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관련 두 번째 책
이번에는 이선민 작가의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비트코인이 국가 전략자산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2부는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의 디지털 확장을 위한 전략적 수단임을 다룬다. 이어 3부에서는 미국 금융전략의 지정학적 함의라는 주제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각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마지막 4부는 이에 따른 미래 전망과 투자 시사점으로 마무리된다.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 시작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을 지키는 헤지(Hedge) 수단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100만 개로 한정된 희소성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라는 특징 덕분에,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하게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내구성 : 네트워크 출범 이후 99.99%에 달하는 가동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희소성 : 총공급량이 2,100만 BTC로 제한되어 있어 인플레이션에 강하고 희귀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분할성 : 1 BTC는 1억 분의 1인 1 사토시까지 나눌 수 있어 소액 단위 거래와 저장이 가능하다.
휴대성 :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전송할 수 있어 자산 이동과 보관이 용이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비트코인은 ‘전자 금’과 유사한 지위를 얻게 되었고, 투자자들은 이를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 시에도 가치가 유지되는 디지털 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책. P.23)
미국은 이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보유를 선언하면서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보유국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 관련 펀드를 합법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는, 현재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달러의 영향력을 디지털 세계에서도 지속하고자 하는 전략을 다루고 있다. 앞서 살펴본 다른 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된 내용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는 동시에, 실질적인 결제수단으로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등장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표적으로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2,500억 달러 규모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웬만한 국가의 GDP와 맞먹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 규모는 앞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직면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국채 수요국의 매입 감소이다. 일본과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었으나, 최근 수년간 매입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과 함께 국채 매입을 크게 줄였고, 일본 역시 엔화 약세와 금리 정책 변화로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새로운 국채 수요처가 절실히 필요해졌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책 p.78)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트리핀 딜레마'에 빠진 미국은 국채의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이 이미 국방비를 넘어섰다. 이는 역사적으로 제국의 몰락을 암시하는 신호탄이었기때문에 미국은 이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스테이블 코인인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쓰임이 확대될수록 미국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이기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닌 지정학적 게임 체인저로 삼을 강력한 동기가 생긴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 사례였다. 지금까지 디지털 콘텐츠 이용은 주로 정액제 방식이 많았다. 이는 합리적이지만 사용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앞으로는 전기요금제처럼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종량제 결제 시스템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 코인의 프로그래머빌리티(programmability)다. 기존 결제 시스템과 달리 스테이블 코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복잡한 조건부 결제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자동으로 음료가 나오는 것처럼, 디지털 서비스도 사용량에 따라 결제되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AI 서비스는 태생적으로 초소액 결제와 궁합이 맞다.
예컨대 챗GPT에 질문 하나를 던지는 비용은 약 0.003달러, 이미지 하나 생성은 0.02달러, 문서 요약은 0.01달러 수준이다. 이런 서비스를 월 구독제로만 판매하는 것은 마치 신문을 1년 치 미리 구독해야 오늘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되면 사용자는 정확히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고, 서비스 제공자는 실시간으로 수익을 얻는다.”
(책 p.112)
앞으로 디지털 세계에서는 개인의 재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수록 수익을 얻는 시스템이 보편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즉,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상품 구매에서 사용 기반 소액 결제로 디지털 경제의 방식이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디지털 경제의 규모는 크게 성장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도도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디지털 기술로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스테이블 코인으로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졌다. 다시금 종량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로 이어진다.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다.”
(책. p.117)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개인들이 직접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매우 많다.
이러한 흐름을 내다본 미국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와 스테이블 액트(Stable Act)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주체, 승인 방식, 안정성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에서 합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은 본격적으로 제도권 금융 안에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전 세계 각국은 자국 통화의 가치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패권을 장악해 가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둘러싼 논의와 논란은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원화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K-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단으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달러 기반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을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보겠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이 탈중앙화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스테이블코인을 용인하는 것은 달러패권의 유지이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디지털 화폐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다룬다. 중국은 미국과의 금융 전쟁 과정에서 달러패권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CBDC(중앙 은행 디지털 화폐)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자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유통시키고, 나아가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도 활용하려 한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은 자국 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금융 질서를 중앙정부가 통제하려는 의도까지 담겨 있다. 따라서 중국은 홍콩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금지하고, 중앙이 직접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CBDC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신 비트코인 현물 ETF를 대거 승인하며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 활성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인정함으로써 디지털 금융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지정학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중국과는 다른, ‘자유로운 민간 암호화폐 생태계’라는 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 한국 금융 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두 갈래다.
첫째,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필요시 비동맹 연대로 균형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대내적으로는 제도 개선과 혁신 지원으로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과 선제적 투자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ICT 인프라, 인재 수준, 금융시장 규모 등 기반여건이 충분하다.”
(책 p.224)
다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CBDC 체제로 갈 것인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 코인 체제를 택할 것인지조차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정책 논의는 물밑에서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이러한 종류의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연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개인들은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통찰을 얻는 것일 게다. 물론 아직도 디지털 암호화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당장 최근에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나에게, '나이 들어서 전 재산 다 날리고 싶냐'며 겁을 주는 분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으며 도움을 얻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책의 맥락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디지털 자산 시대의 도래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비트코인·이더리움뿐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이 어떤 산업과 결합하며 확산되는지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규제 환경과 제도 변화는 곧 투자 기회와 리스크로 직결되므로 각국의 법안 동향을 민감하게 체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될수록 소액 결제와 디지털 서비스 산업이 커질 가능성이 크므로, 관련 기업과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직 여전한 위험이 있는 분위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저자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함을 말한다. 최소한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정도는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앞으로 미래에 꾸준히 발전할 영역이라면,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과 같은 전자화폐 등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액분할매수와 같은 방법을 모색해 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맡기고 이자를 얻는 방법이나 ETF와 신탁을 통한 간접투자의 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더 제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안은 어차피 책을 읽거나 직접 노력하여 찾아야 할 투자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디가 투자에 좋은지 궁금해 하고 엄청난 수익을 남기는 방법을 궁금해하겠지만 .... 그런 '도깨비 방망이' 같은 건 없다. 좋은 정보는 직접 발품 팔아 찾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