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선 시인
매운 계절의 채찍,
하늘마저 지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서
그는 이제, 어데 무릎 꿇을 곳조차 잃었다.
이육사는 어떤 맘이었을까?
그만 두자.. 이제 그만 하자.
회한의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 한들 누가 '나'를 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이육사를 강인한 사람으로 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사람으로 생각한다.
의열단 가입과 투쟁, 그리고 오랜 옥살이를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 '광야'에서 느껴지는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 '절정'에서 지친 마음을 읽는다.
그는 분명 수없이 갈등을 한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회유에 자기 맘을 팔고 싶었을지 모른다.
왜 이육사라고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
그러나, 그는 어떻게 힘든 시간을 버텼을까? 그의 마음을 지킨 신념은 무엇이었나?
감옥에서 돌아서고 싶을 때마다, 어떻게 견딜 수 있었나?
그는 눈을 감고 자기에게 말했을 것이다.
'원록'아 힘들지?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겨울이 강철처럼 보여도, 조금만 더 버텨 보자! 겨울의 본질은 '무지개'일 뿐이다.
'무지개'일 뿐이다. 곧 비가 그치고, 해가 뜨겠지!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이육사는 차가운 감옥에서 그 말을 되뇌며
지친 몸과 마음 이끌고, 1944년 먼 길 갔다.
광복은 불과 1년이 남았다.
나를 바라보는 육사의 눈이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입니다.
이제 그만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서 내려오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