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힘없고 빽 없는 이들은 어떻게 이 나라에서 살아나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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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오늘 있었다.
항소기각.
2심에 특별히 변동사항이 없으니 기각해 달라는 그 허접한 한전 법무실에서 일하던 변호사 녀석의 요청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본래라면 3천만 원도 안 되는 소액재판, 분기탱천했던 젊은 변호사가 손해배상액까지 3천을 추가하여 겨우 정식 법원에 시비를 가려달라고 제기한 소였다.
한전이 송전탑을 세워 국민들의 위험을 가중시켰으니 그 보상을 하라고 국회에서 법을 제정한 송주법.
자기네 돈 나간다고 어떻게든 거짓말을 하고 미뤘던 직원들의 장난질에 10년에 걸친 싸움에 싸움 끝에 소송까지 걸었더니 뜬금없이 피해 국민은 송주법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거짓말로 농간질을 한 부분은 거들떠볼 필요조차 없단다.
함께 침대를 쓰는 분이 늘 말했다.
세상엔 나보다 더 억울한 일로 평생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사람도 있고, 억울함에 죽음을 맞아 그 억울함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고.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고.
그런가?
정말 그런가?
의사는 수술을 잘못하면 법정에 서는데, 검사와 판사는 수사를 잘못하고 판결을 잘못해서 그 이유로 법정에 서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조차도 검찰에 송치했고 법원에서 판결을 그렇게 했으니 자기가 잘못이 없다며 법정에 서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이 정상적이지 않은 자들의 틈에서 내가 그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가 같이 이익을 공유하고 위에서 명령 내리는 자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잘못한 짓을 공유해야만 이 더러운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 한탄할 수밖에 없다.
어제 밤새 이 불안한 결과의 낌새에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이하고서는 10년에 걸친 이 긴 다툼에서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다시 하나하나 복기해 보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들의 잘못을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덮는 게 맞는 걸까?
이제 방송에 터지든 국회에서 문제를 삼든 한전은 대한민국 법원으로부터 명백하게 증명되었으니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떠들어댈 것이다.
정말로 그러한가?
정말로?
그나마 법을 알고, 그 콘체른의 맹점을 알고 그들에게 칼을 들이밀 수 있는 나도 이런 더러운 기분인데 정말로 돈 없고 빽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을 쌈싸먹는 것이 그들에겐 얼마나 쉬운 일이었을까?
대한민국이 몸서리 사무치도록 정나미 떨어지는 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