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생 그림책' -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100인생 그림책'-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


하이케 팔러, 100인생 그림책, 사계절 풀판사, 2019. feat. 루이스 브루조아



대학에서 강사로 학생들과 만나서 배움을 나누는 나는 특히 ‘독서와 토론’과 같은 수업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100 인생 그림책’을 읽어준다. 이 수업은 교양과목이기에 대부분의 수강 학생들이 1학년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나이와 비슷한 24세 정도까지 읽어준다. 이 책의 24세에는 ‘누군가와 이토록 가까운 적은 없었을거야.’라는 문장으로 되어있다. 바로 앞의 나이인 23세가 ‘생전 처음 너는 다른 이에게 뭐든 털어놓게 돼’이다. 아마도 처음으로 독립된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상대방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역시나 28세나 29세쯤에는 실연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때 이 책에서 중요한 은유로 사용되는 나무 딸기잼은 연인이 헤어지면서 준 선물이다. 이 나무딸기 잼은 후에 아이를 위해서 직접 만들기도 하고, 노년에 잼 병을 지하실에 보관하면서 ‘내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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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케 팔러’가 글을 쓰고 ‘발레리오 비달 리’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독일에서 출간되었지만, 우리 정서에도 아주 잘 맞는다. 저자가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얻은 내용을 토대로 썼기에 그들의 삶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떡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독서’와 관련된 수업의 첫 시간이면 이 책의 24세까지 부분까지 읽어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과제나 활동으로 자신에 나이에 맞는 한 문장을 쓰리고 한다. 학생들의 과제물을 읽다보면 그들의 선함과 성실함에 감동하기도 한다. 또한 굉장히 다양한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은 우리의 삶이 비슷비슷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느끼는 감정들도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에 약간 놀란다. 역시 마지막 시간에는 96세 정도부터 읽어준다. 97세에는 ‘사람들이 온갖 질문을 퍼붓지. 인생이 네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냐는 거야’라는 문장이 나오고, 99세에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로 끝이 난다. 다음 페이지에는 99세때 온전하게 그려진 나비가 날아가서 반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야기하는 바가 명확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100세를 완성해보라고 한다. 99세의 질문인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이니 그것에 대한 대답도 좋고 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제각기 인생의 해답을 찾아서 과제로 제출한다. 역시 나는 학생들이 제출한 문장에 감동을 받는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삶의 목적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 궤도로만 살아가도 대체적으로 평범하고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입장에서 인생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평범이나 안정,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 자체로서 완성되었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내 나이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열차에 앉아 눈 덮인 산을 바라보는 두 사람과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이라고 쓰여져 있다. 나는 이제 나이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이루고 싶었던 꿈’이라는 것이 그리 크게 생각되지 않는다.

간혹 떠오르는 잃어버린 것에 그리고 갖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마음이 아프기는 하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거기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나무딸기잼’과 같이 작은 것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활동을 한 조각가 루이스 부루조아에게 삶은 '상처를 끌어안는 과정'이었다. 진실하게 자기 삶을 예술로써 고백한 그는 '마망'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치유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루이스 부부조아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자신의 과외교사와 불륜에 빠지고, 그것을 묵인하는 어머니에게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했다. 특히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이후 커다란 거미조각을 만들고 어머니를 의미하는 '마망'이라고 제목을 짓는다. 그에게 거미는 자신과 자신의 알을 지키려는 모성의 상징이었다. 그는 '100인생 그림책'의 마지막 장 99세의 질문인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에 대해 정확하고 아름다운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내가 100세가 된다면 99세에 했던 질문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에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지 나만의 문장으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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