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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3. 2021

나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성공은 종종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달성된다.

1883년 여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가난에 시달리던 집안에서 12남매라는 엄청난 수의 가족과 지냈던 그녀는, 외가에서 받은 돈을 유흥가에서 흥청망청 날려먹고 가족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수녀원에 딸린 고아원에 버려진다.


유년기를 수녀원에서 보냈고,

어른이 되어서도, 자존심과 독립심이 투철하여

평생 남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를 '매춘'이라 비유하며 거부했다.

본명,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

'코코'라는 이름은 샤넬이 가난하던 시절 변두리 술집에서 노래 부르던 시절, 자주 부르던 <Ko Ko Ri Ko>와 <Qui qu'a vu Coco dans le Trocadero>라는 노래의 가사에서 따온 예명이다.

정작 자신은 그 시절이 떠올라, '코코 샤넬'이라 불리는 걸 죽을 때까지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메종 샤넬' 브랜드 창시자.

디자이너 이름으로 출시된 최초의 향수 샤넬 No. 5,

심플하고 짧은 최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어깨로 메는 최초의 핸드백 샤넬 2.55,

코르셋이 필요 없는 ‘가르손 룩’등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스타일을 만든 주인공,

20세기 여성 복식의 자유와 해방을 선도한 최초와 혁신의 아이콘, 코코 샤넬의 이야기이다.


꽃다운 미모를 자랑하던 젊은 시절의 샤넬

'코코'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된 과거일에 대해 설명했다시피,

원래 그녀는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직업은 가수였다.


그렇게 수많은 오디션을 보며 뒷골목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지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코코 샤넬은 가수를 꿈꾸며 오디션을 봐왔지만 보는 족족 떨어졌다.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한 그녀는 아주 우연히 모자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우연히 만들어본 모자는 그 당시에는 보기 힘든

단순하고 멋진 디자인이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모자 아뜨리에를 열었고 이후 파리에 모자 전문점을 오픈하게 된다.

이것이 누구라도 한 번쯤 관심을 갖는다는 유명 패션 브랜드 '샤넬'의 시작이었다.


모자를 만들고 디자이너로 발을 디딘 것이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던 것처럼 의복을 디자인한 것도 자신의 꿈이나 바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모자를 만들고 옷을 디자인하게 되자 그녀는 달라진다.

정식으로 디자인 공부를 했던 디자이너들이

고객의 취향에 맞춘 패션을 선보인 반면,

그녀는 그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한 옷을 디자인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그녀는 여성복에 대한 유럽의 전통,

코르셋을 많이 이용했던 1900년대의 패션계의 흐름을 거부한다.

왜 여자들은 비실용적인, 쓸모없는 복장을 고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를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한다.

그래서, 당시 애인이던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고향 영국에서 남성용 정장의 소재를 여성복에 적용하여, 스포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현대적 여성복 '샤넬 슈트'로 패션계를 발칵 뒤집는다.


간단하고 입기 편한 옷을 모토로 하는 디자인 활동을 시작하여 답답한 속옷이나 장식성이 많은 옷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패션계에 던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사실 그녀의 철학에 대한 반영이 아닌, 그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센스에서 나온 것이었다.

원래 마르고 볼륨감이 전혀 없던 샤넬은

자기 몸매를 큰 콤플렉스로 생각하고

이를 커버하기 위한 여성적인 디자인을 많이 만들게 된다.

그렇게 흐름을 타기 시작한 그녀는 1921년 본점을 캉봉 31번지로 확장한다. 이후 샤넬은

조향사 에른스트 보와 함께 샤넬의 첫 향수인 <No.5>, <No. 22>를 발표했다.

이때 극작가였던 장 콕도, 화가인 피카소,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 등이 주최한 살롱에 출연한 샤넬은 사교계의 거물이 되었다.


1924년부터 6년간 교제하던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만난 샤넬은 공작의 보석 애호 취미에 영향을 받아 모조 보석을 사용한 주얼리를 발표한다.

앞서 설명한 샤넬 슈트도 발표해 1934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샤넬은 공작과 헤어져 여러 디자이너 및 유력자들과 사귀었는데 그녀와 사귄 남자들은 모두 급사하거나 파산하는 미스터리 한 공통점을 보인다.


그녀가 실제로 자신의 미모를 활용하여 언제나 영향력이 대단한 부자인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다던가

유대인이던 동업자가 개발한 샤넬 향수를

딱지만 붙여놓고 내쫓아다던가

나치를 지지한다는 노골적인 선언으로 프랑스에서 전범으로 찍혀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처칠의 도움으로 겨우 스위스로 도망갔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실제로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15년간 샤넬은 프랑스 패션계를 떠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크리스티앙 디오르로 대표되는 남성 디자이너들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디자인으로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본 샤넬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다시금 자신의 실용주의 철학을 내세우며 패션계에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패션에 프랑스 언론은 진부하고 고루하다며 혹평을 내놓는다.


거기서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미국에서 그녀의 패션에 대해  '패션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할리우드의 스타들 또한 샤넬의 옷들을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릴린 먼로가 잘 때, 아무 옷도 걸치지 않고 샤넬 No.5 향수만 뿌리고 잔다고 했던 전설적인 멘트는 그녀를 미국에서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샤넬의 패션은 다시금 유행의 중심이 되었으며 코코 샤넬도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말년의 코코 샤넬

그녀는 87세에 잠시 누워있겠다고 가정부에게 말하고서는 잠들듯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잘 나가던 액세서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파업농성을 벌이자 그녀는 모든 직원들을 해고해버리는 기행을 벌인다.


고아원에서 자라 제대로 된 패션 교육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다고 비난만 받던 그녀가 우연히 제작해 본 모자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그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여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그녀는 물론 그녀의 주변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보석을 모으고 좋아하던 영국 남자 친구의 취향을 통해 영국 남성복을 여성복에 적용해보고 모조보석을 이용해서 액세서리를 옷에 적용하고

그 모든 것들은 그녀가 늘 노력하고 공부한 결과였다.


당신이 당신의 인생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아무리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도

인생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을뿐더러

변수는 어디에서고 터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는 것부터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수많은 선택지에서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결국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임을 우리는 안다.


샤넬이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치르는 동안

세상은 격변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녀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격변하는 전쟁터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녀만큼 환경에 맞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최선의 게이지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그녀의 삶 곳곳에는 녹아 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전쟁처럼 살았던 그녀는

누구보다 독립적이었고 자주적이었으며

창조적이었다.


그런 평가를 받기 위해 딱히 노력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견뎌냈고 이겨낸 것이다.


당신의 고단한 하루하루가

그저 죽지 못해 사는 하루하루가 아닌

당신이 하나하나 성취해나가며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그녀가 했던 것 이상의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수많은 실패를 극복해낸 그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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