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서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그 방향성을 수립했다 하더라도 아이가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란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 인생을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 목표나 방향성을 직접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모가 수립하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그 방향성을 수립하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일까?
설령 부모가 수립한 방향성대로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 해도 나는 부모가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지 방향성을 명확히 수립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방향성이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키우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또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데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부모의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은 왜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부모의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규칙을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모의 일관성 있는 반응이 더욱 그렇다.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이 세상에는 매우 많은 규칙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말하는 언어는 물론이고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도 규칙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버스를 탈 때는 타기 전에 요금을 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결제하지만 간혹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같은 서울의 대중교통이지만 지하철을 탈 때는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만약 카드가 없다면 지하철을 타기 전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그럼 처음 버스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했을 때부터 이랬을까. 그리고 서울 이외 지역의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이렇게 할까. 아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버스를 탈 때나 지하철 탈 때 요금 결제 방법은 달랐다. 그리고 그 방법을 홍보 자료나 기사를 통해 때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아니면 물어서 이용했다.
말도 모르고 글도 모르는 영유아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규칙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일관된 반응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관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엔 아무렇게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일관된 행동, 모범적인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아이가 영유아 때는.
갓 태어난 아이는 뭘 해도 예쁘다. 또 아무것도 못해서 뭐든 다 해주고 싶다. 조금 잘못해도 또 조금 예의 없는 행동을 해도 봐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내 기분에 따라, 때론 바빠서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내 아이는 통제 불가능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고집불통인 아이, 징징대는 아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를 키우는 방향성은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준다. 그리고 아이를 키울 방향성이 있어야 아이가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그 방향성이 없다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 목표를 못 잡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그 방향성을 수립해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가 좀 더 빨리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 목표와 방향성을 수립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부모가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느끼도록 부모가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세상 사는 규칙을 파악할 때 부모가 모범을 보여준 것처럼.
나는 하지도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좋다고 필요하다고 하라는 것은 반감을 사는 전형적인 사례일 뿐이다. 간혹 과거의 성공 사례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의 성공 사례도 분명 아이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 사례보다는 현재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성공사례는 아이가 과정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와 이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결과만 들어서는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의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자연스럽게 느끼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각종 스캔들에 연루돼 9시 뉴스 시작을 장식하거나 포털사이트 검색랭킹 상위에 올라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의 직업적 소명의식이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 가치관 같은 것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건전하고 올바른 소명의식이나 인생의 방향성, 가치관을 명확히 확립하고 실천한 사람이라면 각종 유혹에 흔들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내 욕심 채우려고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확립하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그리고 부모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