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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by 양심냉장고 Mar 16. 2025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한 사나이가 있었다. 


우물 속을 바라보면서, 

부끄럼 많은 자신이 보기 싫다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멀리, 가던 길도 마다하지 않고 

친구의 안전한 잠을 염려하면서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가는 착한 마음을 가졌다.


보내주신 땀내 나는 학비 봉투의 소중함을 알기에

늙은 교수의 강의마저 빠지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누구도 그를, 외향적이거나 강인했던 반골로 기억하진 않았지만 

그러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강했던 사람이었지.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꽃같은 피를 

어두워져 가는 하늘 밑에 흘리겠다고도 했다. 


잔잔하고 인자한 미소 아래 굳게 다문 입술.

차가운 감옥의 생체실험실에서,

해방을 불과 며칠을 남기고서는,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나의 마음 문도 조금은 열어주고 가기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이 가득차고,

나의 이름자 묻힐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기를.


윤동주(1917~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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