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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10. 2022

일러스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루한 마라톤을 도와줄 여러 가지 방법


내게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밥벌이가 된 지 오래이다.


남들이 8시나 9시까지 출근해서 5시나 6시에 퇴근하는 것처럼, 나도 대략 여유롭게 11시-12시부터 시작해서 남들이 일하는 만큼 늘 하루의 일을 끝마치려고 노력한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닌 만큼, 남들이 하는 것만큼 꾸준히 일하지 않으면 남들만큼 벌지 못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상시의 루틴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다른 프리랜서들처럼, 나도 늘 정해진 루틴을 따라 일을 시작하고 마치려고 애쓰고 있다. 작가라는 이유로 내키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을 한다면 결국 마감을 지킬 수 없고 정신건강과 몸 컨디션을 망치기 일쑤다. 그래서 여러 시행 끝에 나에게 맞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팁을 조금씩 알게 됐다.



1. 일을 시작하기 전 30분-1시간 정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 명상



워낙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허겁지겁 작업실로 달려오는 나로서는, 좀처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강제적인 어떤 일들을 시작하기 전에, 내게 시간을 내어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챙겨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최근에는 30분 동안 내가 최근에 빠져있는 뮤직비디오를 여러 번 본다던지 좋아하는 노래를 자주 듣곤 하는데, 이렇게 열심히 듣고 나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가 되면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으면서 내가 원하는 환경에서만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너무 감성적이고 몰입이 쉽게 되는 최신 가요들을 틀으면 집중력이 흐려 저 정말 중요한 작업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게 된다. 팝송은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비트가 빠르고 리듬이 있는 모든 음악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때문에 결국 듣게 되는 건 카페 재즈 피아노 모음곡이나 디즈니 피아노 곡, 잔잔한 피아노 곡 등등… 이것조차 너무 오래 들으면 정말 지루해서 최근엔 드라마 ost 음악들이나 내가 좋아했던 뉴에이지 작곡가들의 모음곡 들로 나름 내적 합의가 되었다. 이렇게 즐거운 음악도 잘 못 듣고 살다 보니, 일을 시작하기 전 조용한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요나 원 없이 듣고 싶다.


가끔 짬짬이 사놓은 책을 읽기도 한다.


‘명상’ 은 최근에 생각한 아이디어인데, 사실 작업을 혼자 하다 보면 손은 그림을 그리지만 내 머릿속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어지러워지기 마련이다. 마음이란 건 그대로 두면 후회와 미련이 가득한 과거로 달려가거나, 미래의 불안한 상상을 하며 현재를 갉아먹기 마련인지라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더군다나 일감이 늘 불안정한 프리랜서 인지라 일이 끝날 즈음엔 ‘다음엔 또 어떤 일을 하게 되려나’ 하는 막연함을 늘 안고 살게 된다. 그런 내 번뇌를 좀 다스리고자, 최근엔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좋은 향을 맡으며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과거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현재의 즐거움에 늘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이 가득했던 학교를 다닐 때에는 나의 고민이 참 단순했는데, 졸업을 하고 햇수가 늘어남에 따라 인생의 고민이 늘어가기만 한다. 결국 내 주변의 모든 것과 나의 인생조차도 쉽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걸 느끼는데, 그런 불안을 잠재워 주는 좋은 방법이 내게는 명상이다. 매일매일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싶다.




2. 뽀모도로 타이머와 휴식



25분가량 공부를 하고 5분간 휴식하는 것을 반복하는 뽀모도로 기법을, 나는 약간 변형해서 1시간 정도 풀로 일하고 15분가량 휴식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 그림 작업이 어느 정도 몰입이 필요해서, 25분은 너무 짧기에 대략 50분 -1시간 정도로 끊어서 적용하고 있다. 휴식 시간 15분은 가끔 더 늘려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초과되는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 관대하게(?) 대하고 있다. 뽀모도로 타이머도 팔지만 나는 책상 위에 너무 불필요한 물건이 늘어나는 걸 싫어해서 핸드폰 타이머로 맞추곤 한다.  


늘 핸드폰에 저장된 작업 타이머 세트.


그렇게 한 세트나 두 세트 안에 캐릭터를 모두 색칠하기, 그리고 다음 세트에서는 배경 색칠하기 등등으로 그때그때 목표를 정해서 일을 진행한다. 아마 모든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남도 아닌 스스로에게 계속 강제적으로 숙제를 던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해서 늘 내 책상 위엔 사탕과 과자들로 가득하다. 쉴 때에는 가능한 작업하는 책상을 떠나 있으려고 한다. 잠깐 편의점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 온다던지 좋아하던 유튜브 채널의 새 영상을 본다던지.. 그러다 보면 결국 휴식시간을 훨씬 넘기기 일쑤이다.



3. 나에게 주는 상과 다양한 취미들



매일 일이 끝나는 저녁에는 편의점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거나, 먹고 싶었던 케이크나 빵을 사 가곤 한다. 최근엔 집에서 도시락을 자주 싸 오기 때문에 정말 먹고 싶었던 달달한 음식들은 퇴근길에 정해두고 사게 된다. 도시락은 내 몸 건강을 생각해서 싸고 있는데, 주로 간이 싱거운 야채 볶음이나 두부, 달걀말이가 대부분이라 가끔 정말 맛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일주일에 1-2번 정도밖에 나가서 사 먹곤 한다. 꼭 먹는 것 이외에도 퇴근 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게임을 한다던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던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재밌는 책을 읽어본다던지, 초코칩 쿠키를 직접 구워본다던지… 나 스스로를 릴랙스 시켜주는 여러 안전장치들을 많이 만들어야 프리랜서로서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된 일에 스스로 쉽게 지치지 않게,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지긋지긋한 일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탈출구를 많이 만들어놓자.



4. 일로서 작업하는 그림을 취미와 구분할 것



내게는 그림 그리는 것이 돈을 버는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도구이다. 이 둘 중에 전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전제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지 간에 금전적 보상이라는 결과가 없으면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어렵고 그렇기에 열심히 하기가 힘들다. 내게 이미 그림 그리기는 생계를 위한 정신적, 육체적인 노동이다. 회사에 다니는 여러 직장인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맞춰서 해야 하는, 생각보다 틀에 맞춰진 일이며 매우 상업적인 창작활동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나는 내 작품에 개인적인 감정을 섞지 않으며 그렇게 작업한 지 사실 꽤 오래됐다.


그리고 일에 대한 의욕은 결국 돈에서 나온다. 내가 한국보다 주로 북미나 유럽 출판사들과 일하는 이유도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좀 더 큰 버젯 budget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이미 전 세계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우리가 보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마블 코믹스, DC, 그뿐만 아니라 최전선을 달리는 IT 회사들은 모두 미국이 갖고 있다. 자연히 모든 돈의 흐름은 미국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고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모든 돈들은 다시 미국으로 흡수된다. 그래서 재능과 실력이 있지만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어쨌든, 일에 대한 의욕은 돈에서 나오며 그게 턱없이 부족하면 쉽게 번아웃이 온다. 그렇기에 넌 좋아하는 일 하니까 돈 덜 줘도 되지? 하는 사람들을 정말 경멸한다. 그게 직업이 되기까지 수만 번의 시도와 끝없는 노력이 필요했으므로. 하지만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돈이 내 재능과 연결이 되면, 아무리 처음엔 즐겁더라도 작가로서 작업에 쉽게 지루해지게 된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일로서의 그림”과 “즐거움으로서의 그림”을 완전히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좋아했던 일인데, 이젠 태블릿만 봐도 신물이 나”, “처음엔 즐거웠는데,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내 완벽한 그림을 점점 망치고 있어…” 이런 생각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자주 들 수밖에 없는 고민들이다. 그저 내가 즐겁게 아무런 요구사항에 구애받지 않고 그리는 내 그림과,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으로 인해 조금은 경직되어 보이는 내 상업 그림은 결국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구분점을 늘 두려고 하지만, 그래도 일하는 시간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내 것으로 온전히 만들고자 한다. 중간중간에 받는 피드백들이 늘 영양가가 있을 수는 없으니, 그래도 가끔 나의 의견을 담아서 상대방 의견과의 교합점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일로서 구분을 지으면서 취미처럼 즐거움을 담을 것. “취미는 일처럼, 일은 취미처럼” 같은 앞뒤가 안 맞는 문구를 앞에 붙여놓고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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