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머니리셋』

세계 정부, 그리고 단일화폐의 시작일까?

by 양심냉장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스테이블코인 머니리셋』이다. 정구태 외 2인이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사실 약간의 두려움이었다. 전 세계 단일 화폐의 등장 가능성과 생체 인식 결제 시스템의 사례는 마치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말세의 징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미 새로운 화폐의 시대가 오고 있다.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디지털 지갑을 쓰고 디지털 화폐로 거래하는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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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이화폐를 써본 적이 있는가?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너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낯선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돈에 대한 통념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은 강조한다.


화폐의 역사를 돌아보면, 돈은 원래 현물을 담보로 한 거래 수단이었다. 그리고 브레튼 우즈 체제에서는 1온스당 35달러를 금에 연동하도록 규정했었다. 하지만 1971년 베트남 전쟁으로 엄청난 재정이 필요했던 미국은 금 태환제를 폐지했고, 달러는 미국 자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통화로 전환되었다. 문제는 세계화와 함께 높은 성장률이 유지될 때는 화폐의 양을 늘려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전 세계는 성장률 하락과 세계화 종말로 경제 불안정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불황 때마다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단행했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위기 때마다 가진 자보다는 서민과 중산층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신뢰를 잃은 중앙정부와 은행으로부터 탈중앙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심하고 결제 수단으로는 불편해 실제 생활화폐로 쓰이기는 어려웠다. 결국 최근에 비트코인은 희소성에 기반한 ‘디지털 금’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후 온라인 상에서 실질적인 결제수단으로서,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말 그대로 안정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코인으로, 금에 달러를 연동했던 과거처럼 1 코인을 1달러에 고정(pegging)한다. 테더(USDT), 서클(USDC)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은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나라(터키, 아르헨티나), 은행 계좌가 없는 지역(아프리카), 혹은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 수단으로 매력적이다. 1달러 연동으로 자산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지킬 수 있고, 계좌가 없어도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하며, 송금 수수료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상당한 규모가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025년 6월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핵심은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미국 금융시스템과 연계하는 것이다. 법안의 핵심과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미국 채권(특히 단기 국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
- 미국 내 결제·송금에서 합법적으로 활용 가능 →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처 확대

결과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구조가 되어,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이 있다고 함.


미국은 자신들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왜 합법화했을까? 이유는 바로 미국의 엄청난 부채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가로서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달러 발행 구조상 무역적자가 필연적이다. 예컨대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통해 달러를 벌고, 다시 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 왔다.

그렇게 미국은 이렇게 발행한 국채를 통해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가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처음에는 달러패권을 강화하려고 시행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달러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모순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도 한다. 기축통화국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적자가 과도해지면 달러 국채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모순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7조 달러에 달하며, 연간 이자만 해도 국방비를 넘어섰다. 이는 패권국가의 몰락을 예고하는 위험 신호라고 한다.


이 와중에 미국은 관세정책으로 재정 부담 문제를 덮으려 했으나, 오히려 각국의 반감을 키우고 기존에 미국 국채를 사주던 나라들이 국채를 팔아치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미국은 선택지가 거의 없는 '엔드게임 상황'에 내몰렸음은 『세계경제 지각변동』이라는 책에서 이미 다루었다.


이러한 엔드게임의 상황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곳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테더, 서클 등)였다. 이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한국 등 주요 국가보다 많을 정도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을 장려함으로써 달러 수요를 유지하고, 국채 매입 기반을 넓히려는 것이다.


결국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세계 화폐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존재로 부상했다. 결제·송금의 편리성, 수수료 절감, 계좌 없는 사람도 참여 가능한 금융 포용성 덕분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복잡한 디지털 지갑 사용자 경험(UX), 네트워크 확장성 문제, 각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 온/오프 램프(법정통화와 디지털 자산 간 교환)의 용이성 확보 등 해결 과제는 남아 있지만, 탈중앙 결제와 P2P 경제를 향한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책 p.46)

성경의 '요한계시록 13장 16절~18절'은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세계정부의 등장과 함께 생체 기반 결제를 예언한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기독교인들의 세계관 안에서는 말세의 징조로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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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러한 예언적인 입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화폐의 사용이나 단일 화폐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이 더 안정적이고 편리하다고 생각하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금은 스테이블 코인이 없어도 생활에 불편이 없고, 당분간은 기존 화폐와 병행되는 시기가 지속되겠지만, 어느 순간 종이화폐는 완전히 사라지고 온라인에서만 유통되는 암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그 흐름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스테이블 코인의 정의와 종류, 현재 각국의 상황,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잘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나와 같은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더 찾아보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먼저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지금의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금 같은 실물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것이 대세다. 한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았지만, '테라'와 '루나' 사태 이후 알고리즘 기반 코인은 시장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99%를 장악하고 있으며, 테더와 써클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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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은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각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우리나라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 여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원화는 비교적 안정적인 화폐라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 중에는 “원화를 지키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K-콘텐츠와 한국 경제의 위상을 고려하면 도전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적 시각에서는 “지금도 원화 결제 비중이 전 세계의 2%에 불과한데, 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쓰겠는가?”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처럼 탈중앙화된 전자화폐가 확산되면 은행의 존재 이유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은행은 대체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어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금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금융혁명의 시대가 이미 다가오고 있으며, 앞으로 전 세계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한 점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주식을 사고,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솔직히 책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는 관련 유튜브를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누가 이러한 급변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확실한 투자처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만, 비교적 자주 언급된 방향은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 관련 주식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디지털 금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인 '이더리움' 같은 전자화폐를 꾸준히 매수해 두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곧 현실이 될 엄청난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변화의 시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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