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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23. 2021

당신은 진정한 효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기지 않는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孟懿子問孝, 子曰: "無違." 樊遲御, 子告之曰: "孟孫問孝於我, 我對曰: '無違.'" 樊遲曰: "何謂也?" 子曰: "生, 事之以禮; 死, 葬之以禮, 祭之以禮."
맹의자가 효에 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기지 않는 것이다."
번지가 공자를 모시고 수레를 몰 때 공자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맹손이 나에게 효도가 무엇인지를 묻기에 내가 어기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번지가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살아 계실 때는 예로써 섬기며, 돌아가셨을 때는 예로써 장사 지내고 예로써 제사 지내는 것이다."  

어려운 내용이 없어 보인다.

늘 그렇지만 고문은 원문을 보지 않고 누가 해석해놓은 걸 보면, 그저 술술 그렇지 그렇지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사실 당신은 이 글의 뜻을 조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방점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無違(어기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두 번에 걸쳐 옮기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논어>는 단순 반복으로 글자 수 넓히는 낮은 수에 의해 적힌 글이 아니다.

두 번, 그것도 공자가 직접 그 상황에 대해 다시 말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주자의 해석에 따르면,

맹의자가 질문을 해서 답변을 해주었는데, 당연히 후속 질문이 나와야 제대로 이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맹의자가 이어서 묻지 않으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간파한 공자가 그 측근을 통해 완곡히 부연설명을 해준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뭘 잘못 알아들었다는 뜻인가?

어기지 않는다는 의미를 부모의 뜻과 명령에 무조건 따른다고 이해했을까 봐 그랬다는 거다.

그러면 어기지 않아야 한다고 한 말이 그 의미가 아니고 다른 게 있다는 뜻인가?

그래 놓고 마지막에 살아가셨을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그 이후에도 예로서 섬겨야 한다는 선문답으로 끝낸다.

왜 어기지 않음에 대한 제대로 된 의미를 밝혀주지 않고 끝내나?

그것이 두 번째 방점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논어>는 산문이지만 행간의 깊이가 깊고, 복선과 이야기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선문답 같은 구절이 많다.

두 번째 방점인 예를 강조한 것은, 당시 참람(僭濫;분수에 맞지 않고 지나치다)하게 하는 집권층에 대한 따끔한 돌려치기였다. 맹의자에게, '너는 그 위치에 오르게 되면 절대 그러지 마라.'를 강조하려던 것이다.


문제는 어기지 않는다는 것과 예로서 섬긴다는 것의 연결점이다.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어기지 않는다'의 목적어가, 단순히 '부모님의 뜻'으로 이해될까 싶어 기준선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 ''이다.


부모님에게 뭔가 해드리고 싶다고

제 분수에 맞지 않게 오버하는 자식들을 많이 본다.

물론 아예 안 하거나

재산 때문에 칼 들이대는 자식보다야

훨씬 낫다.


가장 어이없는 경우는,

살아계실 동안

그렇게 속 썩이고

부모 등골 휘게 만들어놓고서는

돌아가시고 나서

젤 비싼 수의를 해야 한다는 둥

오동나무 관이 비싸니 그걸 해야 한다는 둥

생쑈를 하는 것들이다.


'유학'은 학문을 넘어 '유교'라는 종교로 추앙받았었다.

그만큼 예의 형식에 고집이 있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노나라 집권층이었던 세 가문의 하는 꼴이

참람하다고 여긴 공자는

이 장을 통해, 돌려서 모두 까기를 했다.


''라고 하는 것이

자신의 분수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아주 단순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것은 부모님이 계실 때

부담스러워하시거나

오버라고 생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모님이 당신께서는 허접한 옷을 입어도

내 새끼에게는 비싸고 좋은 걸 입히고 싶어 하셨던 맘은

자식이 부모가 되고나서야 깨닫게 된다.


살아계실 때 못 해 드린 불효에 후회하며

그제야

비싸고 분에 넘칠 정도로

빚을 내서라도

가시는 길에 좋은 것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그날을 맞아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람되게 하지 말고

예로서, 하라고 강조한 것은,

처음과 끝을 똑같이 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죽어봐야 죽음을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후회는 가장 먼저 해도 후회일 뿐이다.


'위정'편의 이 장 이후에는

다양한 효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태어났을 때부터 나와 함께 있었던 분

지금 머리가 컸다고 함께 살지 않는 이들을 포함하여

효도를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효도하는 것은 참람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유학에서 말하는 예는,

왕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을 가르치기 전에

당신을 낳아준 분들을 어기지 말라고 가르친다.

'무조건 따르라.'가 아니라 '어기지 말라'는 표현을 한 데에는

다 그 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늘 받아주었으니 또 그럴 것이라 생각지 마라.

늘 당신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당신이 기대하는 대로

그분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시지 못함을

후회하게 할 짓을 하지 마라.


지금, 예에 맞게 후회 없이 사랑하라.

그렇게 해도

후회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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