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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Sep 22. 2024

연재를 마치며

에필로그

  "오늘이 22일이니까 22번!" 드디어 오늘 제가 걸렸습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의 지목으로 국어책 본문 한 단락을 읽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22번 호출에 벌떡 일어서기는 했지만 벌써 눈의 초점이 흔들리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심장은 왜 그렇게 빨리 뛰는지 귀까지 빨개졌습니다. 한 문장을 마치고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마침표에서 숨을 내 쉬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서 그대로 읽어 내려갑니다. 당연히 호흡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휴~"하면서 숨을 내 쉬는 것이 너무 창피합니다. 3분의 1만큼만 간신히 숨을 내 쉬고 다시 읽기를 계속합니다. 한 문단이 끝나가는데 선생님은 그만 읽으라는 신호를 하지 않습니다. 슬쩍 다음 문단을 쳐다보니 심장은 더 떨립니다.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 합니다.' 선생님이 그제야 "그만! 거기까지!" 신호를 보내줍니다.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 내향형과 직관형이 90% 가까이 나오는 INTJ입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만 대인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남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C.A.(Club Activity) 시간에 학급회의를 하면 손을 들고 발표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슴속에 있는데 발표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또다시 심장이 달리기를 합니다. 결국 말하고 싶어 했던 '좋은 아이디어와 토론의 논리적 항변'은 내 가슴속에 봉인되고 맙니다.




  저에게 있어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공중기도입니다. 유독 기독교(개신교)에서만 소그룹을 포함해서 각종 모임에서 누군가를 지목해서 대표기도를 청합니다. 3명이 모이든 100명이 모이든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예배때 드리는 대표기도는 미리 작성된 원고가 없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즉석에서 기도해야 영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차츰 그런 문화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 기도보다는 한 주간 묵상하며 공동체가 함께 기도할 내용을 정리해서 정제된 언어로 기도할 것을 권면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일 아침예배 때 공중 앞에서 대표기도할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일 년에 네 번 정도 그 자리에 서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작성한 기도문을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귀까지 빨개지면서 숨차했던 '국어책 읽기'가 재현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눈치 못챌정도로 감출 수는 있습니다. ㅎㅎ 그래도 여전히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제 성격상 힘이 드는 일입니다.


  예전에 기도했던 기도문을 들춰보면서 읽어봅니다. 가장 초라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작성한 기도문이 어법도 틀리고 문장도 어설프기 이를 데 없었지만 하나님을 향한 기도의 내용은 가장 정직했고 마음을 울리는 기도였음을 보게 됩니다. 화려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해서 멋지게만 보이는 기도가 되지 않도록 나름 노력했고, 진정성 있는 기도를 하려고 나름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주께서 우리에게 날마다 새날을 주시고 복주시며 만족히 여김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찬양하는 우리의 입술을 주께서 받으시고, 한 날의 자족함을 누리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높은 자나 낮은 자나, 부한 자나 가난한 자나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우리들에게는 모두가 한 형제요 자매임을 기억합니다. 세상은 지식과 명예를 자랑하겠지만 적어도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됨을 인해 기뻐하고, 자랑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현실 속에서 병들어 고통받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한숨 쉬며, 헛된 오해로 가슴 저리며 슬퍼할지라도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내 아버지가 되시고, 내 눈의 눈물을 닦아 주실 주님을 소망합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연재를 마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함께 기도해 주셨던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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