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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May 08. 2024

허허 참 난감하네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런 난감한 일이~ 혀를 끌끌 차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앞길을 막아섭니다. 멀쩡하던 수도관이 터져서 2~30미터 하늘로 솟아 정신없이 잠금밸브 위치를 찾아 달려갔더니, 하필 손으로는 돌릴 수 없는 형태! 파이프렌치를 찾아 후다닥 뛰쳐나와 공구를 찾고, 다시 사고지점으로 달려가서 응급조치를 한 적도 있습니다. 어느 현장에서는 밤새 누수된 것도 모르고 새벽녘에서야 바닥에 물이 잔뜩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 제거한 적도 있고, 콘크리트 압력을 견디지 못해 유로폼이 뜯겨나가면서 비탈위로 레미콘이 쏟아져 내린 적도 있습니다. 지질조사에서 아무 이상 없던 대지에 굴토 해보니 암반이 나와서 몇 날 며칠 장비를 동원해 암석을 쪼아댔고, 천재지변으로 폭우 시 토사가 흘러나와 도로를 점령하는 등 당시상황에서 아찔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도 우리네 인생의 한 부분처럼 돌발변수라는 괴물이 그 배후인 것 같습니다. 삶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행하면서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극복하기를 반복하면서 또 다른 변수를 맞이해야 하는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초년 시절, 부장님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법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프로젝트 후반부에 갑자기 돌발상황이 생긴 겁니다. 건축법 해석에 착오가 생겨서 허가사항이 전부 어그러질 상황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난리가 났고, 임원회의에 법규검토에 한바탕 전쟁터의 기운이 감돌시점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완전 외통수에 걸리셨네! 이를 어쩌나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흘러갔고 수차례의 협의와 타협, 법률질의, 유권해석 및 판례조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서, 또다시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에는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당시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아~ 안 되는 일은 없구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한다. 그러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기술이고 실력이다"라는 새로운 신조가 내 안에 생긴 듯합니다. 수십 년간 건축관련해서 일을 해 오면서 이런 유(類)의 "열린 가능성"이 상황 변수에 대응하는 내력을 갖게 하지 않았나 합니다.


  학창 시절 그 어려웠던 "해법수학"을 대하면서 수학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문제가 안 풀린다고?
그 문제 하나로 일주일 동안 생각하고 고민해 봐라!
안 풀리는 문제가 없다!"  

  '그래 한번 해보자!' 도전해 봤습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가면서도, 잠자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풀리지 않는 그 문제와 싸워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어느 순간에 '아! 그런 거였구나'하고 깨달음이 오면서 그 수학선생님의 가르침이 맞았다는 사실에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벗뜨, 그러나, 그 많은 수학문제를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겠죠. 당연히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ㅠㅠ


  제가 좀 싫어하는 유(類)의 책이 있습니다. 소위 "적극적인 사고방식", "자기 개발서", "인간관계론" 등 마인드컨트롤하는 서적은 왠지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긍정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싫다는 거니까요. "안되면 되게 하라", "안 되는 일도 된다고 믿으면 될 것이다"는 비합리적 신념보다는 "안되고 막히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해(解)를 찾겠다는 생각

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돌의 순서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바둑처럼 문제 하나에 묘수가 반드시 있다는 각오로 사안(事案)를 대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안 되는 것이라면, 마지막에 돌을 던질지라도...... 한번 해 보는 것이지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흔들리는 인생의 거친 풍랑 속에서 오늘도 저는 수많은 문제를 기다립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가 한번 방법을 찾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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