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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20

첫 번째 고소 -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01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첫 번째 고소 - 3


“여보세요. 반장 목사님. 어제 저주의 기도 현장 녹취 파일 보내드렸던 김 교수입니다.”


“아, 예. 알고 있습니다. 어쩐 일이시지요?”


목사가 당혹스러워하며 이미 전화 건 상대에 대해 입력해두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응대했다.


“아니, 목사님. 목사님이 답장 주신 것은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라틴어도 아니고 히브리어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면 더 심각한 거 아닙니까?”


“네? 그게 무슨....?”


“아니, 현역 목사라고 한 자가, 너희 가족에게 저주의 기도를 하겠다라며 수시로 협박하고 심지어 저주의 기도를 현장에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무슨 엑소시즘을 하듯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정식 라틴어나 히브리어였어도 문제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그저 나오는 대로 떠들어댄 뜻 모를 용어라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그게, 그러니까....”


교수의 논리적인 지적에 반장 목사가 딱히 대꾸할 바를 모르고 말을 더듬었다.


“어제 제가 전화를 드렸다고 추 목사와 통화를 해보셨습니까?”


“네? 그게, 연락을 취했는데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서 아직 통화는 못해봤습니다.”


“제 얘기만 듣고서 판단하시기 그럴 것 같아서 일단 해독을 해주신다고 해서 그 저주의 기도 부분만 편집해서 보내드린 건데, 녹취는 제 주장이 아니라 있었던 사실 아닙니까?”


“그거야, 맞는 말씀이긴 한데요.”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회피하고 넘어가려는 목사의 의도가 빤히 보여 교수는 더욱 속에서 천불이 났다.


“네. 그런데요?”


“이게 제가 혼자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그 절차에 맞게 위원회인지 조사를 해서 진상조사 후 그에 합당한 조치를 조속하게 취해달라고 알려드리는 거 아닙니까?”


“일단 추 목사님과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외람되지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번졌는데, 추 목사와 제가 직접 통화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 듯하여 목사님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어제 마지막으로 합의가 된 것이 멋대로 처분한 마블 대리석에 대해 300만 원의 배상금을 내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그 사람이 보증금을 다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이런 본색을 드러내서 문제가 커진 거구요.”


“네. 그런 것 같네요.”


“그래서, 저희는 형사고소까지 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추 목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원래의 약속을 지킨다면 문제를 더 크게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교수의 아내가 눈이 동그레 지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화를 내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역정을 냈다. 하지만 교수는 다시 아내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반장 목사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만약 추 목사와 통화를 하시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이제 녹취까지 들으셔서 반장 목사님도 상황을 아시니 총무 목사님과도 충분히 상의하셔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조속히 그 문제를 수습하는 방향으로 조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거야 뭐, 저희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제가 신도 방문이 있어서 바빠 여기서 전화를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다시 뭐 연락을 드릴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반장 목사는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한 사람을 사과한다고, 용서한다는 말을 해요? 그게 말이 돼요?”


이틀 전 상황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려 제대로 식사도 못한다며 신경이 날카로워진 교수의 아내가 남편에게 항의하듯 물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원했던 건, 그 목사라는 자의 진심 어린 사과였고, 지금 이렇게 더 일을 벌여놓고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고 수습이 없다는 건, 그 사람은 애초부터 모든 것이 돈이었고,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야. 그렇다는 건,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일반인도 아니고 종교인이고 목회자라면, 그 목회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나는 지금까지 그들의 행태를 보건대 그 작자는 물론이고, 지금 그 대단한 교단의 지역 노회에서 감투를 쓰고 있는 이 자들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해.”


“모르겠어요. 저주의 기도도 기도지만, 자기 아기를 그것도 이제 돌 갓 지난 자기 아기를 던지려고 한 작자에게 사죄의 기회를 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남편의 말에 아내가 씩씩거리며 머릿속의 악몽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사건이 터지고 고소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문자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남 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이 피의자의 주소 관할지인 중양 경찰서로 이첩되었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도착하고 난 뒤 이틀 째 되던 날 모르는 번호로 교수의 아내에게 늦은 시간 전화가 왔다. 중양 경찰서 담당 수사관이라고 했다. 마침 같이 있던 교수가 그 전화를 바꿔 받아 물었다.


“네. 중양 경찰서로 이첩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강남 경찰서에서 작성된 고소장에 해당하는 진정서와 경찰서에 가셔서 직접 진술하신 조서는 모두 인계받았습니다. 특별히 더 하실 말씀이 있는 건가요?”

“그런데 아까 경제범죄팀이라고 하셨죠? 왜 이게 경제범죄인 건가요?”


“아, 편의상 수사를 배당하는 부서에서 가장 위에 사기죄로 고소하신 내용이 있어서 기계적으로 그렇게 분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경찰이 하는 일은 다 같은 수사니까요. 여기 적혀 있는 내용에 대해 제가 다 수사할 겁니다.”


“대강 일견하신건가요?”


“네. 물론 일단 내용이 길지 않아서 살펴보았구요.”


“어떠십니까?”


교수가 가만히 통화 녹음 버튼을 누르며 훅 하고 치고 들어가는 질문을 던졌다.


“네? 그게....”


“현역 목사가 저주의 기도를 일반인에게 하고, 돌 갓 지난 아기를 집어던지려고 했고, 남의 집에 있던 고가의 대리석을 자기 멋대로 처분했는지 없애고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보증금 다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그 합의 내용을 부인하고 도주하듯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이게 범죄행위가 안됩니까?”


빠르게 콕콕 찍듯 논리적으로 추궁하듯 묻는 교수의 질문에 담당 수사관이라고 밝힌 경사가 당혹스러워하며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주장하신, 아니 신고하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사건이 맞죠.”


“그렇죠? 그렇게 말씀하시니, 공정하게 수사하실 거라고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통상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결과가 나오기까지?”


“아, 저희도 사건이 많긴 하지만 두 달 내에는 끝을 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니까요. 특별한 사안이 없다면 처리가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2020년 4월 10일 뜬금없이 추 목사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교수에게 도착했다. 그날 늦게 끝난 일정으로 오후 4시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4월 7일 이사하던 날 없어졌다고 한 마블을 찾았어요, 내일 화요일 갖다 드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시간 원하시면 말씀하세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가 싶었지만, 교수는 일단 답장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보내주었다.


늦게 봤네요. 그 친형이라고 했던 윤 목사와의 대화 녹취에도 모두 증거가 있지만, 대여섯 장의 마블 대리석이 모두 찾은 것이라면 다행이고요. 내일 오후 4시경이 좋을 듯하군요. 손상되고 도난당한 물건들에 대한 리스트도 작성해두었으니 내일 얼굴 보고 얘기 나누도록 하지요.


그렇게 이튿날, 오후 4시에 교수는 아내와 함께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울을 빠져나오며 조금 길이 막혀 10분 정도 늦는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막 집에 도착하니 주차장 옆에 그의 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차에서 막 내리는데 잡 안에서 그가 대문을 열고 마치 그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가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집 안에서 나오시는 거죠?”


“아, 정원에 그 마블을 가져다 놓느라구요.”


“네? 이제 목사님은 그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시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멋대로 드나들어도 되는 건가요?”


“아, 그게 어제 급하게 이사하다 보니 주방 싱크대에 아내가 김치통 하고 그 안에 여러 물건들을 넣어둔 게 있는데 그것도 꺼내야 하고 해서요.”


“그러니까, 만약 그런 게 있어도 집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 양해를 구하고 찾아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 예. 죄송하게 됐습니다. 현관은 어차피 잠겨 있고 비밀번호까지 바꾸셔서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현관문을 누르고 들어가려고 했다는 건가요?”


교수의 아내가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 네.”


“일단 찾았다는 마블 대리석을 좀 볼까요?”


“그러시죠.”


추 목사는 성큼성큼 자신이 먼저 계단을 올라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 교수는 그의 태도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에 어이가 없긴 했지만, 정말로 마블 대리석을 팔아 돈을 만들려고 그가 그랬다가 어디선가 다시 양해를 구하고 찾아온 것인지도 궁금했기에 그의 뒤를 따라 정원으로 올라갔다. 정원에 도착한 그가 잘라버린 오래된 소나무의 한 옆에 공사장에서 폐기물을 버리는 부대 같은 것, 두 덩어리를 가리켰다.


“이겁니다.”


“네?”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부대와 그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지금 그 부대가 뭐라는 거죠?”


“아, 제가 야산에 가져다 버렸다고 했지 않습니까? 담당 경찰이 그러더라고요. 일단 야산에 버린 거 가져다 놓으면 원상복구로 인정이 되니까 가져다주면 문제 될 거 하나도 없다구요.”


“뭐요? 담당 수사관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겁니까?”


“네. 한번 보시죠.”


그러면서 추 목사는 당당하게 곁에 있던 정자의 화강암 대리석 바닥에 두 부대의 쓰레기 같은 흙이 잔뜩 묻어 있는 잔해 같은 것들을 쏟아부었다.

*당시 현장 사진


“이것 보세요. 마블 대리석의 형태는 고사하고 지금 이건 다 유실되고 손상된 쓰레기잖아요!”


“모르겠군요. 저는 어쨌거나 다시 가져다 드렸습니다.”

본래 마블 대리석의 사이즈 샘플 사진


너무 어이가 없어 교수와 그의 아내는 할 말이 없었다.

본래 마블 대리석의 형태 샘플 사진

“이것 보세요. 목사님!”


“죄송한데, 제가 빨리 가봐야 해서요. 주방의 김치통과 그 안에 중요한 물건이 들어서 그러니 얼른 문을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목사는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없는 듯이 말했다.


“혹시 교단의 지역 노회에서 총무 목사나 반장 목사에게서 연락은 받았습니까?”


“네? 무슨...?”


아무렇지도 않아하던 추 목사가 발끈하며 바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아직 상세한 연락을 못 받으셨군요.”


교수가 차분하게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커진 목사에게 말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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