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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03. 2022

그림 작업, 어디서 해야 할까?

집, 작업실과 스터디 카페. 그 효율성에 대해

그림 작업은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떤 창작 작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글이나 그림 작업은 너무 혼자 해도 외롭고, 누군가와 같이 해도 같이 하기 때문에 피곤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저렴하게 자택에서 일할지, 아니면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유 작업실이나 카페에 나갈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셋다 경험해본 나로서는 모두 장단점이 명확해서, 한쪽에서 너무 부족한 부분은 다른 선택지를 가끔 선택해서 아쉬운 부분을 채워나가곤 한다. 그럼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떤 타입의 작가들이 어떤 장소를 더 선호하게 될까?



1. 자택 or 개인 작업실


사실 프리랜서로 첫발을 내딛으면 여유 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택의 자기 방이나 빈방에서 일하게 된다. 집에서 일하게 되면 첫 번째로, 작업실을 렌트해서 생기는 유지비용과 전기, 수도세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면 기본적인 교통비, 필요한 경우 매 끼니마다의 식비 등 한 달 동안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든다. 자택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내가 원하는 밥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고, 밖에 안 나가니 돈이 쌓일 확률이 높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싫은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니 아무래도 혼자가 편한 작가분들은 집에서 작업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반면, 집에서 계속 작업하다 보면 사람과 만나서 대화할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따로따로 일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서 대화할 일도 없다 보니 업계의 정보를 알기가 어렵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바로 옆에서 쉽게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 그런 것들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쉽게 고립감에 빠져 기분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집에서 일하는 작가들이라면,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꾸준히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 연결감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정기적으로 만든다던지, 자신의 스트레스를 온전히 풀만한 (가능하면 소셜라이징이 되는) 여러 돌파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프리랜서라는 긴 마라톤을 하기 위한 필수 안전장치라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로 꾸준히 교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던지, 게임에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논다던지, 다른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가르치면서 부수입을 올림과 동시에 학생들과 교류를 한다던지..



자택에서 작업할 수도 있지만, 편하게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의 확실한 분리를 위해서 개인 작업실을 차리는 나 같은 케이스도 있다. 집은 온전한 휴식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좁은 내 방에서 재료들을 어질러서 작업할만한 공간도 없기에, 결국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내게는 더 편하다. 그렇게 일한 지 이제 1년 하고 반이 넘어가는데, 제법 나의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이런 저런 잡동사니가 가득한 책상. 너무 깔끔한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자택에서 일하는 것보다 개인 작업실이 더 좋은 이유는, 첫째로 내 개인적인 휴식장소와 일이 완전히 분리가 되기 때문에 작업물에 대한 내 머릿속의 on/off가 빨리 된다는 점이다. 일단 집에서 일 생각을 안 해도 되고, 작업실에서는 더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같은 시간을 써도 더 집중력 있게 효율적으로 작업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작업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그나마 최소한의 운동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내 작업실은 옆에 하천길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운동을 하는데, 나도 스트레스받거나 생각할 일들이 있을 땐 작업을 멈추고 밖에 나가 무조건 걷는다. 가끔 네이버 지도로 동네 맛집을 검색하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내겐 즐거움이다. 세 번째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원하는 작업실의 인테리어로 마음껏 꾸밀 수 있다는 점. 개인 프라이버시가 존중이 되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으면서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하지만 개인 작업실은 돈이 든다. 비싼 건물이라면 임대료도 많이 들고, 매번 내야 하는 수도세나 전기세와 교통비, 인터넷 사용료, 밖에서 나가 먹을 경우 식비 등도 생각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책상이며 의자, 책장, 전기포트, 냉난방기…. 각종 식기며 필요한 경우 소파, 냉장고에 전자레인지, 복합기까지 기본적으로 사무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혼자 마련하는데 돈이 든다. 또한 같이 공유하는 친구나 작가분이 없다면 사회적인 고립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하루 종일 자택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낫겠지만,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음악이나 라디오만 들으면서 일하는 게 다반사라 가끔은 지금 무슨 작업해? 하고 물어보고 수다 떨 수 있는 동종 업계의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나마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이나 이모님이 계시지만, 어쨌든 작업이란 게 고독한 일이라는 건 변함이 없어서 작가로서 그냥 감내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2. 공유 작업실




지금의 나는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서 일하고 있지만 귀국한 이후 1년 남짓은 홍대의 공유 작업실에서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같이 일했다. 건축 설계일을 하시는 작업실 오너분이 빈 방에 칸막이가 있는 여러 책상들을 놓고 책상을 하나씩 렌트하여 같이 공유하는 시스템이었다. 워낙 홍대에 작업실이 많았지만 특히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각자 칸막이가 있어서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대형 복합기가 있어서 큰 작업 물들을 크게 스캔하고 복사 프린트하는 게 너무 편했기 때문이다.



공유 작업실은 대개 한 책상당 18만 원-25만 원 선이고, 작업실마다 기본적인 공용품들-각종 커피나 차, 전기포트나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등-을 다 포함해서 그 정도가 적정선인 것 같다. 공유 작업실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서 서로 정보교환을 편하게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아서 프리랜서로서의 심리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돈을 내고 작업실을 나가기 때문에 내 작업에 대한 스스로의 욕심이 생긴달까? 이 정도의 돈을 내고 자리를 빌리고 있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분발심이 생겨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나같이 홍대 번화가에 작업실이 있다면 매 끼니마다 어디서 뭘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까! 하는 고민에 매일매일이 즐거울 수도… 실제로 내 지도 어플에는 수없이 많은 맛집들이 즐겨찾기 되어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아예 지도에서 사라져 버린 곳이 꽤 있어서 좀 아쉽다.


공유 작업실의 예전 책상. 상당히 작아서 옆에 따로 책장을 마련해서 재료를 보관했다.


반면 자기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람에게 공유 작업실은 고역일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와 셰어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다 규칙을 잘 지키지만) 리시버에서 시끄러운 소리의 음악이 비집고 나오는 작가가 옆에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특히 내가 여성일 경우 남자가 너무 많은 작업실은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자유롭게 내 책상을 꾸미고 싶어도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내 취향껏 못 꾸밀 수도 있고, 나는 늦게까지 일하고 싶지만 작업실의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급하게 일찍 나와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책상이 정말!!! 정말 너무나 좁다. 이런 좁은 책상은 결국 내 창작의 영역까지 같이 제한하게 한다. 대개 독서실의 책상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책상과 의자가 주어지는데, 글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모르겠지만 그림 작가는 그것 만으로는 이런저런 재료들을 올려놓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공유 작업실을 나온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으니, 이젠 큰 이케아 책상 세 개를 붙여서 작업을 하는 나로서는 다시는 이런 비좁은 공유 작업실 책상으로는 절대 못 돌아갈 것 같다.




3. 스터디 카페



최근에는 독서실이 스터디 카페 형식으로 변해서, 공시생이나 수험생들이 월정액을 내고 지정된 좌석을 렌트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생겼다. 나는 주로 내 작업실에서 일하지만, 작년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기가 고장이 났을 때 잠깐 스터디 카페에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다행히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아이패드와 충전기만 가져가서 작업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효율이 좋아서 앞으로도 혼자 작업이 안될 때는 스터디 카페에 가서 일을 할까 생각 중이다.



내가 이용하는 곳은 일회권의 경우 8시간 이용이 9000원인데, 커피며 차, 간단한 스낵 같은 것도 무료인 데다가 늘 정기적으로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심심할 일도 없고 칸막이도 있어서 프라이버시 존중이 잘 되는 곳이다. 물론 밥을 무조건 밖에서 사서 먹어야 하고 데스크톱이 필요할 정도의 복잡한 작업은 힘들기 때문에 제약이 있지만, 일반 카페에 비해 조용하고 쾌적해서 정말 마음에 든다! 앞으로 스토리보드 작업이나 스케치 작업같이 아이패드로만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곳을 적극 이용하려고 한다.



글이든 그림 작업이든 창의력이 필요한 작가들에겐, 사실 어느 곳이 제일 좋은지에 대한 뚜렷한 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혼자 내 작업을 독대하며 일하는 직업 특성상, 똑같은 환경으로 인한 매너리즘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의 루틴과 주변 환경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같은 작가들과의 느슨한 연대를 이어가는 감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클라이언트들과도 메일로만 소통하는 프리랜서인 나로서도, 이건 계속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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