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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18. 2021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 함은...

誠을 그저 부지런하다고 이해하는 현대인들에게...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대표할 수 있으니,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 말이다."



<시경(詩經)>을 처음 공부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참 재미가 없다.

은은한 감성이 느껴지는 시라고는 없고, 

그렇다고 공자가 그렇게 강조하신 생각에 간사함이 없음을 느끼기에는 더더욱 건조하기 그지없고

어려운 한자는 왜 그리 많이 들어간 것인지...

물론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그려내기 때문에 고유명사가 많아졌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대의, 그것도 한국인이 굳이 중국의 그것도 수천 년 전의

고유명사까지 모두 알아야 한다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더랬다.


윗글은, 그 <시경(詩經)>을 경전에까지 올려놓은 공자의 평가로 유명한 장이다.

그런데 사실 이 심오한 짧은 말도 공자의 오리지널리티에서 온 말이 아니다. 

원래 <시경(詩經)>의 '노송(魯頌)'경(駉)에 나오는 말인데, 노(魯) 나라 희공(僖公)이 말을 잘 기르는 것을 사관(史官)인 사극(史克)이 찬미한 노래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제4장의 "다른 사특한 생각이 하나도 없으니, 말은 그저 힘차게 앞으로 치달리네. [思無邪, 思馬斯徂.]"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인데, 그것에서 공자가 뽑아와서 인용한 말이다.


여기서 주요하게 봐야 할 글자는 '邪'라는 글이다.

'사악하다. 간사하다, 사특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으나,

전에도 설명한 바 있지만 고문에서 사용되는 뜻은

독특하고 심오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이 글자는 그렇다.

도대체 '생각이 간사하다'는 것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주자의 설명에 의하면,

<시경>에서 사악함을 말한 이유가 사람의 방탕한 마음을 징계하여 바른 성정을 얻게 하고자 하는 효용이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안 좋은 사람들이나 악한 마음을 노래한 것도 반면교사하여 바른 성정을 잡는데 시가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주자의 다음으로 정자(程子)가 설명에 나선다.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 것은, 성(誠)이라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성실할 성(誠)은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誠를 해석한다면, '(言) 말하는 대로 (成) 이루어진다.'라고 풀 수 있다.


誠자에 대해 알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옛날 저명한 학자였던 사마온공(司馬溫公)이 자신을 찾아온 제자가 일생 동안 꼭 가슴에 새겨야 할 글자 하나를 달라고 했을 때에 그가 제시한 글자가 다름 아닌 이 성실할 성(誠)였다. 
  


성실하다는 것은, 부지런하되 '정성을 다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매일 같이 당신이 월급에 목이 매어 지옥철을 타고

사람에 시달리며 일하는 것은

결코 성실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일상이고, 루틴일 뿐이다.

고문에서, 고전에서

이 성실함이라는 의미는

온 마음을 오롯이 쏟아내는 지속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쉽게 쓰고 쉽게 뱉을 수 있지만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의미이다.


하지만,

내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그것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축적될 때

그것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 결과로

내 눈앞에 성과를 준다.

내 성실함은 결코 변수가 없다.


운이 없었다고 탓하지 말라.

당신을 돌아보라

당신이 정말로 성실함이라는 단어로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원하던 성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리는

결단코 없다.


당신이 알고 정의했던

성실함이 안일하고 얄팍했던 것뿐이고

당신이 사사로운 속삭임에

적당히 타협하여

그리 된 것뿐이다.


성실함이라는 것은

하루, 혹은 한 달 만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진위는 오직 신과 당신만이

알 뿐이다.

무서운 것은 신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원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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