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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유니 Dec 26. 2022

영화 같이 살기로 했다.

       성실한 앨리스와 미세스 다웃 파이어가 만나다.

한밤 중에 잠이 깼다.

평소에 꿈도 잘 안 꾸는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깼다. 헉!! 꿈속의 나와 남편은 왜 그런 곳에 있는지.. 우리는 낭떠러지 사이의 흔들 다리에 앉아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높은 그곳에서 행여라도 발을 잘 못 디디면 떨어져 버릴 것 같아서 몸을 세우지도 못하고, 크게 숨도 쉬지 못했다. 얕은 호흡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밀려오는 고통과 공포가 날 조여왔다. 무서웠다.




영국으로의 이민을 생각하면서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오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불법체류자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읽은 책들과 다양한 인터넷 정보 어디에서도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해 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이민을 와 보니 5년 이든지 10년 이든지 영주권을 받기 전에 비자의 연속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영국 이민법을 어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드문 일이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에는 우리가 영국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60일이라고 했다. 어쩌다 영국에서의 삶이 시한부가 돼버렸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온 마당에 대책이 없기는 똑같았기에 우리는 영국에서 무조건 살아내기로 했다.


퇴사를 당한 남편의 비자는 정지되었고, 새로운 스폰서십을 찾을 때까지 영국에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내가 취업을 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다행히 남편이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까지 내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남편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스폰서십을 주면서까지 직원을 구하는 직장을 갑자기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평소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던 사람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커피 한 잔 마신 후에는 연락조차 끊기는 사람도 생겨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는 무사히 널싱홈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정신과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 밖에 없던 나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배울 것이 너무 많았다. 턱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의지하며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정말 군소리 없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의 일까지 떠맡아 가며 정말 기계같이 일을 했다.


6개월 정도 일을 하고 나니 널싱홈 일들이 익숙해졌고, 영어로 말하는 것도 나아졌다. 더 이상 남의 일까지 떠맡아 하기를 거부했고, 나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착한 아시안 직원의 이미지는 잃어버렸지만 몸은한결 편해졌다.


한국에서 가져온 자금을   후에는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다행히 성실한  모습을 좋게 보고 매니저가 급여를 올려주었고, 동료   명이 다른 널싱홈을 소개해 줘서 널싱홈  곳에서 주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가족 생활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힘든 날도 너무 많았지만, 영국에서 살아남겠다는 절실함과 언젠가 당당한 모습으로 S 만나고 말겠다는 오기는 항상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남편은 매우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도시락까지 싸서 학교에 보내고 나면 부지런히 집안일을 해야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직장을 알아보거나 여러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아이들을 픽업하는 것도 모두 남편이 전담하였다. 다양한 집안 일과 아이들을 챙기는 일, 더불어 아이들 친구들의 생일파티, 학교 상담이나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는 많은 일들이 다 남편의 몫이었다. 게다가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교육을 받으러 런던 시내에 가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서로의 역할이 체인지된 생활에 익숙해졌다.


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인한 생활력을 가진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처럼,
사진출처= 티빙
남편은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기막힌 요리사, 화끈한 청소부, 엄마 같은 아빠인 로빈 윌리엄스 같이,
사진출처= 디즈니 플러스


그렇게 우리는 영국에서 영화같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민국에서 연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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