평소에는 건강하다가도 겨울이 시작되면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감기부터 하는 체질이다. 그래서 오히려 여름이 지내기 수월하다. 당연히 봄과 가을은 지내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이렇듯 사 계절에 따라 몸의 상태도 변하듯 우리들의 마음의 색깔도 달라진다. 어제 오늘 다르고, 봄 다르고  여름 다르고,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그렇게 변화면서 나이의 숫자가 많아지고, 마음의 크기가 커지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반복하며 산다. 일상의 반복의 재미없음을 알기에 일찍이 조상들은 세월에 매듭을 지어, 새로움을 만들어 희망을 가슴에 싹 틔우기도 한다.  

   

  올해는 우리 나이로 61세 환갑이 되는 해이다. 작년에 첫 손녀가 태어났다. 새 생명의 시작이다. 새로움은 희망이고 무한한 가능성이다. 손녀는 벌써 돌이 지나서 두 살이다. 손녀가 태어날 때는 눈만 깜빡거리더니만 이제는 엄마라는 말 한 마디로 의사표현을 다하고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하면서 잘 걸어 다닌다.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맑고 싱싱한 얼굴로 큰 웃음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된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직 청춘인 가슴이 낯설어 하기를 여러 번이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가는 손녀의 일상인 성장의 기쁨을 새삼스레 느끼며, 손녀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자신에게 놀라면서 보내는 지금은 너무 행복한 시간이기도 한다. 행복은 그 사람이 얼마나 일상을 긍정적으로 또는 희망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슴에 행복으로 채워 넣을 자신만의 크기의 방이 있다. 그 방을 무엇으로 채워 가득 채워 넣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대의 일상의 사소함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손녀를 바로 봄으로 채워지는 방의 크기에 놀라곤 한다. 손녀가 주는 희망과 가능성이 일상의 만족을 주는 행복은 아닐까!     


   인상학 공부를 6년째 하면서 동양학에 대한 깊이를 고려해 사주 명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천간10개)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지지12개)하나씩 짝을 맺어 갑자 을축 병인 정묘....정유........다시 정유.... 이렇게 60번이 지나면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나는 정유년에 태어났고 올해가 다시 정유년이다. 내 인생 한 바퀴를 돈 것이다. 60년의 세월을 보냈으니 고생 많았다고 환갑잔치를 해서 축하하고 격려하고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새삼 자신이 대견하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산전수전 다 겼었으니 뭐가 겁나겠냐? 나이 값 하는 나머지 삶을 살아야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더 잘 다스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즈음에 사는 집의 규모를 줄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바쁘게 다니다 발을 다치는 일이 생겨서 자신의 의지대로 못하는 불편함의 몇 달이 지속되는 가운데 예전과 다르게 생각들이 많아졌다. 퇴직 후 제2 인생의 길을 찾아서 좌충우돌하며 부지런히 달려오기만 했던 4년의 시간들에 대한 회의와 아직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강사의 길, 사람답게, 어른스럽게 사는 것에 대한 생각들에 잠이 안 오는 날들이 많아졌다. 33년 은행근무를 끝으로 꿈이었던 선생님은 못 되었지만 행복한 노후설계, 은퇴 설계를 강사가 되고자 스피치학원, 명품강사 아카데미, 데일카네기 리더십과정, 코치과정을 수료하고,은퇴설계강좌,노후설계강좌,부모교육,웰다잉,코칭과정,독서심리치료,도형심리치료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된 협회 연구소의 강사모임에 가입하고,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기 위해 대학교 평생교육원 구청 평생교육원 담당자를 찾아가 강의 제안서를 내고, 노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다니면서 즐겁게 강의를 하고, 초 중 고등학교 경제교육, 금융교육, 진로교육을 하러 다니고 섭외하려 다니면서 바쁘게 즐겁게 보내다 보니 4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4년 동안 200회를 넘는 강의를 하는 성과를 보냈다. 그렇지만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질 높은 강의에 대한 자존감이 필요 하는 시점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30년을 내가 좋아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좀 더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만 60살에 다시 시작하는, 이제 한걸음을 딛는 마음으로 조급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내 스타일대로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하면서 사랑하고, 감사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