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고소 - 1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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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2020년 4월 7일, 이사일에 벌어진 그 사건은 바로 다음날을 맞이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교수는 밤새 그 날의 사안에 대해 정리하고 또 정리하며 밤을 새웠다. 그의 아내 역시 저주의 기도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삿대질을 하는 그 기괴한 추 목사의 모습과 아빠의 팔에 매달려서 눈을 감지도 못하고 겁에 질려 움츠린 고슴도치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며 던져질까 두려워하던 아이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교수는 스승에게 법률자문을 겸한 상의를 자신의 정리된 문건을 이메일로 보내고 전화통화로 자문을 구했다. 스승은 그에게 당장 문건을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형사 고소를 하는 것을 조언해주었고, 관련 기록에 대한 카페를 만들어 촘촘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녹취내용을 저장함과 동시에 앞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공유의 공간으로 삼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아내와 함께 강남경찰서로 갔다. 고소를 하면서 변호사를 구해야 할까에 대한 교수의 고민에 스승은 이렇게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굳이 변호사를 구하는 것보다 시급하게 사건을 신고하는 것이 더 먼저라고 조언했고, 교수도 그에 동의해서였다.
고소장의 기본적인 형식이라도 갖춰서 민원실을 통해서 내라는 말에 고소하려는 죄목을 교수가 간단히 정리하며 적었다. 일단 고소인은 아내의 이름을 적었다.
처음 작성된 고소장은 정식 변호사에 의해 작성된 고소장이 아니었고, 진정서의 형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죄명에 대해서는 분명히 명시되었다. 고소한 죄명은 총 다섯 가지였다.
첫째, 사기죄
피의자 추 목사가 이사를 바로 나갈 것처럼 말해서 전세보증금을 빨리 달라고 하고는 보증금을 먼저 입금하고 나서 이사를 자정이 넘도록 늦췄고, 그 사이에 마블 대리석에 대한 변상금에 대해서 배상하겠다고 약정을 하고서는 보증금이 이미 입금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배상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 도주한 것
둘째, 횡령죄(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
집 안에 있던 집주인 소유의 고가 마블 대리석을 자기 임의대로 버렸다고 변명하면서 물건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며 그냥 배상하지도 않고 도주한 사실
셋째, 재물손괴죄
벽난로, 싱크대, 정원등 전선, 수도, 보일러 등의 물건을 고의로 파손하여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끼친 것 (증거로 사진을 제출함)
넷째, 협박죄
피의자가 말다툼 끝에 갑자기 뛰어들어가 돌 갓 지난 여자 아기를 물건처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한 행위
다섯째, 모욕죄
자신을 현역 목사라고 소개한 피의자가 말다툼 끝에 저주의 기도라면서 기도문 같은 것을 외치며 손가락질을 계속한 것.
문장식으로 적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죄명을 적시한 것으로, 물론 법률전문가가 보기에는 어설퍼보였지만, 나름대로 교수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그 서류를 제출했고, 경찰서 민원실에서는 기계적으로 사기라고 되어있는 부분을 보고 경제수사팀에 이 사안을 넘겼다.
그 이후 교수 내외가 사건을 접수하면서 시끄러워진 상황을 접하게 되며 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2020년 4월 8일, 그러니까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의 일이었다.
교수 내외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돌아와, 교수는 문제의 추 목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가 정말로 현역 목사가 맞는지,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가 속한 교단에 알려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조사를 통해 다시는 그가 일반인들에게 이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인터넷을 찾으니 생각보다 쉽게 그의 유튜브 영상과 그가 카페에 남긴 그의 정보들이 검색되었다. 마침 카페에 그가 큰 교단의 지역 노회에 회원으로 등재시켜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검색되어 그가 속해 있는 교단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먼저 그 교단을 찾았다. 해당 교단은 강남에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곳에 있는 교세가 어마어마하게 큰 교단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그곳에 대표전화를 걸어 사안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러자 처음 전화를 받은 여자가 무슨 일 때문인지를 물었고, 교수는 간략하게 자신이 오전 내내 들었던 녹취 파일에 근거한 어제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일단 추 목사의 이름을 대고 그가 그 교단 소속의 목사가 맞는지를 물었다.
“아니요. 그런 사람의 이름은 저희 교단에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교회 목사님들은 모두 총신대 출신의 목사님들이고, 그런 저주의 기도니 아이를 던지는 등의 이단 목사나 하는 짓을 할 만한 분들이 안 계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런데 인터넷 카페에는 그 노회에 속해 있다고 등재시켜달라고 하여 그 명단에 올라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 노회가 그 교단의 소속이라고 카페에는 나오던데 아닌가요?”
“네? 아, 그게... 사실 노회의 명단에 등재된 목사가
모두 저희 교단의 목사는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자기 교회가 없거나 소속되어 있는 교회가 없는 목사들의 경우에도 저희 교단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하면 회비를 받는 것으로 교단의 노회 회원으로 받아들여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것도 그 교단에 속해있다는 거 아닌가요?”
교수가 그녀의 얼버무림을 놓치지 않고 되물었다.
“그, 그렇지 않은 건 아닌데... 그러면 저희 이단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니 담당자 연결해드릴 테니까 물어보세요.”
그녀가 도망치듯 황급히 전화를 다른 쪽으로 연결해주었다.
“예. 여보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네. 이단을 담당하시는 분,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그 교단의 지역 노회에 속해 있다는 현역 목사가 어제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를 하겠다며 저주의 기도를 외치고, 자기 돌 갓 지난 아기를 던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사안에 대해 조사를 통해서 다시는 목사가 일반인들에게 그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했는데요.”
“네?”
교수의 황당한 상황 설명에 남자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을 못했다.
“이단을 담당하시는 분이라고 들어서요.”
“저희 교단의 목사님이 맞으시나요?”
“방금 전화 돌려주신 여자분이 그러는데, 정확히 자기네 교단은 아니라고 하더니만 인터넷에 지역 노회 명단에서 확인했다고 하니까 그냥 명단에만 올라있는 회원이라고 말을 얼버무리던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아, 그게.... 그러니까... 그 지역 노회에 알아보시는 게 빠르실 것 같은데요. 정식으로 저희 교단의 목사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가 그 노회의 총무 목사님의 연락처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럼 그쪽으로 문의하겠습니다.”
그 교단의 지역 노회를 담당하는 총무 목사라는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 적은 교수는 바로 전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싶어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교단에서 알려주어 연락처를 받았으며 불미스러운 사고를 저지른 목사가 있는데 그쪽 회원으로 등재되어 있어 확인을 하고 도움을 받고자 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자신이 지금 바쁘다며 한 시간쯤 뒤에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한 시간 뒤 교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메시지 드렸던 김 교수라고 합니다.”
“네. 정 목사입니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데 저에게 연락을 주신 거죠?”
“아, 일단 메시지에 연락드렸던 추 목사가 그쪽 노회에 속해 있는 회원 목사가 맞나요?”
“아, 회원 명단에는 있는데, 저희가 회원들이 많기도 하고 정식 저희 교단에 속했다고 보기에는 그런 목사님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름은 있는데 제가 정확하게 어떤 분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총무 목사님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아닌가요?”
인터넷 카페에 보면 채 서른 명도 안 되는 목사들이 속해 있는 그 지역 노회에 그가 총무를 맡고 있다면 회원을 모른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은 교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사람도 많고, 일일이 만나 뵙고 아는 사이가 아닌 분도 계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셨다는 건지....”
“아, 어제 그 목사라는 사람이 저와 제 아내에게 저주의 기도를 한다면서 저주의 기도를 외치고, 말다툼을 하다가 돌이 갓 지난 자기 딸아이를 집어던지려고까지 하는 해괴망측한 사건이 있어서요.”
“네? 어떻게 그런....”
정 목사라고 자신을 밝힌 총무 목사는 놀라서 차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정말로 목사인지, 아내라 어제 그 상황을 겪고서 너무 놀라서 일단 정식 목사가 맞는지도 확인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 사람이 보인 행동으로 볼 때, 저주의 기도를 언급했던 것은 그 이전에 카톡으로도 몇 번이나 동일한 언행을 보인 적이 있어서 도저히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다른 일반인들에게도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교단에 알리고 진위여부를 조사하여 그것이 맞다면 그에 응당한 조치를 요구하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교수의 정확한 지적에 목사는 일단 당황을 수습하고 다시 천천히 되물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그런 상황이 발생되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그게, 이야기가 긴데,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제가 전원주택을 전세를 준 집주인의 입장인데요. 그 목사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2년간 저희 집에서 전세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간의 계약이 끝나고 어제 계약이 종료하고 이사를 나가는 과정에서 집을 너무 많이 망가뜨리고 그것으로 배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저희 집에 놔두었던 고가의 마블 대리석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 마블 대리석이요?”
“왜 이탈리아 성당 같은 곳에 가면 벽이나 바닥에 모자이크 타일처럼 그림이나 문양을 새겨놓은 것 같은 돌, 있지 않습니까? 그걸 선물로 받아서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워낙 무게도 나가고 부피도 있는 물건이나 정원에 놔두었었는데 없어진 겁니다. 그래서 어디에 치워둔 거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니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겠다고 했더니 나중에는 그냥 자기 멋대로 버렸다고 하더라구요.”
“아! 무슨 그런 일이... 어떻게 남의 물건을...”
“목사님 말씀처럼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경찰에 신고를 할지 배상을 할지 상의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일단 전세 보증금을 막 이사 나간다며 미리 보내달라고 해서 다 부쳐줬었거든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그 부분이 발견되고 배상문제를 상의한 끝에 그냥 그 목사가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300만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보증금이 이미 송금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 돈에서 배상하기로 한 금액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저주의 기도를 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돈도 배상하지 않고 도망가듯이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아, 선생님. 죄송한데요. 일단 제가 상황은 들었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릴 상황도 못 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추 목사님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 지역의 반장 역할을 하는 반장 목사님의 연락처를 드릴 테니 그쪽에 상의를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네?”
교수는 기껏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듯 다시 반장 목사를 소개하는 총무 목사에게 실망을 느끼고서 되물었다.
“그럼 하나만 여쭤볼게요. 그 노회에선 목사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될 이런 행위를 한 목사에 대해 조사를 하고 징계를 하는 위원회나 과정을 진행합니까?”
“아, 그게, 일단 실형을 받거나 형사고소 같은 것을 하셔서 유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1년에 한 번씩 저희 노회에서 장로님들이 위주가 되어 위원회가 열리기도 하긴 하는데요. 차라리 형사고소를 하시고 그 결과를 기다리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한데 말입니다.”
“말씀처럼 오늘 바로 강남 경찰서에 가서 고소를 하고 왔습니다.”
“아! 고소를 벌써 하셨어요? 그러면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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