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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03. 2022

술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첫 번째 술 - 보드카 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639


술을 제조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대략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양조주(발효주)

단발효식(單醱酵式)과 복발효식(複醱酵式)이 있는데, 단발효식으로 만든 것에는 처음부터 당분을 포함한 과즙을 발효시켜 음료용으로 하는 포도주 등의 과실주가 있다. 복발효식은 곡류를 원료로 하여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당화(糖化)시켜 발효시킨 것으로, 맥주(單行醱酵式) ·청주 ·노주(老酒:竝行醱酵式) ·탁주 등을 이렇게 만든다.

 

과일이나 곡류 및 기타 원료에 들어 있는 당분이나 전분을 곰팡이와 효모의 작용에 의해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이 술은 알코올분이 비교적 낮아 변질되기 쉬운 단점이 있으나 원료성분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와 부드러운 맛이 있다. 여기에는 포도주, 맥주, 막걸리, 약주, 청주가 해당된다.

 

알코올 함량은 1∼18 %로 낮은 편이고, 증류주와 달리 알코올 발효와 함께 휘발성의 향기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성분 외에 익스트랙트(extract)라 하여 맛에 관계되는 당분 ·아미노산 ·불휘발산을 2∼8 %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 탁주 : 녹말이 포함된 재료와 국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만든 것


- 약주 : 탁주를 여과하여 맑게 만든 것

 

- 청주 : 약주 중 쌀(찹쌀)만을 원료로 한 것


- 맥주 : 엿기름, 홉, 물 등을 원료로 발효시켜 제성 또는 여과한 것


- 과실주 : 과실 또는 과실과 물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 제성하거나 나무통에 저장한 것

 

② 증류주  

발효된 술(거르지 않은 것) 또는 액즙을 증류하여 얻는 술로서, 알코올 농도가 비교적 높으며, 증류 방법에 따라 불순물의 일부 또는 대부분의 제거가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음용되는 소주는 불순물을 제거한 주정의 원료로 제조되고 있다. 소주 ·가오량주 ·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 ·진· 데킬라 등이 이에 속한다. 알코올 함량이 20∼50 %로 높아서 마셨을 때 독하게 느껴지며 취하게 된다. 풍미는 원료와 알코올 외에 발효할 때 부산물로 생성되는 미량의 휘발성분과 증류 시 가열하면 생기는 휘발성분 등에 의해 좌우된다.

 

증류주는 인류가 만든 가장 후대의 술로서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의 위스키, 북유럽 각지의 화주(火酒)는 16세기경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 소주 : 녹말이 포함된 재료, 국과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연속식 증류 외의 방법으로 증류한 ‘증류식’과 주정 또는 곡물 주정을 물로 희석한 ‘희석식’이 있다.


여기서 ‘주정(酒精)’이란, 녹말 또는 당분이 포함된 재료를 발효시킨 후 알코올분을 95도 이상으로(곡물 주정은 85도 이상) 증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음용되는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며, 이외에도 식품원료, 식품보존용, 살균소독용, 추출용, 의약용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 위스키 : 발아된 곡류를 원료로 발효시킨 술덧을 증류하여 나무통에 저장한 것


- 브랜디 : 과실주를 증류하여 나무통에 저장한 것

 

혼성주

 알코올에 향기 ·맛 ·빛깔에 관계있는 약제를 혼합하여 만들거나 주류끼리 혼합하여 만든다. 합성 청주 ·감미 과실주 ·리큐어 ·약미주(藥味酒) 등이 이 방법으로 만든 것이다.

 

또 이론적인 부분의 설명이 길어지면, 짜증 낼 애주가들이 많은 관계로, 약속했던 대로 바로 각론에 들어가기로 한다.

 


첫 번째 소개할 술은 보드카(водка)이다.

 

보드카의 어원은 ‘물’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바다(вода)’의 어근인 ‘вод-’에 ‘작은, 적은’을 의미하는 접미사 ‘-к-’와 여성명사의 마지막에 붙는 ‘-а’가 더해져 ‘보드카(Водк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고 소련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외국으로 피난한 사람들에 의해 널리 퍼졌다. 12세기경부터 만들어진 오랜 역사를 가진 증류주이며, 무색 ‧ 무미 ‧ 무취인 것이 특징이다. ‘보드카’라는 고유 명칭은 14세기부터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에 전한다. 그 이전에는 ‘곡주’라는 뜻의 ‘흘레브노예 비노(хлебное вино)’ 혹은 ‘독주’라는 뜻의 ‘가랴체예 비노(горячее вино)’ 등으로 불렸다.


‘보드카’라는 용어는 16세기부터 러시아의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17세기에 들어 러시아의 공식 문서에 처음 사용되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알코올을 정제한 증류주’라는 의미로 고착되었다.

 

제정 러시아 시대 황제들과 귀족들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혹한의 겨울을 나야 하는 러시아 사람들은 추위를 달래기 위해 높은 도수의 보드카를 음용하기도 한다.

 

주원료는 곡물과 감자로 도수는 40도이다. 1886년 지정된 보드카의 표준 알코올 함유량은 40도이지만, 실제로 러시아에는 38도에서 60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수의 보드카들이 시판된다. 주기율표의 창시자 멘델레예프가 생각한 이상적인 알코올 도수는 38도였으나, 40도가 된 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 있다.


품질과 가격에 따라 보통 에코 놈(Эконом, Economy), 스탄다르트(Стандарт, Standard), 프리미엄(Премиум, Premium), 슈퍼-프리미엄(Супер-премиум, Super-premium)의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되며, 보드카의 메인 등급에 포함되지 않는 최상급의 보드카인 울트라-프리미엄(Ультра-премиум, Ultra-premium)도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개 보드카를 '륨카(рюмка)'또는 '류모치카(рюмочка)'라고 불리는 작은 유리잔에 따라 단숨에 들이킨다. 또한 보드카는 순수한 알코올 맛을 내기 때문에 보드카를 베이스로 하여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향이나 과일 껍질을 첨가하여 리큐어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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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은 무조건 ‘До дна[다 드나]’ 즉, 원 샷으로 비워야 한다. 술자리 파하기 직전 막 잔은 ‘На посошок![나 빠싸쇽]’이라고 부르는데 이때도 원 샷을 한다. 상대방의 빈 잔을 바로 채워 주는 것은 주류 소비량 세계 1위 주당국(?) 러시아가 한국보다 먼저였다.

 

러시아 외에도 폴란드에서도 품질과 맛이 뛰어난 보드카가 생산된다. 실제 역사적 기록을 보더라도 폴란드 기록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보드카가 언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1405년 폴란드의 법원 판결문이므로 보통 폴란드 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긴 하나 정작 1982년의 국제조정 재판소에서는 보드카의 기원을 러시아로 인정했다.) 이러한 이유로, 보드카의 기원을 폴란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보드카의 평균적인 맛과 품질이 뛰어난 것은 스스로 보드카의 원조를 자부하는 폴란드이다. 유명한 브랜드로는 프리미엄 보드카인 ‘벨베디어’나, 한국 사람에게 고급 선물용으로 유명한 ‘쇼팽’ 등이 있다. 폴란드인들도 집에서 직접 자주 보드카를 증류하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사는 가정에서는 일종의 전통방식이라 매우 흔한 정경이라고 한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역사적 이유로 서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폴란드에서는 러시아 보드카를 일부러 무시하고 깔보는 경향도 보이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세계적으로 보드카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나라는 러시아지만, 러시아에서는 보드카 수요가 너무 많아서 품질과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고 소련 붕괴 이후 경제위기가 워낙 심각했기에 수요에 맞춘 싸구려 저질 주정 희석식 보드카나 여과가 제대로 안된 사제 밀주(싸마곤)도 많이 나오다 보니 이러한 악화된 상황을 보고 러시아가 보드카 망신 다 시킨다고 비난하게 된 것이다.

 

보드카는 어떻게 만드나?

 

12세기 경의 보드카는 벌꿀을 원료로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후 18세기경까지는 라이보리가 주원료였던 것 같다. 후에 대맥이나 소맥, 미국 대륙에서 가져온 옥수수, 감자 등도 사용하게 되었다.

 

현재의 보드카는 이런 농산물에서 알코올 농도가 높은 그레인 스피리츠를 만들고, 그것에 물을 섞어서 40도에서 60도 사이로 희석한 후에, 활성탄으로 여과한다. 이렇게 하면 알코올에 잘 안 녹는 성분이 활성탄에 부착해서 순도가 높아지고 색도 크리스탈과 같은 깨끗한 상태가 된다. 그 결과, 보드카는 무색으로 순하면서도, 원료에서 나오는 미묘한 향을 극히 조금 남기는 상큼한 술로서 탄생하는 것이다.

 

보드카 원액에 다양한 향을 넣거나 과일 껍질을 담근 리큐어 타입도 현지에 가면 제법 많이 접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제조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밀이나 보리 등의 원료를 찌고 여기에 엿기름을 더한다. 당화 과정을 마친 후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액을 자작나무 숯으로 채운 정류탑이 있는 포트 스틸(pot still, 고농도의 알코올액을 얻기 위한 증류 장치)에서 증류시켜 양질의 보드카를 얻어낸다.


증류 과정에서의 불순물 제거 정도는 보드카의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보드카의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개봉하지 않은 보드카는 영구 보관이 가능하며, 개봉 후에는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보드카 중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폴란드산 보드카, ‘스피리터스(Spirytus)’는 알코올 농도가 96.5%라서, 영하 80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면 술이 아니라 희석 음용도 가능한 다목적 고순도 알코올에 가깝다. 알코올 농도가 이 정도로 높아지면 공비 혼합물이라 해서, 더 이상 증류로는 도수를 높일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당연히 불을 붙이면 붙는다. 때문에 이 술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다. 이 술이 돌아다니는 것은 유통이 가능한 국가에서 개인이 반입했거나, 수집품 용도로 국내에 반입된 경우뿐이다. 가끔 보따리상이 들고 온 것들이 남대문 등지에 소량 풀리기도 한다.

 

맛을 표현하자면 뜨거운 불덩이가 그대로 식도부터 바로 위장까지 타들어가며 내장을 태워버리며 속을 불길로 확 뒤집어버리는 맛이다. 말 그대로 3잔 이상 마시지도 못하고, 마시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인사불성 되어 정신 못 차리게 되는 술이다.


혹 인연이 되어 마실 기회가 된다면, 무식하게 준다고 그대로 받아마시지 말고, 반드시 마시기 전에 든든하게 느끼한 식사 하던가 위장을 보호하는 음료 등을 마시고 나서 조심스럽게 맛보는 것을 권장한다.

 

에탄올이 밀도가 물의 0.79배라서 인지 병의 무게도 상당히 가볍다. 가만히 따라놓고 있으면 휘발되는 것이 미세하게 보일 정도이다.

도수가 그다음 높은 것은, 미국 보드카인 에버 클리어(95도, 75.5도), 3위는 불가리아의 발칸 보드카(88도). 보드카라고 나오는데, 20도짜리도 있긴 한데 그건 사실상 보드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의 맛을 내니 아무거나 보드카라고 입에 가져가지 않길 권장한다.

 

한국에서야 명백한 양주이기 때문에 수입산이므로 다소 비싼 가격대이긴 하지만, 동유럽 구소련권 국가에서 보드카는 한국에서의 소주와 같은 저렴한 국민 술이다. 러시아에서는 그냥 알코올음료가 아니라 그야말로 몸을 덥히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서민의 동절기 생필품이자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가성비 보드카 라인업이 완비되어 있음을 마트에만 가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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