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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28. 2021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는 것

내 배 아파 나은 자식 속을 모를 리가 있나?

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자하가 효도에 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색을 온화하게 하기가 어렵다. 부모님이 일이 있으면 자식이 대신하고 술과 음식이 있으면 부모님께 드시게 하는 것을 어찌 효도라고 여기느냐?"


<논어> '위정'편에 모여있는 효에 대한 질문 중에서 나름 레벨이 높아진 답변 중 하나이다.

'色難'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들릴 것이다.

정확하게 풀어 설명하자면, 그 의미는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라는 뜻이다.

이전 장에서 설명한, 개나 말에게도 먹여주는 행위를 하는데 사람으로서 효도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인간다운 효도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 해당되시겠다.

程子의 설명에 의하면, 맹의자에서부터 자하까지 효에 대한 답변이 달랐던 이유는,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우려되는지를 간파하고 분석하여 그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였다고 한다.

子夏는 강직하고 의로우나 온화한 빛이 부족하였다고 한다.


주자의 설명에 따르면,

"효자로서 깊은 사람이 있는 자는 반드시 조화로운 기운이 있고, 조화로운 기운이 있는 자는 반드시 유순한 빛이 있고, 유순한 빛이 있는 자는 반드시 공순한 용모가 있다"라고 하였다.


'빛'이라고 하는 것은 '안색'을 의미한다.

부모님의 힘든 일을 대신하고 음식을 봉양하는 것만으로는 효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인 효의 방식으로 얼굴빛을 온화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님에게 불편한 안색을 비춰 걱정을 끼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처음에 맹의자에게 설명했던 부모님이 자식을 걱정하지 않해야한다는 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나면

얼굴에 금세 표가 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다지 그런 느낌도 별로 없다.

자신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부러 확실하게 얼굴에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먹고사는 일도 팍팍한데

뭐가 좋다고 헤죽헤죽 웃고 다니겠냐마는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을게다.

내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힘들다고 짜증 난다고 하는 얼굴을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이 누구일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가장 막 대했던 사람은

아마도 부모님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가장 가깝고 편한 사람이

부모님이라서 당신이 막 굴었다면

부모님도 당신에게 그랬어야 할 텐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당신에게 아픈 내색

싫은 내색 불편한 내색

잘 못하시고 안 하셨다.


효도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자기 자식에게

말 못 하는 아기에게

화를 풀고 때리고

밥을 안 주고 가두고 하는

짐승만도 못한 '부모'도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생각컨,

그들이 부모에게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았더라면

그따위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면서 큰다.

자식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기 전에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스스로 잘 살펴보라.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에게 찌푸린 낯을 보여주시기는커녕

당신의 찌푸린 낯을 보면서

내내 맘을 졸이시고

불편해하셨다.


부모님 앞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처럼 굴라는 뜻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부모님에게 당신이 취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결국 당신의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평온한 얼굴을 보이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런 표정이 우러나와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내 배 아파서 나은 내 자식의

마음 변화에 대해

부모님이 모르실 리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늘 말씀하신다.

너만 잘되면 된다.

너희들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당신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으신 거다.

그렇게 지가 잘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효도라는 건 모순이다.

당신 잘 살자고

당신 잘 되자고 하는 것인데

그래서 행복해지는 것이

부모님에게 효도라지 않은가.


가만히 듣고 곱씹다보니,

이 궁극적인 효도라는 게,

참 슬픈 말이구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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