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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21

기대하지 않는 것에서 얻는 행복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95


진짜 유일한 마술, 유일한 힘, 유일한 구원, 유일한 행복, 사람들은 이것을 소위 사랑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헤르만 헤세-


선물이 되었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름을 갖는 것이 되었든 간에, 뭔가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받는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당신에게 느끼게 합니다.


또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은 행복감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뜻하지 않은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생각만으로도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상대방에게 말해주지 않은 채, 몰래 준비하는 흥분된 설렘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상대의 어깨를 무겁게만 하는 기대심리와 상대에게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과 행복이 어떤 조건에 의하지 않은 아주 가벼운 것들에게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을 이해하기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부부에게 하늘이 도움처럼 꿈같은 아이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아버지에게 주는 대신 하늘은 그의 아내를 데려갔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딸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삶의 희망이고 목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아버지는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딸을 손수 키우면서 딸에게 모든 정성과 사랑을 쏟았습니다. 그에겐 그것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몇 해 전부터 매년 그의 딸에게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는 일을 준비해 왔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딸은 이제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게 된다는 것을 헤아릴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딸이 스무 살이 되는 해까지 자신의 이런 행복한 준비를 해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딸이 성인이 되는 날, 20년 동안 차곡차곡 준비해 온 이 선물을 모아서 줄 것이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아버지는 올해도 변함없이 딸의 생일 선물을 위해 늦은 밤까지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의 불을 켰습니다.


그가 딸을 위해 준비하는 생일 선물은 바로 딸에게 한 해 동안의 추억과 기억할만한 것들을 회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그는 그 모든 것을 일기를 쓰듯이 기억을 더듬어 편지를 쓰며 그것을 선물상자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즉, 지난 한 해 동안 딸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일들을 비롯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된 마음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적어 그의 딸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많은 일과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20년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해마다 딸에게 쓸 편지를 위해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서럽 한 칸에 메모를 하거나 기념될만한 여러 물건들을 모아 딸아이의 눈에 띄지 않게 잘 간직해 두어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행복한 마음으로 그날 밤도 지새우며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 다시 딸의 생일날···.

그가 책상 앞에 앉아 서랍 속의 것들을 꺼내보면 그동안의 사건과 기억들이 쉽게 떠올라 편지를 쓰고 그 기억들을 다시 상기하는 것에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딸의 운동회날 찍은 사진. 자기 연구실에 찾아온 딸이 책을 온통 어지럽혔던 일들. 딸이 쏟은 잉크가 묻은 자신의 소설책 등등.


그러면 그는 만족스럽게 딸에게 보낼 그 해의 또 하나의 생일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는 다른 보물들과 함께, 밤을 새워가면 쓴 두터운 편지를 커다란 선물상자 안에 집어넣고 겉봉에 ‘딸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라고 쓴 후 다시 그 아래에 ‘이 편지는 스무 살이 되는 해의 생일날 볼 수 있음’이라고 적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딸은 매년 만들어지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한껏 부푼 가슴을 하고서 아버지의 서재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생일선물은 늘 새로운 것을 받지만, 아버지가 늘 그렇게 준비하는 성년식 선물이 다시 새롭게 포장되는 것을 기대해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서재로 들어서는 딸을 보며 웃음 띄우며, 그녀에게 지난밤에 만들어 막 포장을 끝낸 봉투와 선물상자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아! 이 봉투는 반드시 너의 스무 번째 생일이 지나고 난 후에야 열 수 있단다. 그때가 되면 넌 아버지의 편지를 읽을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버지는 이젠 부쩍 커버린 듯한 딸을 대견스럽게 보며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어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쓸쓸히 웃어 보였습니다. 이제 자신보다 세상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딸은 살포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

“그때 아버지와 저는 서로에게 보낸 그 두껍고 수많은 편지들을 읽느라 바쁠 것 같은데요?”


딸이 아버지의 어깨를 꼭 감싸 안으며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에 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딸은 그저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을 꼬옥 안고서 웃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딸의 그런 말을 들으며 잠시동안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멍한 순간이 잠시 흐르고, 천천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딸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딸을 가슴 가득히 안고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딸도 그동안 해마다 아버지의 생일날 편지를 쓰며 추억거리를 포장해서 준비해 왔던 것입니다. 딸은 이미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런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더한 행복을 위한 선물을 하기 위해 같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 하나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혀 터무니없는 선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선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행복과 사랑은, 결코 기대하고, 또 그것을 채우기 위해 준비하고 하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행복과 사랑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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