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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2

아무리 거대한 사건도 그 시작은 늘 미미하다.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71

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아무리 거대한 사건도 그 시작은 늘 미미하다.


그의 설명은 처음 내가 느꼈던 그대로 아주 명료하고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핵심을 탁탁 짚어 주었다. 그의 직업이 내내 궁금했지만, 설명이 진행되자마자 그의 직업은 바로 알 수밖에 엇었다.


“내가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하나 가지고 주말별장용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교환교수로 해외에 나갈 일정이 생겨버린 거죠.”


시작은 아주 가볍고 아무렇지 않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였다. 늘 그렇지만 아무리 복잡하고 기괴하며 거대한 사건들도 처음은 별 것 아닌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도 시작된다. 말이 특종이지 거대한 사건일 것까지는 아니고 나름 독특하고 뭔가 하루의 보고량을 채울 수 있을만한 사건이면 만족이겠거니 했던 나의 안일한 기대는 천천히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가 교환교수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서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사람의 손이 타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 그의 아내가 그에게 허락을 받지도 않고 몰래 그 별장을 전세로 내놓은 것이었다. 서울 근교의 근사한 전원주택을 전세로 구하겠다는 사람들은 부동산에 입도선매를 해야 할 정도로 귀한 매물이니 내놓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알았더라면 절대 그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일은 없었을 거라며 그는 자리에 없는 아내의 이야기를 하면 쓴 입맛을 다셨다.


그가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왔던 그의 아내가 벌인 일이라 그 상황에 대해 그가 알게 된 것은 전세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아내의 통보를 받고 난 후였다. 그는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계약금을 받았다며 위약금을 내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우기는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그 전원주택에 들어오겠다고 바로 선계약금까지 내놓고 입도선매를 했던 사람은 아기가 한 명이 부부라고 했다. 건평만 70여 평이나 되는 2층 집이었기에 아기가 한 명 있고, 둘째를 임신 중인 부부가 무슨 이유에서 그곳에 전세를 살겠다고 하는지 알 길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아내 역시 그저 별장을 빈집으로 놀리느니 현금을 융통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이었던 터라 굳이 세입자 부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고 했다. 그저 남자가 나이가 많고, 여자가 나이가 어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였고, 아기가 아직 어려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정도였다.


그의 아내가 그에게 알린 것은 그의 별장이 그의 명의로 되어 있어 계약서를 쓰는 시점에는 대리로 그냥 넘어가며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급히 잡느라 계약금을 먼저 보냈지만, 계약서를 정식으로 쓰지 않았기에 계약서를 쓰기로 한 하루 전날에서야 그는 부동산 업자에게 연락을 취해 간략한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했다.


“남자가 목사라고 하더라고요. 안성 어디에서인가 살던 부부인데, 자기들이 전원주택에서 전세를 살아봤기 때문에, 마당 관리는 물론이고 나무나 기타 등등 집안 관리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떠벌이더군요. 목사라는 말도 난 별로였지만, 그가 떠벌이면서 집 관리를 자기가 많이 해봤고 제대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계약을 빨리 하자고 했을 때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게 이상하셨던 거죠?”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어가 물었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목사라고 하는 것들의 민낯을 내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가식 어린 행동이 맘에 안 들었고, 그 선입견을 떼어놓고 생각하더라도 그가 굳이 계약을 서두르면서 자기가 집 관리까지 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건 아마도 아내를 통해서 그 집을 헐값에 전세를 준 이유를 들었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걸 알아서였죠. 집 규모나 상태에 비해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그것도 전세를 내놓았으니 그자와 부동산 업자는 아주 몸이 달아있는 상태였죠.”


“아. 그렇군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이른바 대한민국 기독교 쟁이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 정도로 이야기를 흘렸다.


“그런데 계약을 하기로 한 날에 내가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영상 통화의 방식으로 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이 가서 서류만 챙겨 오기로 했는데, 그날 문제가 터진 거죠.”


“문제요? 무슨...?”


‘벌써?’


바로 그렇게 문제가 터졌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 나이 든 목사의 임신한 어린 아내가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예배당은 2층에 만들고 거기서 예배를 드리면 되겠네.’라고요.”


“예배요?”


나도 모르게 다시 황당한 말이 튀어나와 그의 말을 막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좀 황당해서요. 예배당을 집에서 만든다구요?”


“그러게 나도 그게 지금 기자양반처럼 탁 걸렸던 거죠. 그렇지 않아도 어린아이가 있다고 해서 집의 벽지라던가 이탈리안 벽난로 같은 사고가 생길만한 여지가 여러 가지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걸렸었는데, 대놓고 영상통화에 대고 예배당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거예요. 그래서 바로 내가 부동산 업자를 바꿔달라고 해서, 현행법상 일반 주택에서 예배당을 만들고 예배 행위를 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거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거라고 했더니 빨리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아내려던 부동산 업자가 목사 부부에게 온갖 눈으로 사인을 하고 생쇼를 하면서 둘러대더라고요.”


“예배당을 만든다는 걸 뭐라고 둘러댑니까? 예배는 자기 교회에서 드리면 될 텐데...”


“그게 함정이었던 거죠. 그때는 몰랐는데, 이 사람이 교회를 가진 목사가 아니라는 걸 에둘러 한참을 돌아가며 설명하더니 사실은 무슨 이상한 신학대학원의 교수로 나간다고 말을 얼버무리더라고요.”


“네? 교회가 없는 목사라구요?”


“그때부터 이상하긴 했는데, 어차피 예배당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나는 불법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사실을 당사자에게 들었으니 계약은 이미 파기된 것이라고 말했죠.”


“뭐 당연히 그러셨겠죠. 예배당으로 삼는다는 건 아마도 제대로 된 교단이 아닐 확률이 높은 거고 그러면 집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닐 테니 애써 꾸미신 집이 다 망가질 거라는 우려도 드셨겠죠.”


“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 목사라는 자가 갑자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버럭 눈이 뒤집혀서는 소리를 지르며 악다구니를 쓰는 거예요.”


“네? 뭐라구요?”


“자기가 목사인데 어떤 저주의 기도를 당신네 가족에게 할 줄 알고 그 엄청난 저주를 감당할 생각으로 자신을 함부로 홀대하느냐고 겁박을 하더군요.”


“네?”


어이가 없었다. 대개 정식 교단의 목사들도 범죄에 연루되거나 이상한 짓을 해서 경찰서나 취재 현장에서 만나봤지만, 자기 교회가 없는 이상한 비인가식으로 가정을 이용하여 예배를 벌이는 자는 굳이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아도 빤한 터였다. 그런데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 그런 해프닝을 벌이다니 보나 마나 막장 드라마의 씬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러면 계약이 어그러지면서 사건이 불거진건 가요?”


“아니요. 그 일이 2018년 3월 말의 일이었습니다.”


“네? 지금 2020년 4월인데... 그러면...?”


“네. 부동산업자가 눈앞에 수수료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영상통화를 끊고 별의별 설득과 상의 끝에 계약서에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행위를 할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손해배상액으로 내놓기로 한다는 특약을 적을 테니 계약을 해달라고 한 거죠.”


“그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부동산 업자를 통해서 그들이 주장한 건, 처음 그 목사의 아내가 말했던 ‘예배당’ 건은 그냥 가족들이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 언급한 것이지 교회 예배 행위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패턴이었어요.”


“아, 말도 안 되는데요.”


“그런데 방금까지 저주의 기도가 어쩌느니 하던 인간이 갑자기 싹 사람이 또 변해서 싹싹 자기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지금 계약이 파기되면 이사 갈 곳도 없어 아기랑 임신 아내까지 길에 나앉게 생겼다고 사정을 하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렇게 특약을 넣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된 거죠.”


“음, 곤란하실 만도 했네요.”


“사실 그때는 예비조치를 할만한 게 있었기 때문에 그걸 믿었던 거죠.”


“예비조치요?”


“아무래도 전원주택이고 집이 규모가 있다 보니 집 주변의 보안 문제 때문에 CCTV를 전체 설치해줬었어요. 특히 자동 주차장 앞쪽이랑 넓은 정원을 사방에서 비추는 장면을 해외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 집에 누군가 예배를 하러 교인이랍시고 우르르 사람들이 들락거리면 모를 수가 없는 구조였거든요.”


“아, 그러면 확실하게 증거가 되었겠네요. 그러면 그걸로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겠네요? 그 목사라는 사람이 CCTV를 몰랐을 리도 없구요.”


“아니죠. 알았으니까 문제가 된 거죠. 그때까지는 일이 아직 터지지도 않았을 때였어요.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죠.”


“네?”


그저 저주의 기도를 한 현역 목사 정도의 해프닝을 생각했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그의 한숨이 새어 나오는 표정을 보니 뭔가 계속해서 내 본능이 더듬고 있던 거대한 무언가의 꼬리가 물커덩거리며 잡히는 듯했다.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한 날, 이사를 잘했냐고 잔금 확인하고 서로 인사치레로 영상통화를 하는데, 그 목사가 넌지시 묻는 거예요. CCTV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비밀번호요?”


“CCTV는 당연히 집안에는 설치가 안되어있지만, 거실에 모니터가 있어서 언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거든요. 당연히 범죄나 확인할 일이 있을 때는 3개월 이상 녹화된 화면을 체크할 수 있는 거구요.”


“그렇겠죠. 보안이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거죠?”


“바로 그거예요. 내가 그랬죠. 실시간으로 확인하시되, 만약 뭔가 문제가 될만한 사안이 생기면 경찰에 신고해서 나한테 연락하면 함께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그렇지 않고 문제가 되는 영상을 지우거나 할 목적이 아니라면 비밀번호는 필요가 없는 거라고.”


“그렇죠.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아!”


나도 모르게 질문을 하다 말고 정답이 머리에 떠올랐다. 목사의 입장에서는 화면을 자세히 보니 집 입구에서부터 현관 입구로 연결되는 정원을 사방의 CCTV가 녹화하고 있으니 계약서에 적인 특약대로 만약 성경책과 찬송가책을 들고 우르르 예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찍혀있게 되면 여지없이 거액의 배상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될 테니 그 CCTV의 영상은 언제고 그 화면을 자신이 지울 수 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더니 몇 시간 있다가 일방적으로 카톡이 와서는 그러는 거예요. 자기 부인이 옷 벗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CCTV는 아예 꺼버리고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리 알라고.”


“네?”


“잔금 냈고, 이사까지 들어와 버렸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배 째라는 식으로 증거를 남기는 행위 따위는 원천 봉쇄해버리겠다는 거였죠. CCTV를 켜 둔다는 특약은 없었으니까요.”


“아! 황당하셨겠네요.”


“그렇죠. 매번 사람을 시켜 감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CCTV를 모두 전원을 빼버렸으니 그날로 집의 영상은 볼 수 없었죠.”


띠리리리-


그때였다. 녹음을 켜줬던 내 핸드폰이 울렸다. 선배 기자의 번호가 떴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선배는 어디서 멍하니 노다 거리고 있느냐며 지난번 킬 당한 아이템의 후속 확인 취재가 어떻게 되었느냐며 다그쳤다. 뭔가 사건이 시작될만한 상황에서 이야기가 끊겨버렸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선배의 불호령을 무시할 용기도 내게는 없었다. 알겠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고 교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교수님. 괜찮으시면 명함이라도 주시면 제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나는 공부하는 게 직업이지 사업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명함 같은 건 챙겨 다니지 않습니다. 기자 양반이 명함을 주면, 사건을 정리해둔 온라인 카페주소를 이메일로 보내주리다.”


“사건을 모두 온라인 카페에 정리해두셨어요?”


나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서 다시 되물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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