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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Dec 04. 2021

김종인 품은 윤석열, 대선 캠프 순항할까

  각본이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3일 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극적 화해하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했습니다. 갈등이 일시에 봉합된 '울산 회동'을 현장을 취재하고 KTX로 귀가하는 기차 안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발생한 불협화음과 이것이 수습되는 과정, 향후 윤 후보가 맞닥뜨릴 과제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3일 지지자들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필자 촬영


  '이준석-김종인' 연출 각본 있는 드라마


  지난달 5일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후 약 4주 간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김 전 위원장 사이의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랬던 이들 사이가 다시 깐부로 맺어지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느껴집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계 구성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순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발단

윤 후보는 올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윤 후보의 입당을 촉구했고, 당 바깥에 머무르는 윤 후보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한 언론사 기사를 통해 윤 후보의 8월 2일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윤 후보 측은 이를 이 대표 측의 언론플레이로 생각하고 정해진 날짜보다 일찍 입당을 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전남 순천을 방문해 자리를 비운 7월 30일이었죠. 당 대표가 패싱 당한 순간이었습니다. 


2. 전개

윤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꾸준히 이어집니다. 이른바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가 언론에 등장해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수차례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이 대표가 반대한 경기대 이수정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을 비롯해 몇몇 인선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벌어집니다. 선대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은 이 대표가 당 홍보비를 빼먹으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죠. 


3. 위기

선대위 활동을 거부한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휴대폰을 끈 채 잠수를 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부산-순천-제주도-울산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적절한 행위냐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결국 갈등을 초래한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윤 후보를 궁지로 모는 이 대표의 행위가 후련하다는 반응도 이어졌죠. 윤 후보는 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10~15% 포인트 지지율 격차를 유지했지만 빠르게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4. 절정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대표는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후보가 과거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그대로 빗대 둘 사이의 갈등을 극적으로 폭발시킵니다. 윤 후보 측에서는 "데드라인을 넘었다"는 물밑 경고가 나오기 시작하죠. 윤 후보가 어떤 행보나 메시지를 해도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마침 한국갤럽을 비롯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동률을 기록하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 지지층의 위기감을 극도로 치닫기 시작합니다. 


5. 결말

이 대표는 이 상황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조건 없는 만남을 하자면서 윤 후보를 울산으로 불러냅니다. 김 전 위원장과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보조를 맞췄고, 김 전 위원장도 주위에 "잘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고 합니다. 결국 울산 회동에서 극적 합의가 성사되죠. 지지율 하락세를 겪으면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도움이 필요해진 윤 후보는 본인의 입으로 김 전 위원장이 원톱 총괄선대위원장 임을 확인했습니다. 후보와 대표 간에 당무를 협의하는 체계도 구축됐죠.  


3일 울산의 한 언양불고기 식당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국민의힘 제공



닻 올린 선대위,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후보가 전통 당원의 힘을 앞세워 민심을 이기고 당을 점령했다면 이번에는 역으로 이준석-김종인 조합이 국민의힘 선대위를 점령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울산 회동'은 결과적으로 이준석-김종인 조합의 완승으로 끝난 셈입니다. 물론 갈등을 봉합하고 본격 대선 캠페인에 나서게 된 윤 후보도 승자가 됐습니다.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전통 당원의 지지를 받는 친이-친박 중심의 구 세력과 상대적으로 여론 지지가 높은 이준석-김종인 등 당 밖 출신 신세력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경험적으로 대선 과정에서 권력은 쉽게 분산되지 않습니다. 이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윤 후보와의 '울산 회동' 결과를 토대로 빠른 선대위 장악에 들어갈 겁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그립감이 매우 큰 김종인 원톱 체제에서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역할도 애매해지겠죠. 하지만 '상왕 정치'를 기피하는 윤 후보는 김병준-김한길의 역할을 최대한 인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 등으로 이어지는 친이계 출신의 윤 후보 측근 라인이 선대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도 관심사입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이들과 후보 사이에 거리를 두도록 조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선대위의 핵심을 장악한 친이계 인사들은 비교적 결속력이 강한 집단입니다.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위원장과는 달리 당내 기반도 매우 강한 데다 후보의 신임이 있는 만큼 쉽게 내칠 수 없는 존재죠. 홍준표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완패하고도 당원 선거 압승을 이끈 이들은 윤 후보에게 '내가 해준 게 얼만데'를 외칠 것입니다. 김종인-이준석 대 친이계 출신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과의 권력 쟁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윤 후보는 이 갈등을 꾸준히 조정하면서 민심에 부합하는 행보를 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김종인-이준석과 윤핵관 사이를 어정쩡하게 봉합을 하려 한다면 선대위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 후보가 갈등 수습을 하고, 정책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꾸려 갈 수 있을까요? 


  윤 후보가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는 단순 선거 캠페인을 넘어서 그가 대선 후보로서 보수 정당의 갈등을 수습하고, 당을 개혁해 나가면서 국가 통치 능력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국민의힘의 대화합 이벤트 속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내놓을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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