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수사 심의와 감찰의 실상 - 8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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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게 도망치듯 경찰청 본청의 경감이라는 어린아이는 전화를 끊고 도망친 후 다시는 연락이 없었다. 교수는 아무래도 여청과의 안 경위가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감찰과 심의하는 경찰들이 재수사로 아동학대를 입건했던 중양서 여청과의 그 늙고 노련하기 그지없는 경위에게 뭐라고 확인을 했는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뜬금없는 교수의 전화에 안 경위는 자신의 핸드폰에 교수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다는 티라도 내듯이 경직된 목소리로 전라도 사투리를 찐득하게 묻어나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 경위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점심식사는 잘하셨어요?”
“예. 점심 먹고 지금 현장에서 지금 뭐 일 좀 보고 있어요.”
“예. 바쁘실 테니까 통화 짧게 할게요.”
“예예.”
“지난번에 송치하신 북부지검 알려주신 검사실에 통화 잘했는데요. 그 검사랑도 통화를 했는데요.”
“예예.”
분명히 자신이 보호처분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난리를 쳐야 맞을 텐데 순순히 대화를 이어 나오는 교수의 태도가 이상했더니 그가 눈치를 계속해서 살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요. 서울청에서 이상한 연락이 좀 와서 그런데요.”
“예.”
조마조마해하는 경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조사받으러 겨울에 눈 오는 날 중양 경찰서까지 갔을 때...”
“예예.”
“안 경위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예.”
“혹시 제가 안 좋은 일을 너무 많은 경찰에게 당했었잖아요.”
“예. 글죠.”
“예. 그래서 우리 대화를 녹취를 다 했어요, 우리 대화를. 제가 진술하는 걸.”
“예에.”
그때부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맞는다는 느낌인지 경위의 목소리가 묘하게 틀어졌다.
“거기서 안 경위님이”
“예.”
“거기서 피의자가 목사라는 자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예.”
“제가 증거 녹취를 이 경사는 내지 말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낼까요?라고 물었더니 안 경위님께서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피의자도 인정을 하고 있고.”
“예.”
“초동 수사를 진행한 이 경사의 수사보고서도 다 검토해봤는데 인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당시 상황을 녹취한 걸 안 내셔도 됩니다.라고 저한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뭔가 느낌이 싸했던지 경위가 거친 목소리로 교수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아니 그런데 조사과정을 모두 녹취한다고 저한테 얘기했어요?”
그가 본색을 언제 드러내는지 기다리고 있던 교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아!”
“아니 동의도 없이 그렇게 녹취를 하면 되겠어요?”
“제가 변호사한테 확인 모두 했구요. 본인이 대화 당사자일 경우 녹취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한 상태입니다.”
“제가 그거 다 법적 조치하겠습니다, 그거요.”
“만약 제 행위에 형사상 문제가 된다면 하실 수 있는 거 다 하셔도 됩니다.”
교수는 그가 유독 녹취라는 단어에 발끈해하는 말을 들으며 안 경위가 자신이 그런 언행을 한 것에 대해 증거가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고 오리발로 일관했다는 것에 이제사 인지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니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요? 지금 통화도 다 녹취하고 계신 거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일이 심각해진 게 하나예요.”
“아니, 사건을 제가 제대로 없는 거를, 아니, 처리해드렸잖아요.”
“맞아요. 지난번 통화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었죠?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저는 안 경위님의 말을 믿었다구요. 죄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조사했고 수사해서 처리했다고.”
“원칙대로 다 했는데 뭐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갑자기 자신의 거짓말이 모두 드러나고 심지어 자신이 당시에 했던 거짓말에 대한 진실의 녹취가 있다는 말을 듣자 안 경위의 말투가 거칠어졌다.
“안 경위님이 저한테 그렇게 얘기한 부분에 대한 녹취 증거가 저에게 있기 때문에, 저는 서울청에서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안 경위님이 당시 조사에서 나에게 분명히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다고 얘기해줘서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을 했단 말이죠. 그런데 서울청에서 감찰과 수사 심의를 맡은 경찰들이 연락이 와서는 말이 좀 달라지더라구요.”
“......”
“안 경위의 수사내용을 검토하고 전화해서 확인해봤더니 검사도 그렇고 안 경위님도 그렇고 아이를 던지려고 한 사실이 없었다라고 기록을 했대요. 그래서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직접 진술조서 쓰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냐?라고 진실게임이 되어서 안 경위님 본인에게 확인하려고 이렇게 전화드렸어요.”
“......”
“저한테 얘기하실 때는 분명히 피의자도 그렇고 초동 수사관도 그렇고 모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으니 따로 증거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단 말이죠.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거죠? 뭔가 오해가 있는 거죠?”
“그게 잘 기억은 안나죠.”
갑자기 안 경위가 어설픈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조서의 내용에 보면, 예를 들면 와서 이렇게 들이밀고 하는 과정에서 노출시킨 자체는 전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흡사 본청의 경감이 했던 말투와 비슷한 방식으로 횡설수설이 시작되었다.
“검사실에서 해명이랍시고 얘기하는 게 그거예요.”
“예.”
“우리는 안 경위가 작성한 수사보고서와 의견서에 의거해서 처리한 것뿐이다.”
“예.”
“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안 경위가 작성한 내용을 보면, 정원에서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예.”
“목사가 지 분에 못 이겨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예.”
“아이를 무기처럼 들고 가지고 나와서”
“예.”
“던지려고 하였다. 이게 지금 교수님의 일관된 진술인데...”
“예.”
“안 경위의 수사보고서와 의견서에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를 들어보면”
“예.”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피의자도 인정을 하고 있고 초동수사를 한 이 경사도 수사 보고서에 검토해보면 그렇게 되어 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설명하고 말했던 안 경위님의 기록에”
“예.”
“그냥 현장에서 아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가 인정된다고만 하여 가정법원에 보호처분 의견으로 보내왔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조사나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고 그 의견에 따라서 도장 찍어주고 처리했다,라고 핑계를 댄단 말이죠.”
“아니 그게...”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에 전혀 기재하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본래 말싸움을 할 때부터 아이를 안고 있었다는 행위로 싹 바뀔 수가 있는 거죠?”
“......”
“왜 그런 거죠? 사실관계가 다른 건가요?”
“기록을 한 번 봐봐야 되겠네요. 제가 뭐...”
궁색한 그의 변명이 제대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아니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안 경위님이 여청과 강력팀장이시니까 저를 기억하시는 것처럼 아이를 던지려고 한 거랑 대화 도중에 아이를 그냥 안고 있었다는 건 행위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쯤은 분명히 알고 계시지 않나요?”
“......”
“그래서 제가 지난번 전화해서 북부지검 검사실 연락처를 알려주실 때도 이 사람의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죄가 인정되니까 분명히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처리해서 송치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었나요?”
교수는 그가 어떤 의도에서 잔머리를 굴렸는지 최소한 그것이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경찰 조직에서 조직적인 명령이 있어서 그렇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일반인이라면 검찰에 송치했다는 말만으로 그저 제대로 처벌을 받았으려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사실을 그의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양심 가까이까지 푸욱 하고 찔렀다.
“아니, 근데 뭣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죠?”
그는 당황해서 전라도 사투리를 쏟아내며 일단 모르쇠로 일관하는 발연기를 시연했다. 그런 그의 발연기를 태연하게 받아줄 정도로 교수의 속은 평온하지 못했다. 교수의 설명톤이 한 옥타브 높아졌다.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그러니까 검사실은 그거예요. 만약 정말로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였다면 이건 가정법원에 보호처분 따위로 끝날 행위 양태가 아니라 형사처벌이 그것도 아주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 범죄행위인데, 안 경위의 수사보고와 내용에 따르면 완전히 다른 행위 양태로 올렸다는 거예요. 현장에서 말다툼을 할 때 그저 아이를 안고 있었다면 그건 정말로 그냥 정서적 학대로 처분하는 게 맞다는 거예요. 어떻게 가장 결정적인 범죄행위 양태를 저에게 이야기하고 정리한 내용과 전혀 다르게 처리해서 올릴 수 있었다는 건지 제가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건지 확인을 직접 안 경위님에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확인 전화드렸습니다.”
“.....”
정곡을 찔렸을 때 거짓말을 한 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마치 폐에 칼이 들어갔을 때 비명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그 순간마냥 존재하고 있을 리가 없는 양심의 숨구멍에 구멍이 나버려 뭐라 바로 대처하지도 못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종 의견을 그렇게 쓰셨다고 하더라구요!”
“아니 조서 내용을 보면 열람 다 하셨을 거 아니에요.”
뜬금없는 변명을 그가 내뱉었다.
“제 말이요.”
“조서 쓰시고 열람 다 하시고 지장 다 찍으셨잖아요.”
문제의 핵심은 교수의 진술내용에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수사를 정리하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시킨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뜬금없이 진술조서 내용을 모두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내뱉고 앉아 있었다.
“제 조서 말구요. 수사보고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검찰에 송치하면서 보내신 거.”
“예.”
“그건 제가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니 조서 내용에 있을 거 아니에요.”
“제 조서 내용에는 제가 진술한 내용만 들어있지, 담당 수사관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보낸 걸 제가 무슨 수로 봅니까? 제 진술조서에는 명확하게 ‘그 목사가 말다툼 중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자신의 아기를 물건처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했다.’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그 사실관계에 대해서 명확하니 증거를 내지 말라고 했던 안 경위님이 작성한 의견 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쏙 빠져 있고 오히려 내용이 바뀌어서 말다툼을 할 때 이미 아기를 안고 있었다는 식으로 축소 왜곡되어 있었다고 하니 그게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