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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l 30. 2024

얌체 같은 나

높은 가성비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낮에 사 둔 책 한 권을 펼쳐보지도 않고 고이고이 모셔 두었다가 모두가 잠든 밤에 스탠드 하나 켜 놓고 책을 펼칩니다. 새벽 3시, 4시까지 그렇게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이번엔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으리라'하면서 한 권, 두 권, 손때 묻어가는 책을 보며 흐뭇해하곤 했죠.


  궁핍했던 80년대, 명절이 되면 세뱃돈으로 적지 않은 돈이 손에 들어옵니다. 평소 갖고 싶었던 장난감도 사고 싶습니다. '천체 망원경 하나 살까?' 현미경도 재미있을 것 같고, 로봇 조립품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용산 세운상가 가서 라디오 부품을 사서 납땜도 직접 해가며 조립해 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중에 있는 돈을 최대한 아껴 꼭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합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장난감을 사서 하루, 이틀 노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그렇게 며칠 상상게임을 하다 보면 '그래! 그거 별거 아냐! 금방싫증이 날 거야!'라는 결론이 나고, 최종적으로 제가 결정하는 용돈의 사용처는 '책'으로 귀결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만큼 가성비 높은 것이 없습니다.


  요즘 제 노트북에 폴더 하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이 소개해 주신 책, 영화, 음식, 미술관, 박물관, 여행지, 음악 등 귀한 자료들을 보관해 둡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쓸려고요. ㅎㅎ 너무 얌체 같죠? 그렇게 생각하니 책만큼이나 가성비 높은 곳이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의 글'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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