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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9

첫 번째 고소 - 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00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첫 번째 고소 - 2


“그런데 오늘 전화를 드린 것은 형사고소와는 별개로, 그쪽 교단의 소속 목사라면 당연히 교단에 사실을 알려 다른 일반인들에게 이런 짓을 또 저지르지 않도록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자 연락드린 건데요.”


“그러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추목사인가 하는 분을 제가 말 한번 섞어보지 않은 모르는 분이고 하니, 반장 목사님의 연락처를 불러 드릴 테니 그쪽에 상의를 해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지역 노회의 총무 목사라는 사람은 자기네 노회에 회원임에도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 없다는 말에 방점을 찍으며, 반장 목사의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주고 그는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다. 교수는 할 수 없이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예의를 갖춰 반장 목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역 노회의 총무 목사에게 연락처를 소개받았다고 설명하고 전화통화가 편한 시간을 알려달라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총무 목사에게 연락이 갔는지, 통화가 괜찮으니 연락을 달라고 메시지가 왔다. 그렇게 교수는 다시 반장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메시지 드렸던 김 교수라고 합니다.


”아, 네. 총무 목사님에게 연락은 대강 받았는데요. 무슨 일이신 거죠?”


교수는 속으로 한숨이 나오고 천불이 났지만, 그들에게 화를 낼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꾹 참고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강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쪽 교단의 지역 노회 회원 명단에 등재되어 있는 추목사라는 사람이 말다툼 끝에 갑자기 저와 제 아내에게 저주의 기도라는 것을 한다고 기괴한 기도를 외치며 이상한 짓을 하지 않나, 심지어 자기 분을 참지 못하고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돌이 갓 지난 자기 아기를 들고 나와서 던지려고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네? 애를 던지려고까지요?”


총무 목사에게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 대강 들었던 탓인지 실제로 설명을 들은 반장 목사가 움찔했다.


“네. 그래서 이런 짓을 이렇게 큰 교단에 속해 있는 현역 목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 자체가 충격이기도 하고, 진짜로 그 교단에 속한 목사가 맞는지 확인도 필요했고, 만약 사실이라면 교단에 알려 진상을 규명하여 다시는 그가 일반인들에게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움을 청하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니, 저희가 무슨 형사처벌이 가능한 경찰도 아니고 검찰도 아닌데...”


“그런데 먼저 교단에 연락을 했더니 교단에서 이단을 담당하시는 분이 정확하게 그 사람은 교단의 소속이기도 하면서 아니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말씀하시면서 지역 노회에 직접 연락 해버라고 총무 목사님의 연락처를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총무 목사님은 추 목사가 명단에 있는 회원은 맞지만 말 한 번 섞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 모르신다며 반장 목사님을 이렇게 연결해주셔서 연락드리게 된 겁니다.”


“아, . 그런데 무슨 말다툼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겁니까?”


“네. 제가 전원주택을 2년간 그 사람에게 전세를 줬었는데요. 그 사람이 집을 다 망가뜨리고 험하게 써서 그 부분에 대한 배상 문제를 상의하다가 어제가 이삿날이었는데, 다른 게 일단락이 지어졌다 싶었는데, 저희 집에 선물 받아 보관하고 있던 이태리 마블 대리석이 없어져버린 것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이태리 마블 대리석이요?”


“네. 왜 이탈리아 성당 같은 데 가면 벽화처럼 바닥에 타일 모양 모자이크로 대리석으로 그림이나 문양 같은 것을 만든 대리석 있지 않습니까?”


“아네, 그런데요? 그게 왜 없어지죠?”


“그러게요. 한 장도 아니고, 그게 한 장에 가로세로가 각 1미터가 넘는 꽤 사이즈도 크고 두께가 있어서 돌덩이니까 무게도 제법 되는데 한 장도 아니도 대여섯 장이 없어진 겁니다.”


“저런, 어떻게 그게 없어질 수가 있죠? 그래서 물어는 보셨나요?”


“처음에 물었을 때는 발뺌을 하다가 경찰에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이나 도난죄로 신고를 한다고 하니 놀라면서 그제서야 자기가 그냥 가져다 버렸다고 실토를 하더라구요.”


“가져다 버려요? 남의 물건을요?”


그나마 상관하기 싫은 내색을 내면서도 반장 목사는 상식적인 반응은 모두 보이며 대꾸했다.


“그래서 배상을 할 것인지 어디에 왜 그것을 가져다 버렸는지 추궁하여 물었죠.”


“그랬더니요?”


“그냥 버리는 물건인 줄 알고 자기가 인근 야산에 다 가져다 버렸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아, 제가 언뜻 듣기에는 황당한 소리네요. 그걸 굳이 야산까지 가져다가 버릴 이유가...”


“그래서 저희는 그걸 어디에 가져다 팔아먹었거나 아니면 모자이크 형식의 타일이기 때문에 아마도 부분을 떼어서 분실했거나 소실해서 나중에 배상 추궁을 당할까 봐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 그럴 수도.... 아, 그런데요?”


뭔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책을 잡힐까 싶었는지 반장 목사가 얼른 말을 틀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그냥 300만 원만 받고 넘어가 주면 안 되냐고 친형을 사칭한 또 다른 목사가 와서는 자기가 중재하는 것처럼 나서더라구요.”


“친형을 사칭을 해요? 그건 또 무슨 일이죠?”


“자기가 친형이라고 와서는 무슨 신학대 학장이고 교회를 두 개나 운영하는 사람이라면서 자기 동생이 성격이 지랄 맞아서 그러니 모든 것을 자기랑 상의해서 결정하자면서 중재를 자처했습니다. 어제 종일이요.”


“그랬군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저주의 기도를...?”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기네가 바로 이사를 나갈 테니 보증금을 송금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말을 믿고 바로 나간다고 하길래 합의된 배상금을 빼고 송금을 했지요.”


“음...”


“그런데, 나중에 그 마블 대리석이 없어진 걸 알았고, 합의를 300만 원에 하고 정식 사과를 받는 것으로 끝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왜....?”


“막 사과를 어거지로 받고 우리가 이미 낮에 보증금을 송금했으니 그 돈에서 약속한 배상금 300만 원을 송금해달라고 했더니 자기네들이 이미 돈을 다 받았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런 짓을 벌인 겁니다.”


“아! 그냥 약속한 대로 드렸으면 좋게 끝났을 일을...”


“제 말이요. 그래서 현장에서 112까지 부르고 오늘 오전에 바로 강남경찰서에 가서 고소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어제 112 경찰이 출동을 했는데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도망치듯 그냥 가버렸습니다.”


“저런! 그렇게 발뺌을 하면 그렇게 말했다는 증거도 없으니....”


“아니요. 어제 그 모든 상황은 핸드폰으로 녹취를 했습니다.”


“네?”


반장 목사가 놀라며 물었다.


“그 저주의 기도니 뭐니 하는 것두요?”


“물론이죠. 아기를 던지려고 한 상황은 물론이고 낮에 그 친형을 사칭한 목사와 나눈 대화부터 모두 녹취를 했습니다.”


“음... 사실 추 목사님은 저희 지역 노회에 회원으로 등재되어 있기는 한데, 저희 교단 소속이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반장 목사가 정색을 하며 설명을 하고 나섰다.


“아니 지역 노회의 회원으로 등재가 되어 있는데, 교단 소속이 아니라는 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그게... 자기 교회가 없는 전도목사라던가 그런 분들이 저희 노회에 오셔서 회원비를 납부하시면 저희는 일단 회원으로 간단한 심사 후에 받아들여주거든요.”


“그러면 받아들여주셨으니 그쪽 교단 사람이 맞는 거 아닙니까?”


“그게, 말은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저희 쪽 교회에 속해있는 사람도 아니고 저희 교단의 무언가 직분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요.”


반장 목사가 왜 그렇게 몸을 비비 꼬는 듯한 말로 어떻게든 그와의 선을 그으려고 하는지 교수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 카페에 추 목사가 버젓이 그 지역 노회의 회원 목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연락을 드린 궁극적인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렸고 총무 목사님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목회자로서는 결단코 해서는 안될 행위를 한 것이 녹취를 통해 명백하게 증명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상조사를 통해 교단 측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 다시는 다른 일반인들에게 그가 이런 행위를 할 수 없게 징계나 격리조치를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지 상의드리고자 연락을 드린 겁니다.”


“으음, 일단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저희 노회에서도 그런 처벌위원회가 있기는 한데, 그게 1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이고 그러려면 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1년이나 기다리시는 게 괜찮으신지...”


“네? 지금 사건이 벌어졌는데 1년이나 정기 회의를 기다리라는 겁니까?”


교수가 신경질적으로 까칠하게 되물었다.


“그게 저희가 수시로 그런 상벌위원회를 여는 게 아니라서요.”


‘너희 기독교 쟁이들은 그런 식으로 같은 편을 감싸주고 뭉개냐?’라는 말이 교수의 목 근처까지 올라와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교수는 올라오는 천불을 꾸욱 누르고 다시 물었다.


“아까 총무 목사님 말씀으로는 형사처벌의 근거가 있으면 바로 처리가 된다고...”


“그렇긴 한데요. 그것도 역시 상벌위원회의 장로님들이 다수결로 회의 끝에 결정하실 문제이기 때문에 아마 바로 즉각적인 처리는 힘들 겁니다. 일단 형사처벌을 받게 하시면 그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교세가 대단한 교단인데,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 목회자에 대한 처벌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심지어 형사처벌이 결정되어도 그것으로 징계를 하는 데에도 시간이 1년이나 걸린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그게 저희 원칙이라서요.”


“아니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일단 아까 녹취도 있다고 하셨으니 저에게 보내주시면 제가 도대체 그 저주의 기도가 어떤 내용인지를 파악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라틴어를 공부해서 그 정도 도움은 드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문자로 이메일 주소 보내주시면 파일로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친형이라는 사람의 카톡 프로필 사진도 확보했는데 그 사람이 그 교단 소속인지 확인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로 즉각적인 교단의 뭔가 조치가 불가능한지도 다시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 아까 교단 본부의 이단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수시로 그런 일을 전담한다고 하신 것 같던데요.”


“그게, 아마 정식 교단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의 예배를 하거나 우상화를 한다거나 하는 말 그대로 ‘이단 행위’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걸 겁니다.”


“아니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를 한다고 하는 건 이단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겁니까?”


“......”


교수의 뼈 때리는 질문에 반장 목사가 차마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하여간 좀 다시 재고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주소 받는 대로 그 저주의 기도 부분은 바로 잘라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긴 전화통화가 끝나고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쓰레기들밖에 없구나.”


차마 직접 해주고 싶었던 말을 내뱉지 못한 것을 한숨처럼 내뱉고 그가 바로 메시지로 보내온 이메일 주소로 문제의 저주 기도를 내뱉는 부분만을 잘라서 보내고, 친형을 사칭했던 자의 카톡 프로필 사진도 함께 보내주었다.


목사에게서 답장이 온 것은 하루가 다 지난 이튿날 오후였다.

답장은 아주 간략했다.


이건 라틴어도 히브리어도 아닙니다. 그저 나오는 대로 그럴싸해 보이게 말한 아무 의미 없는 말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말도 하나도 없네요.


그리고 보내주신 친형을 사칭한 목사라는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모르는 사람이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교수는 어이가 없어 바로 반장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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