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영업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에 필요한 말 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고, 외적으로도 비리비리해서 약해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지금까지 내가 내왔던 성과는 팀 내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혹자는 이런 날 보고 外柔內剛(외유내강: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속은 곧고 굳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저 어떻게든 이 일에 익숙해지고, 평균보다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쳤을 뿐이다.
영업을 하면서 1등 욕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는 나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것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을 겪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왔다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번 글에서는 우왕좌왕하며 배운 영업 스킬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세일즈 Part 1. 제품
제품에 대해서는 많이 알수록 유리하다.
영업담당자는 제품의 임상, 허가사항 및 급여기준, 가격, 투여 방법 그리고 경쟁품 현황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영업담당자로서 이러한 기본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당연한 일을 왜 굳이 강조하는 것일까?
실제로 영업담당자는 제품 판매와 고객 관리라는 주 업무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기본인 제품 정보 숙지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도 제품정보 숙지는 개인 역량의 부분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비전공자인 경우 배의 시간을 들여야 전공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의 배경지식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주말에 따로 제품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너무 어려워서' 울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력도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여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연차가 쌓일수록 요구되는 업무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고객 면담을 기다리는 동안 제품 공부를 한다. 이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시간 절약도 되고, 고객의 질의에도 웬만하면 즉답이 가능하기 때문에 면담에 자신감도 생긴다.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팀 내에서 제품 교육을 도맡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타의적으로라도 공부를 하게 되어 있으니 제품에 대한 지식이 저절로 쌓이게 된다. 자발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제품 지식을 숙지하는 것은 영업의 기본 사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다.
메시지 만들기: 제품의 강점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라.
제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핵심 메시지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것이 좋다.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마케팅과 영업부가 함께 메시지를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3개에서 많게는 5개 정도이다. 나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초기에 제품의 핵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물론 단순히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를 세분화한다.
예를 들어, “OO제품은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여 기존보다 더 짧은 시간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있다면 직장인, 자영업자,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내원하는 분들에게 OO제품의 이점이 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치료 효과만큼이나 치료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읽고 보니 별 거 없지 않은가. 이 별 거 없는 메시지를 백 번, 천 번 반복하여 어떻게든 고객이 OO제품과 메시지를 기억하도록 만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고객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실적 상승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세일즈 Part 2. 고객
고객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영업과 마케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직이다. 마케팅 부서의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역할을 영업부에서 하기 때문에 두 부서 간의 원활한 의견 조율과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본인 거래처에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내부의 지원을 많이 이끌어 낼수록 효율적인 고객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본인 고객이 주요 학회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커뮤니티 내 참여도와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한다. 이후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마케팅 담당자를 본인 고객과 면담하도록 하고, 강의 연자로 섭외할 것을 추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미 해당 분야의 주요 인사는 전사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본인 고객을 내부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이들 또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회사의 프로그램이나 강연 기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자사 제품과 담당자, 회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담당 제품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반복해서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제품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 그 고객들 중심으로 사내 강연, 그룹 강연 등을 기획했다. 이렇게 지역 내, 세대 내 영향력을 넓히다 보면 회사에서도 향후 회사의 중요한 마케팅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인원으로 그들을 고려하게 되며, 이 경우에는 제품경험이 풍부한 고객들은 해외 유수의 의사, 연구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도 만들어 그들의 영향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넓힐 수 있게 하였다.
이런 끝에 가장 중요한 매출 증가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자.
영업을 막 시작하던 때 어느 고객이 해 준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나에게 지침이자 걸림돌이었다.
그 고객은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신입이었던 나는 그 고객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정말 발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고객이 나에게 "영업사원을 하려면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제품이 주는 이점이든, 그것이 아니면 부수적인 정보이든 그 무엇이라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가져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바쁜 시간을 뺏는 사람으로만 인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때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항상 '내가 고객이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영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제품 정보는 물론 해외 학회가 있을 때면 비행기 편부터 그곳의 날씨와 맛집까지 사소한 것이라도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
다시 생각해도 그 말로 인해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나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바쁜 시간을 뺏는 사람'이라는 대목에 묶여 고객 면담을 되도록이면 짧게 마치려는 성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면담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지만, 때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진행되는 제품설명회, 자문 또는 강의를 통해 고객의 견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예전에 비해 제품설명회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업에 정답은 없다지만 각자 최선의 방법은 있을 것이고, 지금도 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세일즈 Part 3. 성과
영업 잘하는 사람을 흉내 내라.
주변을 보면 영업을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어찌 보면 다들 경쟁자이지만 업계의 베테랑들을 볼 때면 항상 감탄을 먼저 하게 된다.
얼마 전 알게 된 영업담당자를 보면서 '고객 면담을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객에게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정중하지만 끈질기게 묻기도 하고, 제품 설명도 핵심만 짚어서 깔끔하게 잘한다. 경력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 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영업 노하우를 하나씩 배운다.
이런 영업스킬은 대부분 사수에게 배워 자기의 스타일로 변형시킨다. 그래서 영업스타일에서 각 회사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 다국적 제약회사에 일할 때 하던 영업은 회사를 옮긴 후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 맞는 기존과는 다른 영업스타일로 무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옮긴 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의 영업 고수들을 잘 관찰했다가 어깨너머로 배운 그들의 영업노하우를 고객들에게 활용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업에는 딱히 정해진 답이 없다.
각자에게 맞는 영업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다만 평소에 많은 영업베테랑들의 노하우를 관찰했다가 시기적절하게 본인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이 일에 적응하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리스크 관리를 매일 하라.
경력사원 면접 때 '지금껏 겪은 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실적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거래처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사원으로서 맞는 '위기'는 대부분 외부환경(고객 변경, 경쟁품 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고객과 거래처 관리를 면밀히 한다면 회사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위기는 피할 수 있다. 평소 위험관리가 잘 되었다면 최소한 '위기'에 대응할 플랜 B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급적 고객 면담을 일정한 기간 이내로 계획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간격을 유지한다. 무사태평(?) 한 시기에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올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위기 시에는 위험 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주기적인 고객 면담과 거래처 관리를 통해 위험 요소 파악이 늦은 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엄청난' 위기를 겪은 적은 없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매일 리스크를 관리하면, 실적 향상의 기회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피드백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자.
고객과 신뢰를 쌓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고객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실무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다.
특히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면 더욱 신속하고 정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답변을 차일피일 미룬다. 고객에게 거절을 말하기가 부담스럽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변을 기다리다 지쳤는데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어떤 상황인지 금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고객에게 거절을 말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고객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고객 문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고객을 오래 기다리지 않게 했다는 점에서 다음 제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고객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피드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본인의 성과를 모두가 알게 하라.
신입시절 나를 채용했던 전무님과 우연히 한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무님은 일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전무님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일을 잘해야죠.'라고 했다. 경력이 쌓인 지금 그 말을 돌아보니 그때 전무님이 했던 말이 직장생활의 '거의'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거의'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일을 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값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성과를 냈을 때 주변 모두가 그 일을 알아야 한다. 특히 상급관리자를 포함한 관계된 모든 관리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약영업의 경우 외근이 주된 업무이기에 관리자와 마주하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본인이 하는 일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성취한 점에 대해 직속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주기적으로 수단을 가리지 않고 보고해야 한다. 여기서 보고란 형식을 갖춘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자주 의사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덧붙여 정말 강조하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팀 전체가 알 수 있도록 상황 보고 등의 메일을 전체 수신으로 보내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유관부서 사람들까지,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린다.)
이 점은 나의 취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생활, 특히 영업에서는 그 무엇보다 잘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과 평가는 상급관리자가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일만 잘해서는 높은 고과를 받기 어렵다. 고과 평가에는 성과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활동, 개인의 영향력 등도 포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관리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뛰어난 사람이 더 노력한다.
신입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하며 일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따라 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일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허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일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노력하고 성실하며 본인의 목표를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선배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을 참 쉽게 하는 것 같은데 팀에서 항상 최상위 영업실적을 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영업을 저렇게 잘하는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객을 설득한 방법이 무엇인지 물으면 선배는 '운이 좋았다.'라는 말 이외에는 말을 아꼈다.
그러던 중 그 선배의 거래처 중 한 곳을 내가 담당하게 되면서 선배의 노하우를 알게 되었다. 선배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아침 7시에 거래처 안에 있는 카페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유인 즉, 면담하기 어렵기로 손에 꼽히는 고객이 매일 아침 7시에 그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 중 그 시간이 유일하게 그 고객이 한가한 때이기에 조금 여유로운 면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배는 3년 동안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고객을 찾아갔던 것이다. 선배는 당연한 듯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는 고과에서도 최고 수준의 평가를 3년 연속받고 초고속 승진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 선배를 여전히 '운이 좋은 사람' 정도로만 알고 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의 숨은 노력을 아는 나는 그것이 당연한 결과로 생각되었다.
그 이후 일 잘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다들 남들보다 배는 노력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영업 센스를 타고 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을 잘하려고 공을 들이다 보면 그 센스도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 업무도 다른 업무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이 노력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