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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pr 14. 2024

좋은 작가, 나쁜 작가

같이 일하고 싶은 작가가 되자!

내가 주로 브런치에 쓴 글들은 작가 입장의 글이 많다. 아마추어 작가가 좋은 일을 찾는 방법,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요령, 그림을 효율적으로 그리는 방법... 생각해 보니 반대 입장에서 쓴 글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거대 출판사에 비교하면 작가는 절대 을의 입장이다 보니, 이래저래 느낀 점들이 많아 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많이 꺼내게 된 것 같다.


어떤 경우에 건 "일"이란 건 나 하나만 잘해서 잘되는 게 없다. 자영업이든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돈"이 들어오는 일들은 돈 주는 사람이 있고 돈 받는 사람이 있는 비즈니스이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업계의 룰은 무엇일까? 특히, 그림이나 영상, 음악 같은 예술 계통의 작가들은 어떤 것들을 유념해야 할지 살펴보자.

우리 모두의 좋은 꿈이 악몽이 되어선 안된다!


마감 스케줄을 지키자


가장 좋은 건 마감을 잘 지키면서 좋은 퀄리티로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럼 가장 좋은 마감 스케줄은 무엇일까?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작업 역량"을 아는 거다. 정해진 시간 내에 내가 얼마큼 그릴 수 있는지, 자신을 냉정하게 객관화하는 게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가 처음에 샘플로 요구하는 그림을 간단하게 한 장 만들어 보는 거다. 마라톤 경기를 하기 전에, 우선 동네 산책길 한 바퀴부터 뛰어보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그림책이나 책 표지를 그리는 초보 작가들은, 최대한 첫 마감은 길게 잡는 게 좋다. 그렇게 한번, 두 번 마감을 하고 자신이 붙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림책 하나를 그리기 위해 대충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감을 잡게 되면, 한 번에 여러 작업도 가능하다. 컬러링 작업을 하면서 스토리보드를 같이 짠다던지, 스토리 보드를 짜면서 다른 작업의 캐릭터 시트를 그린다던지... 하지만 숙달되기 전이라면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마감일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그렇게 마감 스케줄을 잘 지켜주면, 에디터들도 작가를 좋게 평가해 준다. 그 평가는 작가에게 다음 차기작을 또 제안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준다. 우리가 그들을 평가하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평가한다는 걸 기억하자.


믿고 신뢰하는 마음 - 믿어주자


믿음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내일까지 오기로 한 상품이 오기는커녕 판매자가 잠적해 버리는 세상, 직원 월급을 갖고 야반도주하는 사장, 내일 바이어들을 대동한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잠적한 직원...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는 약속. 정말 끔찍하다.


그림책을 작업하면서 놀라운 점은, 그들의 "믿음"이었다. 한 번도 만나지도 못했고, 목소리도 모르는 서로가 "신뢰"와 "계약서"를 바탕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날 참 놀라게 만든다. 한국에서도 이제 표준 계약서가 만들어지면서 떼인 돈을 대신 갚아주는 여러 방법들이 생겼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돈 떼이는 건 일상이었다. 최근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여하간 십여 년 전에는 작업을 하고 제값 받는 게 그토록 어려웠다는 얘기다. 같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도 말이다!!!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주는 것. 믿음을 얻기 위해선 먼저 믿어줘야 한다.


정말 최근에 계약한 에이전시와의 만남 이전까지, 난 계속 출판사들과 혼자 계약을 해왔다. 그건 아마도, "신뢰"가 기본인 출판업계의 관행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계약을 하고 약속을 하면, "작가는 우리에게 기한까지 작업물을 줄 것이다-"라는 믿음. 그리고 작가 입장에서는 "출판사는 기한까지 같이 일을 하고 정해진 돈을 반드시 줄 것이다"라는 신뢰. 그런 서로의 믿음이 없이는 같이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꼼꼼히 계약서를 읽고 서로 합의를 한 이후에는, 이제 우린 한 팀이다. 2인 3각이 되어서 발맞춰서 결승지점까지 열심히 달려 나가는 것이다. 서로 이 프로젝트가 아니고서는 만날 일이 없는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믿음에서 나온다. 그러니 서로를 믿어주자.



좋은 상호작용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서로 문화도 다르고 키도 다르고 체급도 다른 두 사람이 2인 3각으로 달린다. 그러면 어떤 게 필요할까?


우선 서로의 문화가 다르니 어떤 언어를 쓸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키가 다르고 보폭이 다르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속도를 맞춰 가야 한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어떤 구호를 만들지 정하고, 누군가가 넘어지면 한쪽이 서로를 잘 일으켜 줘야 한다. 서로가 실수해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주는 관용도 필요하다. 설령 우승하진 못하더라도 이 모든 과정은 서로에게 좋은 추억과 기억으로 남게 된다. 헤어지더라도 또다시 만나 같이 차 한잔 마시는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승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좋은 작품은 서로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과 열린 마음이 만들어 낸다. 같은 팀으로서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처음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의지, 그게 중요하다.


작품이 좋게 나오지 않으면 작가도 손해지만, 같이 일하던 편집자도 손해이다. 회사원인 그들의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자. 서로서로 말이다.


Ghosting (잠적) 하지 말자


작가를 하다 보면 별별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갑자기 코로나에 걸려 일을 못하기도 하고(내 이야기), 가족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넘어져서 내가 입원할 수도 있고, 컴퓨터가 고장 나서 작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꼭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하도록 하자. 모든 것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로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일정을 조절하면 된다. 어떤 초보 작가들은 미리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작가는 신뢰를 잃고, 커리어를 잃는다. 상대방도 예전처럼 신뢰하면서 일하지 못하게 된다.

신뢰의 배반, 바로 잠적. (출처:www.todayonline.com)


Trust arrives on foot but leaves on horseback
신뢰는 발로 걸어오지만 말을 타고 훌쩍 떠나간다.



프리랜서에게 "신뢰"는 금이다. 믿음은 쌓기 어렵지만 이런 돌탑은 잘못 어긋나면 쉽게 무너진다. 예전에 마감을 어기고 잠적한 일부 웹소설의 그림작가들이 출판사와 작가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매일매일이 마감이다. 그들은 책 한 권만 편집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 많은 일들을 같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렇게 촘촘히 세운 마감일 앞에서 연락두절이 되어버리면 과연 기분이 어떨지...


앞으로 안보면 그만이라고? 출판계는 생각보다 좁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주 이직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때 쯤이면 편집자가 작가를 거절할 테지만 말이다.


최소한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하지만 일을 할 때 좋은 사람은 "불쌍한 사람에게 연민을 보이는 인류애가 넘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일하기 좋은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꼭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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