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것
사실 해외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것은 한국의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의 의견을 맞춰서 계약을 하고 계약서에 써져 있는 기간 동안 일을 잘 끝 맞추고 여의치 않다면 협상을 해서 시간을 조정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해당 클라이언트가 있는 국가의 소비규모, 작업 관례, 문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은 부분들이 분명 있다. 간추려서 4가지만 뽑아보았다.
1. 천차만별인 작업비와 작업 기간
한국에서는 정말 손에 꼽히는 작가분들 이외에는 작가로서 1만 부 이상의 초판을 찍는 게 정말 힘들다. 대개 초판 부수가 2500-3000부 정도이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서 인세 계약을 하고 받는 돈은 정말 적다. 때문에 많은 작가분들이 겸업으로 학원이나 학교에서 강사를 하거나 따로 부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 규모의 영국도 아주 큰 출판사가 아닌 이상 대개 초판 부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미국은 대략 인구가 3억 명이 넘기 때문에 큰 출판사의 경우 초판 부수를 최소 5000-1만 부 이상으로 많이 찍는 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아주 큰 소비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소비재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이 판매된다. 한번 출판되면 영어가 모국어인 캐나다나 호주, 영국 같은 영미권 나라들에도 같이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출판사가 그런 것은 아니라, 특정한 장르로만 책을 만드는 작고 영세한 출판사들은 대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의 초판 부수를 찍는 듯하다.
그래서 작업비는 출판사마다 천차만별이라 $ X000 ~ $ X0000까지 정말 다양하다. 작업 기간 또한 다양해서 3-4개월 만에 끝내야 할 때도 있고, 여유롭게 시간을 주면 1년 정도 느긋하게 작업할 수 있다. 내 경험상 좀 더 타이트한 작업 기간을 요구하는 때에는 좀 더 많은 작업비를 받곤 했다. 다만 이것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무리하지 않게 넉넉한 시간으로 계약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2. 여유로운 피드백 회신
기본적으로 작업물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을 때까지 기간이 매우 길다. 휴일이 껴있을 땐 2주 이상은 기본이다. 보통은 내부 회의 등을 통해 수정사항들이 결정되면 1주일 안에 회신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나 또한 지금 3주째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회신이 길어지다가 메일들이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몰려오곤 하기 때문에, 바쁠 때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쉴 때는 정말 늘어지게 쉰다. 하지만 재촉할 수도 없는 게, 그런 중요한 사항들은 확실히 제대로 정해진 다음 내게 전달이 되어야 나도 수월하게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신이 늦어진다고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그동안 밀린 독서를 한다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게 시간을 알차게 보냈으면 한다. 오히려 외국에 비해서 한국은 지나치게 모든 게 빠른 게 아닐까? 밤 10시에 수정 관련 전화를 받으며 한국의 클라이언트와 잠깐 일을 해본 나로서는, 이런 여유로움이 노동복지가 어느 정도 지켜지는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3. 역시 여유로운 작업비 입금 기간
작업비 또한 대개 최소 1개월 정도의 텀을 잡아야 한다. 보통은 2주 이내에 입금이 되지만, 출판사 규모에 따라 큰 회사들은 상부의 여러 결제를 받아서 작가들에게 월말이나 월초에 한꺼번에 입금하는 구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역시 빨리 입금이 되던 한국의 시스템과는 다른데, 역시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한 달 정도는 기다리면서 다른 작업을 진행하는 게 좋다. 결제는 최근 Wise, Paypal 같은 수수료 적은 Borderless Bank를 통해 할 수도 있고, 수표가 올 수도 있고, 그냥 내 한국 계좌로 바로 넣어주기도 한다. 보통 수표는 "외화수표 추심"이라고 해서 최소 1달을 기다려야 하며, 은행 입금은 자금 출처 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1주-2주 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한이 늦어질 수가 있는데, 프리랜서가 입금을 빨리 못 받는 사정은 해외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이에 관련한 정보들이 아래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참조가 되길 바란다.
https://www.hellobonsai.com/blog/late-freelance-payment
https://www.ipse.co.uk/policy/ipse-campaign-hub/late-payment/pay-up-how-to-end-late-payment.html
4. 자주 쓰는 영어 표현들 알아보기
메일을 쓰면서 앞에 Dear "name" 쓰는 것은 많이 하지만 미국은 가끔 뒤의 맺음말을 생략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뒤에 Best regards, Best wishes, Yours sincerely, Many thanks, Kind regards 같은 맺음말을 뒤에 붙여주면 더 상대방을 존중하는 느낌이 들게 메일을 마칠 수 있다.
그 외에 뭔갈 부탁하는 메일을 쓸 때에 "It would be very grateful if you~ " "It would be so delightful if I could ~" "I would be very appreciated if I could~" 같이 Would와 Could, Might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쓰면 더 정중한 느낌이 든다. 이런 추측형 표현은 Will이나 Can 보다 훨씬 덜 직접적인 표현이므로 평상시에도 아주 자주 쓴다. 그리고 가능하면 "Could you help me for~ "보다는 "Could I~"처럼 주어를 나로 돌려서 부탁하는 게 좀 더 예의 바르게 들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서로의 메일에 익숙해지면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으니 너무 격식을 차려서 할 필요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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