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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Feb 09. 2022

번아웃을 예방하는 방법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서

최근 즐겁게 설을 지내고 슬슬 다시 복귀해서 일을 시작하고 있다. 한차례 마감을 끝내고 여유롭게 일을 다시 시작하니 정말 기분이 남다르다. 어깨 위의 무거운 짐덩이를 내려놓으니 한시름 놓인 기분이다.


마감시간은 조금 여유 있었지만 부러 설 연휴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미리 모든 작업을 다 마쳐놓았다. 분명 설 연휴가 닥쳐오면 집안의 음식 준비, 손님맞이 준비를 분주해서 연휴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 뻔했다. 역시 예상대로 연휴 3-4일 동안 가족 행사에 신경 쓰느라 조금은 피곤했고, 그래도 미리 일주일 동안 푹 쉬고 마음껏 휴가를 즐겼기에 그런 분주함도 내게는 즐거운 소일거리였다.




이렇게 여유롭게 적어놨지만, 사실 내가 계획한 스케줄에 맞춰 바쁘게 마감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큰 번아웃을 겪었다. 늘 그렇지만 그림 그리는 일이 늘 즐겁지 만은 않다. 더군다나 다소 부담감이 있는 프로젝트일수록 더 스트레스가 많아서 이번 일은 초반부터 조금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한 터였다. 그 책임감으로 2개월 가까이 쉬지 않고 연말부터 일해오다가, 거의 막바지에 가서는 오히려 전혀 일하는 의욕이 안 나서 스스로에게 많이 낭패감을 느꼈다. 조금만 더하면 끝나는데, 더 가면 되는데 왜 이렇게 하기는 귀찮고 싫은지... 스스로 다소 실망감이 느껴지면서도, 왜 내가 좋아하는 일이 힘든 걸까- 하는 상념에 빠져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는 했지만.



보수가 꽤 적당해도, 마감일이 넉넉해도, 아트 디렉터와의 관계가 아주 순조로워도, 그림일이 잘 진행되고 있어도... 그냥 마감이라는 것은 사람을 다 스트레스받게 만드는 것 같다. 대체 번아웃은 왜 오는 걸까? 오히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흥미롭고, 내가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빨리, 더 강하게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이 별로 안 좋아하는 일이든, 싫어하는 일이든 아주 좋아하는 일이든 나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번아웃은 오게 되는 것 같다. 밑에 소개된 장동선의 번아웃 영상에서처럼, 일이 없는 백수는 번아웃이 있을 수가 없다. 번아웃은 자기 분야에서 나름 부지런히 달려온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한번 번아웃이 오면 여파가 만만치가 않아서 가능하면 또다시 크게 겪고 싶지가 않다. 어떻게 하면 그나마 예방도 하고 나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역시 중간중간 나를 위한 휴식소를 만드는 게 최고인 듯하다.  내가 그림 이외에도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주변에 많이 만들어 놓는 것. 그림으로 즐겁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즐거울 수 있도록 번아웃 방지턱(?)을 여기저기 자주 놓아두는 것. 이번엔 그런 안전한 방지턱에 대한 소개를 해본다.



운동과 산책

일하기 전에 틈틈이 운동을 하는 것은 일의 능률을 높인다. 굳이 헬스장을 끊지 않더라도 주변 공원이나 강가를 산책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다. 일을 하건 말건, 주기적으로 매일 나가 산책과 운동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조용한 소셜 활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마냥 스튜디오에 처박혀 말도 안 하고 혼자 일만 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밖으로 나가 몸을 쓰고 주변을 환기시켜야 한다. 최근 일이 마무리되고 새 일을 시작하면서 기분전환 삼아 산책을 자주 나가는데, 헬스를 끊을까 고민하다가도 근처 산책로의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다 보면 역시 아직은 산책이 내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인 것 같다.


나를 위한 창작 활동


늘 의뢰를 받아하는 작업에 익숙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작품을 구상하는 것이 이젠 낯설어졌다. 참 슬픈 일이다. 어릴 때엔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만 봐도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 특히나 해외 작품들은 글과 그림을 철저하게 분업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해외 쪽 일을 자주 하는 나로서는 굳이 내 이야기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구상해서 만든 mock-up 책들이 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걸 보면 참 아쉽기도 하다. 글과 그림이라는 건 매우 유기적이라서 아무래도 같이 하면 작업을 하면서 더 몰입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더 큰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책의 비판에 대한 것들을 모두 내가 스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터라 부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온전한 '작가'로서 해야만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올해에는 조금씩 내 작품을 구상하고 싶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사람인지, 나를 조금씩 알고 싶다.


 

베이킹이라는 오묘한 마법 


그림을 그리는 손으로 타고났지만 뭔가 맛있는 것을 만드는 재주는 제로에 가까워서 주로 냉동음식들만 먹어왔던 나로서는 베이킹은 정말 미지의 영역이다. 설탕이나 버터가 조금이라도 적거나 넘쳐버리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바뀌는 마법은 내겐 너무 어렵다.. 그래도 최근엔 다 만들어진 쿠키 파우더를 팔고 있어서 따로 계량하지 않아도 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 참 좋다. 몇 주 전에 그렇게 산 쿠키 파우더로 초코칩 쿠키를 만들었는데, 늘 사무실에서 사 먹던 과자들보다 훨씬 맛도 좋고 양도 많아서 앞으로 간식들은 직접 만들어서 갖고 오려고 한다. 아직은 초코칩, 화이트칩 쿠키 정도만 만들고 있지만 좀 더 익숙해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머랭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은 늘 즐거워


늘 마루에서 TV를 보시는 부모님 때문에 옛날부터 콘솔게임은 엄두도 못 냈는데, 작년부터 기분전환 거리를 찾다가 Switch 도 사고 PS4도 최근 중고로 구매하게 되었다. 방에 큰 모니터가 있는데, 집에서 컴퓨터를 거의 안 해서 늘 책상 한편을 크게 차지하고 있던 터였다. 게임을 시작하니 무료하던 주말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앞으로는 어떤 시리즈가 또 나오려나 하고 기대하면서 뉴스들을 보게 된다. 아직까지는 게임하는 게, 나 혼자 창작하는 그림이라던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하지만... 게임 내의 그래픽이라던지 복장, 스토리 같은 부분에서 아티스트로서 배우는 게 많다. 특히 젤다의 야생의 숨결은 정말 강추!



독서는 꾸준히


읽어야 할 양을 늘 정해놓고 읽는 건 아니지만,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늘 꾸준하게 책을 읽고 있다. 옛날엔 책 이란 늘 사서 읽는 거라고 생각해서 수북하게 쌓아놓고 골라서 읽었는데, 그렇게 사놓은 책들을 반도 못 읽고 중고로 팔아버리면서부터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게 되었다. 주로 보는 건 여성주의, 경제나 주식 투자, 미술 공부에 관련된 책들인데, 미술 쪽은 내 분야이기도 해서 꼭 필요한 건 사서 읽는다. 최근에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커지면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책들, 정확히는 여성과 아동, 장애인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담론이 담긴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관을 조금씩 바꾼다. 아직까지는 독서만큼 나를 만족시키는 취미는 없는 것 같다.



맛있는 디저트 카페의 홍차와 스콘들


요즘 건강에 신경 쓰고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달한 디저트 카페의 스콘이나 케이크를 잘 먹지 않았다. 기분전환 거리라고 해봤자 사무실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맛있는 브랜드의 홍차라던지 마트표 저렴한 인스턴트커피, 가끔 사 오는 편의점 과자들 정도밖에 없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에 너무 박한 게 아닌가 싶다. 가끔은 한주의 큰 일들을 끝내고 내게 줄 수 있는 멋진 선물로 맛있고 예쁜 케이크들과 함께 한주를 마무리할 수도 있는데... 늘 저렴하고 실용적인 먹거리에 익숙한 나에게 가끔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도 괜찮지 않나 싶다. 


가끔씩은, 멋있는 옷과 구두


사무실에 늘 혼자 작업하다 보니, 특히 이런 추운 날에는 그저 따뜻한 기모바지에 롱 패딩, 롱부츠가 최고다. 아무도 날 볼 사람도 없으니 머리가 엉망이 되든 스웨터에 뭐가 묻어있든 나조차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본래 치마를 좋아해서 날이 따뜻할 땐 치마를 많이 입고 다녔는데, 영하 9-10도를 오르내리는 이런 날씨에 치마를 안 입은 지 한 달은 족히 넘었다. 성격상 특별히 옷을 많이 사는 편도 아니고, 한번 사면 오래 입는 탓에 스타일도 자주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내가 사고 싶었던 예쁜 구두나 스웨터 한벌 정도는 내게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나. 특히 워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근 많이 저렴해진 갈색 가죽워커 하나 정도는 더 마련하고 싶다. 


새로운 분야로의 공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유일한 방법

배우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했던가. 늘 그림 그리는 재주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콤플렉스가 컸던 나로서는 다양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이 참 부럽다. 여러 언어도 할 수 있고, 음악도 하고, 코딩도 하고, 많은 것도 만들 수 있고... 세상은 정말 크고 넓어서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이 많고, 대개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바운더리를 스스로 깨고 많은 분야에서 서로 겹치고 만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걸 참 좋아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깨고, 내가 평소 관심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 그렇게 다른 물가에서 놀다가 다시 내 분야로 돌아오면 새롭게 발견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이 이외에 번아웃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좋은 영상들을 소개한다. 특히 노마드 코더님의 조언들은 정말 유용해서 대표로 가장 위에 링크를 달아두었다. 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같은 처지에 있는 프리랜서로서 꽤 공감이 많이 되었다. 다른 영상들은 몰라도 이분의 영상 두 개는 꼭 감상했으면 좋겠다.


[노마드 코더] 개발자 번아웃 대처방법의 모든 것

[노마드 코더] 번아웃 오면, 어떻게 해요?

[책그림] 쉽게 노력하라, 지나치게 애쓰지 마라 | 번아웃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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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스튜디오] 하지현 교수 #04 | 번아웃 증후군이 온 사람들의 주된 특징, 요즘 혼자 있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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