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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7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1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07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13 -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늙은 목사에게 이끌리듯 다른 방에서 속닥이던 나이 먹은 경찰은 젊은 파트너가 들어오며 하는 말에 움찔하고 놀라며 눈을 찔끔거리며 나서지 말라는 온갖 싸인을 날렸다. 곤란해진 표정으로 추 목사가 말을 버벅거리며 나섰다.


“아니, 그것은...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이고, 아무런 일이 없었어요. 얘들 누가 왜 던지려고 합니까?”


“그러면 녹음된 거 틀어볼까요? 같이 경찰서로 가서 확인합시다.”


교수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눈을 부릅뜨며 따졌다. 추 목사가 찔끔하며 대꾸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우물쭈물 횡설수설했다.


“무슨 이런 일로 경찰서를 갑니까? 그러니까 일단 경찰은 보내고. 지금 다친 사람이 있거나 무슨 사고가 터진 게 아니잖아요.”


그의 목소리가 적잖이 떨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나이 먹은 경찰이 나와 젊은 파트너의 옆구리를 찌르며 뭔가 귓가에 속삭이며 주의를 주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접수하게 되면 우리만 골치 아프다. 그냥 피해상황이 아니면 빠지는 게 나아.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말고 가만히 넘어가자.”


그 말이 교수의 귀에 안 들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그가 그만큼 다급해서 그랬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교수는 그의 뻔뻔한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여기 여기 목사의 친형이라고 사칭한 사람부터 인적사항 모두 확인해주세요.”


“아니, 우리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에요. 왜 우리 인적사항을 확인해요.”


늙은 목사가 교수의 말에 놀라 다른 방으로 도망가듯 경찰을 피해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여전히 나이 든 경찰은 곤란한 표정으로 다시 우물쭈물 수첩을 못내 끄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그 난리통에 이사를 진행하던 이삿짐센터의 직원 하나가 외쳤다.


“여기 갑자기 물이 안 나옵니다. 확인 부탁드릴게요.”


그의 말에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긴 수도가 아닌데? 지하수예요.”


“네에?”


그 난리통에 마지못해 싸인을 맞추듯 늙은 목사를 따라갔던 나이 든 경찰이 수첩을 정리해서 나오며 말했다.


“원하시는 대로 인적사항을 모두 확인을 했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여기 있던 고가의 마블 대리석을 자기네 임의대로 어디에 처분을 했대요. 그래서 변상하던가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변상하겠다고 하다가 이미 우리가 보증금을 다 보냈으니 그 돈에서 배상하기로 한 금액을 보내라. 이렇게 말했더니 돈이 이미 다 갔다는 걸 듣자마자 본색을 드러내고 저주의 기도를 하고 지 분에 못 이겨서 애까지 들고 나와서 던지려고 한 거예요.”


한 마디로 그간의 난리 상황을 정리하는 교수의 일갈이 거실에 퍼지자, 방에서 나오던 늙은 목사와 추 목사의 눈이 공중에서 엉키며 어색한 침묵이 깔렸다.


“네?”


“최소한,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이라구요.”


“아니, 그냐야 버리는 물건인 줄 알고 가져다 버린 것뿐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면 왜 정원 한가운데에 놔둡니까?”


궁색하게 추 목사가 항변이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구시렁대듯 말했다.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요? 남의 물건을 그것도 돌이라서 남자 혼자서는 옮길 수도 없는 대여섯 장이나 되는 대리석을 어떻게 들어다가 왜 버린다는 거죠?”


“......”


추 목사는 다시 입을 열지 못하고 눈먼 껌벅댔다. 그 사이를 다시 교대하듯 늙은 목사가 치고 나왔다.


“우리는 아까도 말했지만, 이 집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에요. 저 사람이 자기가 서울대 출신이라면서 우리를 억누르고 협박하고 그런 거예요. 우리는 배상해준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어요.”


“뭐요? 내 말이 블러핑 같아요? 여기 당신이랑 대화한 거 다 녹음되어 있다구!”


지금도 녹음이 돌아가고 있는 핸드폰을 들며 교수가 외치자 다시 늙은 목사가 눈을 동그래지며 움찔했다.


“그러면 일단 이렇게 하시죠.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도 그렇고, 고소를 하실 거죠?”


나이 든 경찰이 교수에게 물었다.


“네. 지금 신고 접수했으니까 현장에서 접수해주세요.”


교수의 종용에 나이 든 경찰이 곤란한 듯이 말을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고 어차피 저희가 접수해도 저희는 파출소 순찰조이기 때문에 경찰서에 정식으로 접수가 내일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내일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하시지요.”


“네에?”


교수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나이 든 경찰을 쳐다보았다.


“지금 현역 목사라는 사람이 일반인을 겁박하기 위해 저주의 기도를 외치고, 자기 돌 갓 지난 아기를 물건처럼 들고 나와서 던지려고 했어요. 이 급박한 상황에서 112에 신고했더니 지금 다친 사람이나 죽은 사람 없으니까 내일 낮에 경찰서에 가서 따로 고소장을 접수하라는 겁니까?”


“그렇죠. 어차피 저희가 접수해도 그렇게 간다니까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오늘 이대로 돈 다 챙기고 이사 간다고 도망가는 거 어떻게 합니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이 사람들에 대한 인적 사항을 다 챙겼고, 오늘 신고사항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았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후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삿짐센터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물색없이 추 목사에게 다가가 또 맥을 끊었다.


“저기요, 물이 안 나와서 이사를 계속 진행하기가 곤란한대요.”


“왜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는 거죠? 또 뭔가를 부수거나 망가뜨린 건가요?”


교수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추 목사를 다그치듯 물었다.


“모르죠, 나야.”


“그게 말이 됩니까? 물이 당장 안 나왔다면 생활이 안되었을 텐데 지금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는 말입니까?”


“......”


교수의 논리적인 지적에 추 목사가 다시 얼굴이 벌게져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러니까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 와중에 그 상황을 정리하지 않고 빠져나갈 눈치만 보던 나이 먹은 경찰관이 말했다.


“현행범인데 여기서 체포는 안 하더라도 파출소에 데리고 가서 조서를 꾸며야 할 거 아닙니까?”


교수의 지적에 나이 많은 남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인적사항이랑 오늘 출동 나왔던 사항, 저희가 다 적을 테니까 일단 내일 정식으로 고소하실 거잖아요. 그때 하시면 됩니다.”


“아니. 그럼 뭐하러 112 출동을 합니까?”


교수의 지적에 나이 많은 경찰관은 겸연쩍은 표정을 하며, 도망치듯 나가면서 말했다.


“그럼 저희는 안내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망치듯 나가는 그를 보며 교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붙잡지도 못하고 반대쪽에서 눈치를 보던 늙은 목사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까 300만 원을 보내기로 했잖아요! 모두 녹취되었는데 지금이라고 사과하고 배상하세요.”


“네? 누가요?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다고 그래요?”


늙은 목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을 생뚱맞게 지어 보이며 거짓을 펼쳤다.


“우리 도저히 나갈 수가 없겠는데요?”


늙은 목사와 이야기 중에 추 목사가 교수의 뒤에서 늙은 목사에게 말했다.


“무슨 장치를 했는지 자동차고문이 안 열려요. 우리 이대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뭔가 수작을 한 게 틀림없어요.”


“이봐요. 당신이 저주의 기도인지 하고 경찰이 오고 내가 따로 뭔가 할 틈이라도 있었어요?”


교수가 호령하듯 추 목사에게 따졌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삿짐을 다 옮겼어도 지금 차고에 들어있는 차가 나갈 수가 없으니 오늘 못 나가게 생겼어요.”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집 밖으로 나가 현관에 있는 두꺼비집의 문을 열고 체크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전기가 일부 나가 있잖아?”


거실과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정원으로 이어지는 지하수와 자동차고 문으로 이어지는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다시 교수가 그 스위치를 올렸지만 탁탁 거리며 자동으로 바로 내려가버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교수는 핸드폰의 플래시를 켠 상태로 정원을 나가 불이 들어오지 않는 전등을 살폈다.


“이런 빌어먹을!”


교수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따라 나온 아내가 갑자기 계단으로 내려가는 쪽의 등 앞에 웅크리고 앉은 남편의 앞을 플래시를 켜서 비췄다. 교수는 누군가 힘차게 잡아 뜯어 끊어버린 전선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전날 비가 온 위로 끊어진 전선이 노출된 채로 전기를 빠직거리며 누전상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아! 일부러 잡아 뜯어도 어떻게 이 정도로 잡아 뜯냐?”


교수가 전선의 전기가 흐르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돌려 담장 뒤쪽으로 돌리고 물기를 털고 나서 다시 현관으로 돌아와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예상대로 이번엔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교수는 다시 정원으로 나가보았다. 누전으로 인해 끊겨 있던 지하수가 돌기 시작했다.


“거기 이삿짐 아저씨! 물이 나오기 시작했는지 확인해보세요.”


아까부터 이삿짐을 옮기며 물이 나오지 않아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구시렁거렸던 남자를 보며 교수가 소리쳤다.


“예! 이제 물이 나옵니다.”


집안으로 뛰어들어간 그가 뒤에 따라 집으로 들어오는 교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교수는 바로 남은 기름을 모두 소진하려는 듯 기름보일러는 최대한으로 돌려놓고 방 안에 앉아 있던 추 목사와 늙은 목사를 보며 말했다.


“정원등에 연결된 전선, 당신이 힘으로 잡아 뜯었죠?”


“......”


뭔가 뜨끔했는지 추 목사가 시선을 떨구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렸다.


“당신이 잡아 뜯는 전선이 물에 닿아 누전되어 정원 쪽과 차고 쪽의 전기가 누전되어 지하수가 안 나오고 당신이 차를 아까 낮에 집어넣은 자동차고가 문이 안 열리는 거였소. 그 얘기는 당신이 차를 넣고 들어온 오후에 화를 못 이기고 전선을 잡아 뜯었다는 거지.”


“아, 그런 거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그가 술 먹은 늙은이처럼 소리쳤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일부러 고장 내겠다고 이런 짓을 벌인 거요? 이거 다 보상해내야 할 거요.”


“나중에 우리가 오늘 이사 나가고 난 다음에, 뭔가 문제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세요. 자아, 우리는 이만 일어나자.”


그렇게 추 목사 내외와 아이들, 그리고 늙은 목사 내외는 우르르 도망치듯 이삿짐센터의 뒤에 숨어 집을 빠져나갔다. 밖을 나오면서 교수의 아내와 눈이 마주친 추 목사의 아내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아이들을 챙기는 표정으로 쉬쉬하며 차고로 향했다.


“이삿짐센터 아저씨, 지금 이 상황 녹취 중입니다. 미안한데, 증인이 좀 되어줘야겠습니다. 지금 여기 현관 대리석 다 깨져 있는 거 당신들이 이사하면서 깬 거 아니죠?”


“네. 저희는 이런 짓 안 합니다.”


“그리고, 아까 수도가 안 나온다고 했던 거, 저기 정원의 전선을 잡아 뜯어서 누전되어서 그랬던 거였어요. 상식적으로 지하수를 쓰는 집에서 누전으로 물을 쓸 수 없었다면, 그리고 지하수가 돌지 않아 보일러만 최고치로 돌았다면 당연히 보일러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나는 건 당연한 거죠?”


“뭐, 일반적으로는 그렇다고 봐야죠. 저희는 그냥 이사만 도와드리는 거라...”


그가 뭔가 곤란한 듯 우물쭈물 대답을 꺼렸다.


“뭔가 책임지라는 말 안 합니다. 다만, 제삼자로서 이 상황에 대해서 나중에 더 사람이 또 거짓말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제삼자의 증언이 필요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도 되는 거죠? 짐도 거의 없는데 지금 시간도 12시가 넘었어요.”


아침부터 시달리며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쪽은 오히려 교수였다. 자동 차고 문을 열고 도망치듯 나가는 목사 가족들과 이삿짐센터가 사라지고 나서 난장판이 되어 그 비싼 전주 한지를 다 찢어서 돗자리처럼 쓴 흔적을 보며 교수는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늦었다. 일단 우리도 돌아가서 내일 날이 밝는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하자.”


그렇게 그날의 사건은 일단락이 되는 듯하였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에 서울 집으로 돌아오면서 교수와 그의 아내는 이후에 벌어질 더 엄청난 사건의 시작된다는 사실에 대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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