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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pr 05. 2024

좋은 클라이언트, 나쁜 클라이언트 (2)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


저번 포스팅에서는, 일하면서 만났던 좋은 클라이언트들의 특징들을 한번 꼽아 보았다.


사실 나쁜 경험보다는, 당연히 감사하고 좋은 경험들이 훨씬 많다! 작지만 강한 출판사, 크고 견실한 중견 출판사 등등 여러 케이스가 있었고, 그들 덕분에 나름대로 괜찮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힘든 프로젝트라도,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라도, 다 지나고 나면 내 커리어의 한 부분이 되었고 그 덕분에 다른 의미로(?) 좋은 빅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클라이언트의 특징도 한번 살펴보자.


나쁜 클라이언트의 특징 

고작 이거라고? 터무니없이 적은 예산


나의 창의성을 존중해 주겠다는 말을 하며, 같이 일하면 나에게도 좋을 거라고 구슬리며 말도  되는 예산을 디미는 업체요즘에는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되려  돈으로 당신 같으면 일을 하겠는지 묻고 싶다. 주로 신인 작가들에게 벌어지는데,  개라도 제대로  경력이 필요한 작가들에게는 그런 푼돈의 일이라도  유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작권도 모두 챙겨가는데 최소 단가도  되는 돈을 주는 경우도 많다! 유학을 하고 다시 경력을 쌓기 , 나의 경우가 그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시장, 차라리 그럴 바엔 다른 일을 하면서 천천히 다른 기회를 노려보자.

의욕은 적절한 보상에서 나온다! 꼭 기억하자.
이랬다 저랬다.. 중구난방인 의사소통 방식


일을 진행하다 보면 메일을 많이 보내게 된다. 정말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들과 메일로만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메일 내용으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일 처리방식을 대강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난 메일 하나를 보낼 때도 여러 번 확인을 한다. 최소한 나에 대해서 만큼은 토씨 하나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서 어떤 지시사항이건,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업무 전달이 정말 중요하다! 생각보다 이런 부분을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피드백을 메일로 썼다가, 클라우드에 다시 메모를 했다가, 혹은 저번에 지시사항을 번복하고 다시 수정해서 메일을 여러 번 보낸다던지… 이런 여러 과정이 그림 작가를 난처하게 만든다. 해석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무엇보다, 수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했던 수정을 두 번 세 번 다시 해야 하는 과정은 그림 그리는 사람의 의욕을 땅까지 떨어트린다.


특히 스토리 보드 단계에서 이미 수정이 되었어야 하는 것을 마지막 작업에서 수정해 달라고 하면 정말…. 계약서에는 주로 마감 일정만 나와있지, 세부적인 수정요청 횟수까지 적혀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기한 없는 영원한 수정을 원할 ,  정말 짜증이 난다.

중요한 것들은 무조건 기획 단계에서 수정할 것! 제발 지켜주기를..
그리하여 늘어지는 작업기간. 난 다른 일도 있다고!


당연히 저렇게 일이 체계적이지 못하니 일이 산으로 가고, 프로젝트는 데드라인을 넘기기 일쑤이다. 프리랜서는 계약서에 적힌 스케줄에 따라서 1년 치 계획을 짜는데, 이러면 당연히 다음 작업에 차질이 생긴다. 기차가 한번 밀리면 다음 열차까지 밀리고 밀리는 것처럼… 표지 일러스트 같은 경우는 워낙 책의 얼굴이다 보니 2-3번 큰 수정이 들어가는 건 이해하지만, 내지의 페이지가 모두 저렇게 데드라인을 넘기다 보면 정말 피곤하다. 제발! 그러지 좀 말자.

프리랜서는 시간이 돈이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나의 창의성을 존중해 주기를… 그림 작가는 도구가 아니다


이미 그림을 일로서 하는 만큼, 내 개인적인 기호보다 업체가 원하는 기호를 따라 그림을 그린 지 꽤 오래되었다. 상업 작가란 게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나를 그저 외주 작가가 아닌,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크게 존중해 주는 디렉터는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림책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50% 이상이다. 글이 아무리 좋아도 그림이 안 좋으면 시장성이 떨어지고, 시장성이 없어서 팔리지 않으니 그림 작가의 기여도는 정말 크다고 할 것이다.


설령 금액적으로 아쉬울지라도, 날 인간적으로 존중해 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다. 그래서 소소하게나마 잘 지내는지, 요즘 무슨 일을 하는지 내 개인적인 것도 물어보면서 스몰 토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내 시간을 불필요하게 뺏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 이런 사람들은 일도 정말 잘한다! 소통을 잘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줄 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일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불필요한 요구로 시간을 자꾸 뺏는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쌓이면, 결국 그림 작가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즐겁게 만든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책이 나와도 크게 기쁘지가 않다. 그런 책이 쌓이다 보면, 작가는 불행해진다. 우리 모두 오래오래 행복한 작가로 살려면, 좋은 사람, 좋은 일을   아는 눈을 키워야 된다.


신뢰는 존중에서 나온다. 서로가 다른 사람이지만, 사실은 같은 사람이다.
사소하지만 지키면 좋은 것… 파일명


이건 작업에 대한 내용이라기 보단, 일 처리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그림책같이 이미지가 많은 출판물을 그리다 보면 자료사진도 많이 필요하다. 그럴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파일에 넣어 보내주면 정말 좋다! 이미지 자료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온 비슷한 그림책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이럴 때 중요한 게 파일명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들의 파일명을 다시 깔끔하게 지정하는  좋다. 이건 작가인 나도, 클라이언트도  지켜주는  중요하다. 책상 사진이면 Desk, 호박벌 이미지면 Bumblebee images… 근데 이렇게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긁은 이미지명 그대로 메일 첨부해서 보내는 ,  보기  좋다.


 1-2분만 시간 내서 이미지 정리하고 이름을 정리하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것만 잘해줘도, 서로에게 깔끔하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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