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른'인가?

우리말의 어원 3 : '어른'의 어원과 의미

by 양심냉장고

'어른스럽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어른'의 의미와 어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어린이'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


'어른'과 대비되는 말이 '어린이'라는 말일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어리다’에서 파생된 말로, 방정환이 1920년대에 처음 사용하여 대중화시켰다고 한다.

당시, ‘아이(애), ‘갓난애’ 또는 심지어 ‘간나새끼’와 같은 하대적 표현을 대신하여, 존엄한 인격체로서의 아이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원래 ‘어리다’는, 옛말에서는 ‘어리석다’, ‘무지몽매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자기 뜻을 실어 펼치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와 같은 표현이 있었다.




이처럼 ‘어린 이’라는 말에는 '자기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이'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른'은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어른'은 '어린이'와 대비되는 말로써, '어린이'의 상태를 벗어난 존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른은, '배우고 익혀, 자기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존재'라고 먼저 정의할 수 있겠다.


'어른'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어른’이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이었을까?


두 가지 관점에서 어원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의 설은, ‘얼’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얼’은 사람의 정신, 혼, 마음가짐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이 ‘얼’에 명사형 전성 어미 ‘-은’이 붙어, 곧 ‘정신이 성숙한 사람’, 즉 사회적 책임과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얼다(얼우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더 근거 있는 이론이다.

'얼다'는 ‘얼음이 얼다’처럼 물리적 결합 상태 변화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과거에는 보다 다양한 의미로 확대되어 사용되었다.


특히 고전문학에서는 남녀 간의 성적 결합을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하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황진이의 시조에는 “어론님 오신 날 밤에 구비구비 펴리라”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어론’은 사랑하는 임으로서 육체적, 정서적으로 하나인 사람을 뜻한다.


또 '임제'와 '한우(찬비)가 주고받은 시조는 조선 선비들이 '얼다'라는 말을 어떻게 활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전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임제는 '한우(찬비)'라는 기녀를 만나 다음과 같이 사랑을 고백한다.


‘북천(北天)이 맑다 해서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섰더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이에 한우(찬비)는 또 다음과 같이 언어유희를 활용하여 화답을 한다.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이처럼 ‘얼다’는 남녀 간의 성적·정서적 결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니, 위의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어른'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둘이서 한 몸을 이룬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누가 '어른'인가?


한편, '얼(정신)'이라는 말도 '얼다'라는 말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고의 체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의 '콤플렉스(complex)'와 같은 용어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얼'이 담긴 '골격'이 바로 '얼굴(얼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 결혼한 사람만을 '어른'이라고 한다면 적절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언어의 의미는 변하는 것이다.

그것이 언어의 역사성이다.


'어른'이라는 말의 의미가 어떠했는지 참고하면서, 오늘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을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이런 정의에서 보면, ‘어른’은 법적으로 성년이 된 나이에 이른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바로 뒤따르는 의미가 있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러 의미를 살펴보면, 어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배우고 익혀, 자기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자기 외에 한몸을 이룬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셋째 나이만 많다고 어른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세운 뜻과 선택한 사랑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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