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책읽기 - 독서모임 3 '나'와 '너', '우리'를 위한 심리학
외롭고 불안한 사회
현대사회는 1인 가족이 급증하는 사회다. 옛날 농촌과 같은 공동체 문화는 사라지고, 아파트 철문 속은 철저히 닫힌 공간이 되었다. 이웃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시대이다.
현대사회는 더욱 복잡하고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한데, 개인들의 삶은 더욱 파편화되어 외롭다. 옛날에는 대가족이 중심이 되어 한 마을을 이루어서,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그 안에서 인간관계를 배웠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한 아이을 같이 키웠고, 집 안에서는 많은 형제들이 협력하고 배신하고 갈등하는 속에서,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방법과 규칙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외롭고 불안한 시대이다. 사람들은 외롭고 불안하면 믿고 따를만한 것들을 찾기 마련이지만 어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꼰대만 남았다. 카리스마있는 지도자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양극화된 선동가들이 판을 친다. 보편적 신앙과 사랑이 넘쳐야 할 종교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맹신과 주술이 판을 치며 선량한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그래서 각자 도생의 시대라고 말한다.
각자도생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 하지만,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관계는 더 어렵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공동체 생활이 멈춘 적이 있었기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배우지 못하거나 또는 역설적으로, 어울려서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만의 공간으로 퇴행하여, 복잡한 인간관계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어설프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관련된 강의가 그래서 인기폭발이다. 김창옥 강사의 소통 강연은 언제나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외에도 육아문제나 입시문제, 정치나 경제 문제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내용들이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들 열심히 살면서도,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불안한 것이다. 집단주의 경향이 강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본인이 남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아닌 듯한 답답함과 불안감이 밀려올 때, 이를 위로할 수많은 방어기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장 흔한 방어기제로는 '회피'라는 심리가 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드라마에 몰입한다. 스포츠에 열광하기도 한다. 최근 마약인구가 급증한다는 뉴스도 그만큼 현대인들이 불안하고 답답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회피'는 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살률 1위 국가이다. 출산율은 꼴지인데 자살률은 1위라는 것은 분명 위험한 신호다. 생명의 욕구보다 죽음의 욕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경고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령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사회에서 심리학이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그러니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명령 앞에 '나는 누구인가' 진지하게 질문하고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불안과 답답함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자.
프로이트, '나의 '무의식'을 발견하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많이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귀신이 들린 것으로 이해하고 축신을 위한 수단으로 병든 사람의 몸을 때리거나 위협하는 방법이 많이 동원되었다.
그런 와중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치료방법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정신과 의사였던 프로이트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를 진료하던 중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낸 것이다.
인간의 좌절된 욕망이 알 수 없는 심연의 공간으로 가라앉았다가, 인간의 의식이 방심하는 사이에 활성화되어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정신병 치료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정신병 치료는 물론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화현상을 해석하는 수단으로서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마르크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인물로 평가된다.
물론 프로이트 이론은 당시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아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인간의 욕망을 성욕의 관점으로만 분석한 것은 당시 윤리로서 용납하기 쉽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한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정을 성적 욕망의 대상에 따라 '구순기'와 '항문기', '성기기'와 '잠복기', 그리고 사춘기라 할 수 있는 '생식기'와 같은 단계로 구분했는데, 특히 성기기에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경우는 매우 신박하면서도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갓난아이는 어머니를 성적으로 욕망하며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너무 강한 아버지가 두려워 거세불안을 느끼고, 결국은 아버지를 롤모델로 여기고 복종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 이론은, 한 인간이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회규범을 어떻게 배우는지, 그리고 욕망의 절제와 금기를 통해 어떻게 문화와 규범이 만들어지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심리학을 과학에 준하는 학문으로 올려놓았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 인간이 겪는 정신적, 신체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기에 치료하는 처방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인간의 정신적 질병은 억압된 성적인 욕망이 무의식 안에 잠재된 결과이며, 이렇게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인 '콤플렉스'를 언어(말)로 풀어내면 된다는 것이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핵심이다.
다만 억압된 욕망은 쉽게,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의 의식(이성)은 무의식을 계속 억압하고 검열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의 성적 욕망은 이성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상징과 비유를 통해 그 형체를 드러낸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분석하기 위해 『꿈의 분석』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꿈이야말로 인간의 이성이 가장 무디어진 순간, 이성의 검열이 가장 완화된 순간에, 무의식으로부터 올라오는 인간 욕망의 실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예술도 이러한 무의식적 욕망의 변형된 표현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기에, 이후 그의 제자들이나 동료들 중에는 '무의식'에 담긴 것이 '성적 욕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이라고 주장한다.
'칼 구스타프 융'과 같은 이는 무의식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것이 오랫동안 인간의 문화 속에 잠재된 '집단 무의식'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라깡과 같은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는 수많은 정신병 환자를 치료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 이론을 재해석하였다.
어쨋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 발전하면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지만, 초보자들에게는 김형경의 『사람풍경』이나 정신과 의사인 유범희의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와 같은 책도 편하게 읽기 좋을 듯 하다. 이런 책들로 배경지식이 넓어지면, 더 어려운 책들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긍적으로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면서, 실제로 자신의 정신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날 자신의 상처와 만나고 치료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넘어 '너'와의 인간관계를 이해하기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면, 다음으로는 '너'라는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신만이 가진 능력이다. 인간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다. 궁예와 같은 사람은 '관심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추리할 수는 있다. 특정적으로 반복되는 말과 행동을 분석하여, 그런 말과 행동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보는 것이다. 행동심리학이나 범죄심리학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분석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관계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관점에서 쓰여진 책들이 많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대중서적으로 『김경일의 지헤로운 인간생활』같은 책도 읽기에 좋다. 여기서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함으로, 나를 넘어 너를 이해하면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2부는 '온전한 나로 서기'이며, 3부는 한발 더 나아가기'이다.
1부는 상대방의 감정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리커트 척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감정마다 7개의 눈금척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감정이 예민한 사람은 2개 정도의 눈금만 갖고 있어 이러한 경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인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인데, 민감한 정도도 달라 아주 예민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다름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 때면 화를 내거나 미안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용기를 우선 가져보라고 한다.
나와 남의 말을 옮기고 다니며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은, 자존감이 약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좀 안쓰러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때문에 함들다면, 나는 너와 좀 다르다는 말과 행동을 '넛지' 형식으로 넌지시 말하라고 한다.
허영과 가식을 잘 하는 사람은 내면에 깊은 불안이 있는 것이며, 관점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님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을 포용할 줄 알면 더 완벽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부 '온전한 나로 서기'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이다. 먼 훗날의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 느껴야 하는 사소한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강력한 쾌락과 행복은 그것이 사라질 때 공허감이 더 크다. 연예인들의 삶을 보면 된다. 강력한 쾌감보다는 사소한 기쁨을 더 자주 느끼라는 것이다. 특히 이타적인 삶 속에서 사소한 행복과 창의성이 넘친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으면 남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낙관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인정하듯이, 본인이 먼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직업과 상관없는 문화활동에서 성취하고 인정을 받는 경험이 필요하다. 글쓰기, 음악, 미술, 스포츠와 같은 취미활동도 유익한 경험들이 될 것이다. 그럼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긴다.
조던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첫번째 원칙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것은 먼저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다. 그럼 실제 힘도 세지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한다. 이를 '체화된 인지'라고 한다. 물리적 환경이 우리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상대방과 쉽게 친해지려면 자기 마음을 담은 물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말한다. 내 마음을 전달한 '땅콩 가라멜' 하나가 인간관계를 매우 부드럽게 만든다. 피부는 제2의 뇌라는 말이 있다. 신체 접촉은 애착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요즘같은 파편화된 사회일수록 직접적인 신체접촉이나 선물을 수단으로 이어지는 간접적인 접촉도 사람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알아내고 거르는 방법도 소개한다. 그건 '도와달라고' 용기를 내서 직접 말해보는 것이다. 그런 부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것인지 친해지려는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것이라면 단호해져야 한다고 한다. 그렇 않으면 '학습된 무기력' 속에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도 있다. 거절할 수 있는 단호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조건 착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어떤 결정을 단호하게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이 결정하기 보다 타인이 내린 결정을 따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결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결정은 꼭 필요하다. 좋은 결정을 내리리면 먼저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잘못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3부는 '한발 더 나아가기'이다. 부제는 '삶에 긍정 에너지를 더하는 법'이다. 그 방법으로 소통능력과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IQ와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술인 소통능력과 낙관적인 삶의 태도이다. 낙관적인 태도는 낙천적인 성격과는 다르다. 낙관적인 태도는 관점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를 가지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 될 것이라는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이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그것은 바로 '접근동기'와 '회피동기'이다. 단기적인 목표 아래 실수 없이 집중해야 할 때는 회피동기를, 장기적인 목표 아래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는 접근 동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를 혼동하여 접근동기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피동기를 사용하면 조직 안에서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거나 꼰대같은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인간은 인지적인 구두쇠이다. 선택과 결정을 위해 많은 생각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직의 리더는 빨리 하라고 무작정 재촉할 것이 아니라 대안1, 대안2와 같이 구체적인 방법들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차근차근 결정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장 내에서 팀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리더는 일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거나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사람이다.
리더들이 팀원들과 인간적인 신뢰가 형성되면 웬만한 일도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불합리한 명령에도 심사숙고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를 수 있으니 리더는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소개한 모든 내용은 절대로 인간관계에서 100% 신뢰할만한 진리는 아니다. 인생은 또한 매뉴얼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메뉴얼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한 번 읽고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나'와 '너'를 넘어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
이제 끝으로 하나 더 소개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나와 너를 넘어 우리를 이해하는 사회심리학 책이다. 이 책에는 '행동주의 심리학', '권위 앞에 복종하는 이유', '방관자 효과', '애착 심리학',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마약 중독의 원인',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 '가짜 기억 만들기', '기억의 메커니즘'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이 많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다양한 실험과 함께 그 결과를 통해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문학을 위한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결과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다 분석하고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고 지루한 일이 될 것 같다. 아주 간단히 핵심내용만 소개한다.
1장은 처벌과 보상을 통해 한 인간을 완벽히 통제하고 학습시킬 수 있다는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이다. 특히 이런 믿음으로 자기의 딸을 양육하는 상자에 가두어 길렀다는 오해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한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한 인간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해 전체주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특히 의학이나 교육학에서 여전히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장은 권위 앞에 복종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천기충격실험이다. 실험설계자의 권위적인 명령에 따라 450V의 전기충격 버튼을 누른 사람은 65%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의 결과는 악의 평범성은 물론 누구나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히틀러와 같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3장은 뉴욕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제노비스 사건'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38명이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모두의 책임은 무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대응 시간이 지체될수록 방관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참고로 제노비스 사건은 이후 지나치게 언론사에서 과장한 사건임이 밝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어쨋든 방관자효과는 사실로 밝혀졌다.
4장은 해리 할로의 애착 실험이다. 인간의 애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밝히고 있다. 원숭이는 먹이를 주는 대상보다 따뜻한 촉감을 주는 대상을 훨씬 더 선호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먹을 것보다 신체접촉을 통해 애착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아원에서 많은 영유아가 사망하는 원인도 먹을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스킨십이 없어서라는 것도 관련이 있다.
5장은 인지부조화 이론을 소개한다. 거짓말 실험에서 20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1달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말이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더 많이 믿는다는 것이다. 겨우 1달러를 받고 거짓말이나 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피실험자는 결국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고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는 사이비 종교의 종말론과 같은 현상이나 중공군이 미군을 세뇌하는 과정에서도 입증이 되었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는 이러한 인지부조화 이론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6장은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이다. 로젠한을 포함한 8명의 정상인이 정신병으로 진단을 받고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지낸 과정을 통해 그 당시 정신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전적이고 짖궂기도 했던 실험은, 결과적으로 정신병 치료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7장은 약물의 중독이 약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쥐공원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는, 약물 중독의 원인이 약물 자체의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환경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니코틴의 중독성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불안한 환경때문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마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장은 기억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는 실험을 통해 기억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재판과정에서 증인의 진술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9장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알려준다. 해마가 제거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을 통해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부위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해마가 제거되어도 장기기억은 남아있었다. 칸델이라는 심리학자는 어떻게 인간의 기억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기억을 촉진하거나 기억을 제거하는 약물의 가능성을 찾게 된다. 물론 이 약물의 윤리성은 여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0장은 드릴로 뇌를 뚫어 뇌를 조작하는 실험의 기원을 알려준다. 인간의 정신병을 심리상담이나 단순한 약물치료가 아닌, 뇌엽절제술과 같은 물리적 방식이 어떻게 시도되어 왔는지 알려준다.
이상으로 아주 거칠게나마 책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가장 좋은 것은 흥미가 있는 부분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다. 이 책은 10개의 장이 모두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마다 찾아 읽으면 될 것이다. 오랫동안 인기가 많은 책이니만큼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회심리학에 입문하기 알맞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