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N의 상관관계(2)
눈에 띄고 싶지 않아
S의 등굣길은 늘 버거운 걸음이었다. 학교에서는 맘 편할 틈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는 일은 너무 많고 친구들과 보낼 시간은 너무 적었다.
성적이 좋고 어른들 말을 빨리빨리 잘 이해한다는 이유로 1학년 첫 달부터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해 왔다. 초등학교의 심부름은 다양했는데, 각 반을 돌면서 표가 그려진 종이에 다른 반 교사들의 사인을 받아오거나 수업시간에 쓸 궤도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도 있었고, 가끔은 같은 반 아이들의 쪽지 시험지에 빨간 색연필로 채점을 하거나 점수를 표에 기록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잡무가 많을수록 S의 심부름도 많았다.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언제 심부름을 하러 갈지 모르는 S와 아이들은 놀기 꺼려하기 시작했다. 같이 하는 시간도 적었거니와, 자신들의 시험지를 손에 쥐기도 하는 같은 반 아이가 달갑지 않기도 할 것을 S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시키는 데 대고 하기 싫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아이들의 기분을 맞춰가며 같이 놀려고 애쓰기도 피곤했다. 언젠가부터는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나 놀이들을 따라잡기도 어려워졌고, 자연스레 아이들과 대화하기도 힘들었다.
4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이 되어 교실에 먼저 앉아있던 N은 교무실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학교의 스타와 같은 아이였다. 어쩌면 이번에는 저 아이가 '선생님의 학생'이 되고 평범한 학생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S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2학년 때의 담임이었던 여선생님으로 확인되고 선거도 없이 S를 반장으로 임명해 버렸을 때, S는 똑같은 날들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N은 S가 보기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남자아이 같은 낡은 청바지를 매일 똑같이 입고 다니던 S는 날마다 예쁜 옷을 바꿔 입고 나타나는 N이 마치 공주님 같았다. 쪽지시험용 갱지를 나눠주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N 옆을 스쳤을 때는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도시락 가방에서 새어 나온 김치 국물 냄새밖에 나지 않는 S는 문득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은 나날이 철이 들고 있었다. 다른 위치와 다른 역할의 아이를 시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당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질투의 감정을 어른들 앞에 티 내지 않고 자기들끼리 해소하거나 응징할 줄도 알았다. S는 아이들의 시선이 날이 갈수록 따갑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N을 따르는 많은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N이 반장이 되었다면 우리 반에도 더 좋은 일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해봐도 S는 반장을 결정할 수 없었고, 다른 반이 될 도리도 없었다. S는 지독한 무력감을 배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