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 사상은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하나의 유기적 질서로 보는 세계관이다. 음양은 서로 반대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힘이며, 이 원리를 바탕으로 오행(木火土金水)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오행은 다시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 원리의 해석에 따라 성리학 내에서 철학적 입장이 갈리는데, 그것은 음양의 원리를 중시하는 주리론(主理論)과 오행의 운행을 중시하는 주기론(主氣論)이다. 주리론은 음양의 조화인 ‘이(理)’를 우주의 본체로 보고, 모든 것은 이의 원리에 따라 정해진다고 본다. 대표적인 주리철학자로는 퇴계 이황이 있다. 반면 주기론은 ‘기(氣)’가 현실에서 작용하는 실체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철학자는 율곡 이이나 고봉 기대승 등이 있다.
음양오행은 단순한 철학 개념을 넘어 조선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은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나 사람의 체질을 나누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배산임수, 좌청룡우백호로 명당을 찾는 이론이었다. 심지어는 이름 짓는 방식(성명학)이나 색채어 등 아주 세세한 삶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조선 후기 정치철학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주리론은 당연히 왕권중심의 철학으로 발전을 했고, 주기론은 신권중심의 정치철학을 뒷받침했다. 주로 동인들이 이황의 주리론을 이어받아 발전시켰으며, 이후 북인과 남인으로 갈라졌다. 이후 북인은 광해군과 함께 몰락한 이후 남인이 이황의 정치철학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왕권을 중심으로 이상사회를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둔 정치인들이 많았다. 반면 율곡 이이와 같은 주기철학은 서인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후 노론과 소론으로 이어져 오며 신권중심의 이상국가를 만들려는 철학을 가졌다.
이처럼 음양오행은 우리 역사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쳐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소소하게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우선은 음양오행과 색채어의 관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우리가 색을 인식하는 기본 단위는 빛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표현되는 색은 모두 빛의 삼원색(RGB: Red, Green, Blue)을 기반으로 한다. 이 세 가지 빛이 서로 다른 강도로 섞이며 수많은 색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디지털 화면에서 보는 온갖 색들은 모두 이 빛의 조합으로부터 비롯된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오방색이 있었다. 청(푸름/파랑), 적(빨강), 황(노랑), 백(하양), 흑(검정)이다. 오방색은 단순한 색 구분을 넘어, 앞에서 말한,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다섯 가지 색은 각각 오행의 한 요소와 연결되며, 방위와 계절, 사물의 속성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상징 체계를 형성한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말은 이 오방색을 나타내는 말이 좀 독특하다. 이 오방색만 '-앙'이라는 명사화 접미사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들의 어원이 가끔 궁금했었다.
아래 내용은 어학적인 근거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까망'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등장하는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아주 오래된 말도 아님은 확실하다. 고전문학 작품에서도 본 기억은 없다. 아무래도 근대에 들어와서 쓰기 시작한 말 같기도 한데.이에 대해서는 좀 더 찾아봐야겠다.
자 지금부터는 그냥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동쪽은 해가 뜨는 곳으로 기운이 상승하는 나무(木) 또는 풀(草)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동쪽을 상징하는 색은 '파랑'이다. 파랑은 '풀+앙'이 결합한 말로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고어에서 풀은 '아래 아'를 썼기에 '파랑'으로 자연스럽게 불린 것으로 보인다.
남쪽은 빛이 가장 밝게 비치는 곳으로 발산하는 불(火)의 기운에 해당한다. 그래서 빨강은 '불+(ㄱ)+앙’으로 결합된 말로 보인다. '불-'은 활용할 때 '붉다'처럼 'ㄱ'이 따라오는 것을 볼 때, '-앙'이 결합할 때도, 'ㄱ'이 따라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도 원래 '아래 아'를 쓰던 말이니 '발강'처럼 발음되다가 자연스럽게 된소리 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 한 가운데에서 변형하는 흙(土)의 기운이 있다. 한 가운데 놓인 터이다. 그런데 이 '노랑'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는지 분명하지 않다. '흙+앙'은 아니기에 처음엔 '노을(놀)'에서 온 말로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해도 중앙이나 흙과 큰 연관이 없어 보여 제외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누리'였다.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누리'는 '온누리'처럼 쓰이며 '땅'이나 '세상' 또는 '터'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따+앙'이라고 하면 결국 '땅'처럼 발음되어 구분이 잘 안될 듯 하여, 가운데 땅을 의미하는 '누리'를 활용하여 '누리+앙'으로 대체한 것이 아닌가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게 보니 빨리 발음하면 그럴 듯해 보인다. '누리앙'을 빨리 발음하면 '노랑' 비슷하게 발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며 기운이 하강하는 곳으로 쇠(金)의 기운을 가진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하양'도 어디에서 온 말인지 좀 애매하기는 했다. '쇠+앙'이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하양'은 해(日)가 지는 곳으로서 '해+앙'에서 비롯된 말로밖에는 설명하기 어려울 듯 하다. 원래 '해'도 '아래 아'를 쓰는 어휘였으니 '하이앙'처럼 발음되다가 '하양'으로 정착되었다고 보면 자연스럽다. 지는 해를 보면 색깔이 매우 하얗게 보이기는 한다.
북쪽은 응축하는 기운으로, 수(水)의 기운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물이 왜 검은색과 관련이 있는지는 상상력에 맡기되 굳이 억지로 말한다면, 북쪽 하늘에서부터 남쪽으로 이어지는 은하수를 떠올려도 좋을 듯 하다. 검은 밤에 하늘에는 물이 흐르는 것이다. 또한 물은 '죽음(어둠)'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양 모두 죽으면 강을 건너 저 세상으로 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원래 '검'이나 '감'은 신(神)을 뜻하는 의미도 있었는데, 일본어의 '카미'와 같은 말에 지금도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따라서 검정색은 신의 색이다. 원래는 '검(감)+앙'이었을 것이며 나중에 된소리가 되어 '까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앙'이다. 도대체 이 '-앙'은 언제, 어떤 의미로 오방색에만 붙는 명사화접미사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아무래도 '파랗-다', '빨갛-다', 노랗-다', '하얗-다', '까맣-다'의 어간인 '파랗-', '빨갛-', '노랗-', 하얗-', '까맣-'과 연관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지는 않다.
한편 제주방언에서는 할아버지가 '할아방'으로 할머니가 '할망'으로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방'과 '어망'으로 불리는 것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주도 방언에는 중세국어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음양오행과 관련한 색채어의 어원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완전한 어학적인 분석과 근거를 갖추었다기 보다는 약간 '민간어원설'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대충 흥미로 보되, 그러나 완전한 근거가 없지 않은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도 색채어가 음양오행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그러한 기운이나 유사한 색을 갖는 사물과 관련하여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살펴본 듯 하다.
다음에는 동서남북의 순우리말과 관련된 어원을 알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