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엔디 Jun 16. 2024

나도 가끔은 뮤지션이고 싶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초록불 신호등이 켜지고, 스크램블 교차로(scramble intersection)에 차량의 흐름이 일시 정지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길로 분주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갑니다. 실용음악과에서 드럼을 전공하는 아들이 운전석 옆에 앉아 차량스피커를 통해 노래 하나를 들려주면서 "아빠!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면서 밖을 보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  순간, 영화 <웡카 Wonka>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부른 'Pure Imagination'에 맞춰 보행자의 발은 느릿하게 또는 빠르게 이동하면서 운전대 너머로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오! 진짜 영화 같네! 신기하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뮤지컬영화는 잘 안 보는 이유가 음악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사운드 오브 뮤직",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 영화평론가들의 찬사를 받는 수작(秀作)들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고백하건대 저는 음악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피아노교사, 아들은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지라 저랑은 감성적인 면에서 결이 좀 달라 대화 중에 "공감"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0년에 한 번은 저도 피아노 한번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피아노 한번 배워볼까?" 하면, 알려줄 테니까 해보라고 아내가 권하는 순간 "아! 머리 아파 나중에... ㅎㅎ" 작심 1초 만에 스스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아내도 10년에 한 번은 제게 컴퓨터 한번 배워볼까 하고 운을 떼다가 저 역시 알려주려고 하면 0.5초 만에 "아! 머리 아파 나중에....ㅋㅋ" 피차일반, 피장파장, 쌤쌤입니다. 그렇다고 음악에 경끼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고, 최근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고 김윤아의 솔로앨범 5집 "관능소설"을 찾아 차량이동 중에 듣기도 하고, 싱어게인에 나왔던 뮤지션의 음악을 찾기도 합니다. 트롯도 빠질 수 없고요. ㅎㅎ


  음악을 좋아하고,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세계"가 분명 있을 텐데, '그 세계는 어떨까'하고 궁금하긴 합니다. 노력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기에 나름 갑갑함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 좌절감은 느낄 수 있을지라도 절대적 우열을 가를 수야 없겠지요. 그래도 저한테 없는 재능을 부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얼마 전에 아들의 실용음악과 정기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Pierrot"라는 작품으로 드럼, 베이스기타, 키보드가 어우러져 열정적인 무대가 만들어지고, 공연장에서 흘러넘치는 흥과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소리, 박자, 강함과 부드러움, 조화, 화음, 리듬 그 안의 숨결, 호흡, 삶이 드럼 스틱의 현란함으로 함께 지휘됩니다.


  2019년 1월 3일 중국의 창어(嫦娥) 4호가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가볼 수 없는 세계를 과학의 힘으로 발 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요즘은 구글어스로 북극도 가 볼 수 있고, 남극 세종기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일강의 발원지인 빅토리아호수까지 마우스 클릭으로 찾아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과 갈증이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미-파, 시-도 사이가 반음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놀랍지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음을 악보로 만들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제가 더 놀랍습니다. 제게 있어 음악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악상(樂想)"이 떠오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기도 하고, 음악을 듣고 눈물이 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제가 감정이 너무 메말라있는 걸까요? 애완견의 눈동자를 보면 괜스레 측은해 보이고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보면 그리 매정한 사람은 아니지 않나요?


  교차로에 차량이 멈춰 서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면, 이젠 제 핸드폰으로 'Pure Imagination'을 틀어봅니다. 그리고 전 뮤지컬 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음악세계"가 궁금해집니다. 제게 있어 음악은 달 뒷면, 미지의 세계입니다. 아직까지 머리는 그리 아프지 않습니다. ㅎㅎ


  창어(嫦娥) 5호가 2020년 12월 17일 달표면 채취물을 갖고 내몽고에 착륙했습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창어(嫦娥) N호를 띄워 봅니다. 음악세계 뒤편에서 저를 위해 악상(樂想) 한편 갖고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전 05화 나보고 요리를 하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