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지각 변동』

거시적 관점에서, 트럼프가 흔드는 세계경제의 흐름 이해하기

by 양심냉장고

번에 소개할 책은 박종훈의 『세계경제 지각변동』이다.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저성장의 '늪, 2장은 '엔드 게임의 운명', 3장은 '세계 경제 지각 변동', 4장은 '재편되는 세계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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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저성장의 늪


1장은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혼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저성장의 늪'에서 찾는다. 20세기 들어 인류는 유례없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보·전화·팩시밀리, 자동차·기차·비행기 같은 발명품은 최고의 혁신이었고, 세탁기와 청소기 같은 생활가전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본격화시켰다.

사람들은 21세기의 IT와 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가장 혁신적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 과거 20세기의 발명품에 비하면, 우리의 삶을 조금 편리하게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1950년대 세계 경제는 연평균 5%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평균 2.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한다.


성장률 둔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저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꼽는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속에서 복지비용은 증가하고 청년들의 부담은 가중되면서 다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력과 소비 인구는 부족해지고 장기 불황이 이어진다. 유럽이 위기에 처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미국도 2008년 이후 꾸준히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민심의 이반을 염려하는 정치권은 양적완화로 돈을 푼다. 하지만, 그 돈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청년들의 주거 부담은 커지고, 결혼 기피 현상은 또 심화된다. 이미 유럽과 동아시아는 심각한 저출산 상태이고, 미국마저 10여 년 전부터 합계출산율이 낮아졌다.


청년 인구가 늘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합계출산율이 추락하고 있어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세계적인 성장률 하락이 심화되자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은 이웃 나라의 경제를 ‘털어’ 자국 성장률을 높이는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책 p.34).

그리고 최근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와 같이 출산율이 높았던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 세계는 인구 오너스(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며,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무리한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눠 먹을 파이가 부족하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고, 결국 각자도생해야 하는 야만의 씨앗이 자란다.


2장, '엔드 게임'의 운명


최근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관세정책'은 위 예문에서 말한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전 세계 대혼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대국 정치인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경기침체 상황에서 '금리 인하', '양적완화', '복지정책', '세금 감면'과 같은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그 결과 바이든과 트럼프 2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었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지적대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부유층이 독점하지만, 인플레이션의 비용은 대중이 지불한다. .......... 실제로 연준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미국에서는 극심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급기야 2015년에는 상위 1%의 자산이 하위 90%의 자산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책 p.47).


문제는 이런 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을 교묘히 활용했고,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이민자·외국인 노동자에게 돌리며 극단적인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관세정책을 선택했다.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불균형 때문인 양 호도하여 불만을 외부로 전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수탈적 정책이 앞으로 더 노골화되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엔드 게임'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미국이나 전 세계는 세계화와 교역 확대 덕분에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 막대한 양적완화를 해야만 파국을 면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최근 미국 국채 이자 비용은 국방비를 넘어섰는데, 이는 패권 국가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채권을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유럽 등은 오히려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어 금리 급등 위험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엔드 게임'의 상황에서 최근 2025년 6월에, 미국은 자국 채권 판매를 위해 그간 부정적이던 스테이블 코인을 합법적으로 인정·권장하는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천재적인 대안으로 여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법안이 전 세계적은 금융 경제의 흐름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책을 몇 권 주문했다. 아무래도 '지니어스 법안'으로 인해 전 세계는 새로운 금융질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테이블코인.jfif 전 세계는 이제 하나의 통화를 사용할지도 모른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이해는 이제 필수다!


3장, 세계 경제 지각 변동


트럼프는 1기 정부 때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그리고 바이든은 2022년 8월에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다시 트럼프 2기는 '관세정책'을 통해 다른 나라에게 징벌적인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징벌적인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세수를 확보하고 무역 적자를 만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호감도를 낮추고,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관세가 높아지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려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자국의 기업들이 생산비 증가로 고통이 가중될 수도 있다. 또한 무엇보다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한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제국주의적인 이미지 없이 전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큰형님의 이미지로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정책에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호감을 가지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반도체 및 자동차, 선박과 같은 핵심 공장들을 대거 미국 현지에 짓게 됨으로써 엄청난 일자리가 미국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가 축소되어 청년실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캐나다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언행에 상처를 입고 미국 상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고,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에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미국에 공동으로 저항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 강력한 달러 패권과 군사력, 기술 패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다 보면 패배로 인해 상처를 입는 경우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때 든든한 동맹이 있다면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미국을 지켜주겠지만, 모두가 적이 된 상태라면 미국이 다쳤을 때 아무도 지원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동맹 없이 싸운다는 것은 단 한 번도 패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 p.165).

한편, 저자는 미국이 제조업 부활에 집착하는 이유를 중국과의 실질적 무력 패권 전쟁 가능성에서 찾기도 한다. 자국의 정치적인 기반을 견고히 하려는 목적 외에도, 중국과의 패권정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무기뿐 아니라 장기간 물자를 공급할 제조업 기반이 중요하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미국은 제조업이 붕괴되어 있어 장기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제조업 부활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 우리나라가 제안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가 될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수탈적인 관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과거 로마제국이 그런 과정을 거쳐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구체적인 예시를 든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 이면에 드러나는 약점을 활용하여 패권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몸부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벌어질 관세와 금융, 기술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정책을 원안대로 고집하기도, 그렇다고 별다른 성과 없이 완전히 백지화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책 p.135).

이 같은 트럼프 정책에 미소를 짓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시진핑 주석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규모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돌아온 특급 인재들이 가뭄의 단비와 같았을 겁니다....... 그리고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들에게 최고 500만 위안(10억 원)의 정착 지원금을 주고 최고 2억 위안(390억 원)의 연구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이때 미국에서 돌아온 인재들이 지금 중국의 AI, 반도체, 바이오 혁명을 이끄는 핵심 인력이 됐습니다." 책 P. 185


최근 KBS 다큐멘터리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돈이 몰리는 곳에 인재가 몰린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며,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이래저래 전 세계는 미중 패권 전쟁의 알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그 패권 전쟁의 와중에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춘추와 전국시대를 가르는 기준은 '의리'였다. 춘추시대는 그나마 천자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시대는 오직 제후들의 약육강식이 지배했다. 이제 전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앞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다.


4장, 재편되는 세계 질서


마지막 4장은 바로 '재편되는 세계 질서'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질서 안에서 우리나라의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은 덤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 강대국은 다른 나라의 부를 강탈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세계화는 이제 끝이 났다. 모든 나라들은 치열한 각자도생의 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일한 대응은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한민국은 특히 더 예외가 아니다. 영원한 우방은 없다. 미국이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북극항로의 이권을 염두에 두고, 가장 가까운 이웃인 캐나다와 척을 지기도 하고 그린란드롤 편입시키겠다는 야욕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가장 최근에는 석유 패권을 장악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지난 40년은 잊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 장려', ' 과잉생산과 덤핑'으로 밀어내기 전략은 물론 '엄청난 과학기술 양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절대로 패권을 놓지 않으려 또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인가?


어쨌든 미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 하나하나는 곧 전 세계적인 경제와 정치 및 사회 환경에 엄청난 여파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나라는 최근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기존의 경제 발전 단계들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놀아운 도전을 거듭했기 때문에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말 시작된 AI혁명은 도전조차 해 보지 않고 스스로 포기해 버린 상태입니다. 과거 완전한 불모지나 처참한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 낸 놀라운 기적들을 생각해 보면 AI혁명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경제 부활을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AI혁명이나 로보틱스, 바이오 등 미래의 혁신 산업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면 수년 안에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책 P. 276)


결론적으로, 『세계경제 지각변동』은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개인과 국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한다. 스테이블 코인부터 AI혁명까지, 변화의 흐름을 읽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과제다.


국가는 물론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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