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법으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린다면, 백성들이 처벌은 모면할지라도 수치심이 없을 것이다.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수치심도 있게 되고 감화를 받아 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옛말 그른 거 하나도 없다."라고 했다.
내가 굳이 <논어>를 한 장씩 꼼꼼히 풀어 읽는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문회에 대한 말이 많다.
사실 최근 들어 많아진 것은 아니고, 늘 말은 많았었다.
공개석상에서 신상 털기를 너무 심하게 해대서 아무도 장관직을 수락하기 어렵다는 말부터,
이제 교수 출신들은 장관직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여러 말들이 많았다.
그간 쓴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여권이건 야권이건
정치한답시고 위선적인 작태를 보이는 그들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우리를 통해 제대로 된 정치를 해서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생각을 글로 옮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입장에서 보건대,
청문회는 아주 중대한 최종절차이다.
개싸움을 하는 곳도 아니고
누군가를 창피 주고
당색을 날카로운 이빨처럼 드러내는 곳도
아님을 최소한 그들(?)이 알았으면 한다.
'위정'편 3장의 윗글도 그런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큰 글이다.
법원의 판결이 개차반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판사의 양심이 어떻고
기존 판례가 어떻고를 떠나
법은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법이 아니게 될 수 있다.
법비들이 판치는 세상
율사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케이블에 정치를 논하는 논객들 중 변호사는 빠지는 적이 없고,
정치를 하겠다고
공천을 받겠다고
최고위원을 하겠다고
어슬렁거리는 이들에는
반드시 율사가 끼어있는
웃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윗글은 수천 년 전에 적혔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미리 해준다.
법을 안다고
전공했다고
그것으로 먹고살았다고
하는 것들이 살짝 삐끗(?)해서
법망에 걸리면
그들은 1심에서 바로 벗어나는
촌스러움을 버리고
시끄러움이 사그라들 즈음의 2심이나
심지어 극적인 3심에서 법망을 빠져나와 말한다.
"법원의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나는 법의 판결에 의해 결백한 자"라고.
이것이 위의 첫 구절에 나오는
"처벌을 면하더라도 수치심이 없게 된다."는
말의 적확한 의미이다.
독일법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한 일본 법학풍에 근간한 탓에 한자가 그득한 법전을 좀 읽었답시고, 건방지게 <열자(列子)>의 지음(知音)을 판결문에 적어 법비에게 면죄부를 준 사례를 보고, 한학을 공부한 선생님들은, "이런 경우에 사용하라고 그 말이 나온 것이 아닌데..." 하시며 혀를 끌끌 차셨을 것이다.
부러 그런 특수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상식을 뒤엎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의해 법망을 빠져나가 '나는 무죄를 받았다.'라고 다시 활개를 치며 고개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법비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공자가 제시한 궁극의 해결책은 법이 아니라 상식이었다.
상식이 무엇인가?
누가 들어도, 누가 보아도 수긍이 갈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마지막 구절에 강조한,
덕과 예를 통한 감화이다.
그렇다면 덕과 예는 무엇인가?
원문에 대한 해석에 보면 이렇게 말한다.
법제(政)이라는 것은 정치를 하는 도구이고, 형벌은 정치를 돕는 법이며, 덕과 예는 정치를 내는 근본인데, 덕은 또 예의 근본이다.
이 말을 끝내면서 정치를 하는 자는 이 근본을 잊지 말라고도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사기꾼들이나 법비의 도움을 돈으로 사서 똑같은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오는 이들이 말한다.
"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니 무죄"라고.
그렇지 않다.
법비들끼리 그렇게 거래를 통해
혹은 법망의 헐거움을 빠져나갔다고 해서
그들이 무죄이거나 결백하다는 의미가 아니란 말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아야 하며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백성들이 궁극적으로 감화하여 선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하면서,
"법을 어긴 것이 맞지만 당시에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기괴한 변명을 너무 자주 듣곤 한다.
하긴 법을 정작 어겼어도 법망을 피해 나오는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 면상에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마는,
그런 자에게 정책을 맡기고 국정을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들이 무슨 정신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정책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행하는 정책을 어느 백성들이 따를 것인가?
감옥을 나온 이영애가 그 짙은 화장을 하고서
무덤덤한 어투로 뱉은 말은
그래서 힘을 갖는다.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