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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7. 2021

최강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올림픽을 2연패 한 마라톤 선수, 하반신 불구가 되다.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이다.

올림픽의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경기로 마라톤.

수많은 마라톤의 영웅들 중에서도 우리 세대(?)에

맨발의 영웅으로 불렸던 인물이 있다.

일명 맨발의 아베베.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

에티오피아의 세계적 마라톤 선수이다.

로마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 경기 대회 마라톤 경주에서 2시간 12분 11초 2의 경이적인 신기록으로 마라톤의 올림픽 최초 2연패란 위업을 달성하였다.

아프리카 선수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해발 3000미터의 고지대에서 소를 키우던 목동이었던 그는 그저 달리는 것이 재미있어 달렸었다고 한다.

20살이 되면서 황제의 친위대에 선발되어 부사관으로서 근무했었는데 1950년에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여 1년간 에티오피아군 참전 부대인 강뉴 부대의 대대장 경호병으로 한국을 도왔다.

이후, 1956년부터 스웨덴의 체육 지도관으로부터 본격적인 마라톤 지도를 받게 된다.

정작 처음 출전하여 우승한 로마 올림픽의 대표 선발전에서는 떨어진다.

대회를 앞두고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와미 비라투가 올림픽 출전 보름 전에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엉겁결에 대신 출전하였다.

로마 올림픽은 이전 올림픽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야간에 마라톤을 했는데 아베베가 결승선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통과하자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아베베 비킬라가 껌 씹는 표정을 한 채 맨발로 달려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베 비킬라는 이 대회에서 2시간 20분의 벽을 깨고 2시간 15분 16초 2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다.


우리에게 손기정 옹이 큰 의미를 갖는 것처럼 아베베의 마라톤 우승은 에티오피아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일대 사건이었다.

1935년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은, 무자비한 독가스 살포 등을 앞세우며 에티오피아를 처참하게 유린하여 침략한다.

이후 6년간 에티오피아는 한국이 일본에게 그랬던 것처럼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을 갈구하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아베베의 아버지 역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웠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들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유린했던 이탈리아의 심장에 해당하는 로마에서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에 에티오피아가 우승을 하였으니

로마 황제들이 전쟁에 승리한 기념으로 만든 개선문을 에티오피아의 아베베가 정복한 것이니

그가 에티오피아의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아베베의 금메달은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 최초로 획득한 메달이기에 아프리카에서도 영웅으로서 추앙받았다.

그가 맨발이었던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급조된 후보였기에 당시 스폰받았던

러닝화 중에서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였다고 한다.

로마의 길은, 대부분 아스팔트나 돌길이라 맨발로 달리기엔 약간 힘든 조건이었지만 당시 마라톤화의 무게는 약 400g으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고 오히려 맨발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달리기 좋았다는 말도 있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러닝화를 스폰받아 신고 뛰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주목받던 그는 대회를 40여 일 앞두고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회복에 집중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몸을 만드는 것은 물론, 그런 몸을 가지고 매일같이 강훈련을 하는 것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출전했고, 기존 기록을 3분이나 단축하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를 하면서 부동의 스타로 떠오른다.

그가 우승할 가능성이 없다며 도쿄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에티오피아 국가를 준비하지도 않고 있다가 일본의 국가를 트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그렇게 그는 황제로부터 집과 자동차를 받고,

이례적으로 하사관에서 육군 중위로 특진까지 하게 된다.

그의 인생이 이렇듯 성공만 거듭하였다면 이 글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국민적 영웅을 뛰어넘어 세계적 영웅이 되었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1969년 3월 황제에게 하사 받았던 폭스바겐을 타고 가던 중 길을 건너는 학생을 피하려고 핸들을 틀다가 차가 배수로에 빠지면서 목뼈가 부러지고 척추뼈가 손상당하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결국 그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불구가 된다.

그리고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된다.


전설의 마라토너가 걷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갔다.

하지만 그는 "내 다리로는 달릴 수 없겠지만, 나에게는 두 팔이 있다"라는 말을 하며

다시 재활훈련에 돌입한다.

지독한 재활훈련을 통해 팔힘을 일반인 이상으로 키운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서 1년 만에 영국에서 열린 양궁과 휠체어 경주 대회에 참가했고,

이듬해에는 노르웨이에서 열린 눈썰매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했다.

교통사고는 언제 어느 때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성공만 거듭하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는 것처럼

불행과 실패는 언제고 당신의 순탄한 삶을

집어삼켜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사고를 당하고 똑같은 실패를 겪은 것 같아도 저마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달리는 것이 직업이었던 아베베에게 하반신 마비는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불행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환경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았다.

그리고 그의 인생의 어느 한 날도 의미 없이 보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랬기 때문에 그는 영웅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삶을 살았다.

그가 당신에게 그의 삶 전체를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되 극명하다.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자는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당신에게 남긴 말을 지금 내가 전해준다.  

"최강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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