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조건 없는 다정함을 건네면 벌어지는 일

평범한 직장인의 독서모임 생존기 EP 02.

by 키키의 기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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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커뮤니티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는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를 경험하면서였다. 나는 아쉽게도 코로나 때 트레바리를 시작했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랑은 더욱 커진다는 그 어떤 말처럼 '트레바리'에 대한 애정은 사람들의 모임이 제한되었던 그때 더욱 커져만 갔다. 책으로 만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3~4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때는 코로나로 모임 취소도 많이 되기도 했고, 4인 모임으로 방방마다 나눠 토론을 하며 불편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지만 트레바리 아지트를 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고 즐거웠다.

어느 날 문득 트레바리에서 파트너를 모집한다는 광고 문자가 왔다.

“트레바리 파트너 지원하세요!”

그날따라 문자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9 to 6의 이후에 삶을 보다 선명하고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트레바리 모임을 하면서 내내 파트너 업무를 보고 무언가 내가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IMG_2646.jpg 독서모임 중 미술관 전시회 번개 인증


CHAPTER 2. 나의 탁월함은 다정함

신이 정말 인간을 만들었을까? 그 대답에 강력하게 YES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남들을 뛰어넘는 어떤 특별한 탁월감, 재능을 준다고 믿고 있다. 탁월함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남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김연아, 박찬욱, 봉준호 그들에게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탁월함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분명 시대를 이끄는 어떤 재능이 있고, 탁월함을 스스로 증명하며 살아낸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은 위대하다. 다만 어떤 이는 자신의 탁월함을 바깥으로 선명하게 드러내고, 어떤 이는 그것을 안쪽에 조용히 품고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건 각자의 선택일 수 있다.

나는 20대부터 지금까지 나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밖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의 입으로 “나는 이게 탁월해”라고 말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너는 이게 참 특별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나의 탁월함을 어떤 이를 통해 발견해 냈다.

학교, 회사 등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유독 너는 다정하다는 칭찬을 줄곧 들어왔다. 나는 그저 자주 감탄하고, 칭찬하고 표현한 것뿐인데 따뜻한 말을 해줘서 고맙다는 눈빛을 받았다. 모두가 입 모아 나를 통해 사랑을 자주 만나고 다정함을 발견한다고 이야기했다. 너를 만나면 즐겁고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떨 때 너의 다정함과 사랑이 부담된다는 모진 말도 들어왔다. 그 사람이 받는, 타인이 받아낼 수 있는 다정함과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내가 너무 많은 사랑과 다정함을 줘서 누군가에게는 무언가 갚아야 할 게 있는 사람처럼 나의 다정함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타인을 통해 나의 탁월함을 점진적으로 깨달았다.

나는 다정함과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나의 탁월한 다정함과 사랑을 한 곳에 몰기보다는 균형적으로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를 읽고 단체 사진

CHAPTER 3. 나는 다정함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났다.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다정함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그 가설을 증명해 보이고 보다 많은 곳에 전달하고 싶었다.

내가 정말 다정함이 많은 사람이라면 , 그래, 나의 탁월한 다정함을 내세워 책을 읽는 다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모두가 매주 주말 책을 통해 행복해지지 않을까?

나의 탁월한 다정함을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건네고, 책을 매개로 다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실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의 탁월한 다정함을 잘 나누어 주려고 궁리하다 보면 내 탁월감은 더욱 커지고 자라나겠지라고 생각했다.

처음 운영했던 무경계 설렘 클럽!


CHAPTER 4. 나는 왜 트레바리 파트너가 되었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오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 독서모임 내에서 다정한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와는 별개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저 책을 통해 좋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기쁨의 맛을 느끼고 싶었고, 보다 능동적으로 좋은 책을 소개하고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연 독서모임 커뮤니티는 책의 경계가 없는 트레바리에서 시작한 무경계 독서모임이었다. 무경계는 책의 장벽을 없애고 경계를 허무는, 클럽으로 독서 커뮤니티 입문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클럽 중 하나다. 책은 매번 멤버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정될 것이기에, 특정한 주제를 정해두기보다는 오픈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이 커뮤니티의 핵심은 책 그 자체보다 ‘다정함’이었다. 다정함이야말로 커뮤니티의 연료이자 원동력이라고 믿었기에, 억지로 어떤 주제를 정해주고 싶지 않았다.


트레바리는 무경계 -1/2/3/4 등 무경계라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이름 뒷부분 명칭, 즉 반의 이름을 정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종달새 반/ 장미반처럼 무경계- 장미반, 무경계- 종달새 반 등등 뒤에 붙는 이름의 명칭을 파트너가 선정하곤 한다. 독서 커뮤니티 이름은 모객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서모임의 이름은 고민 끝에 무경계-설렘으로 지었다. 트레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느꼈던 설렘을 떠올리며, 나처럼 멤버들도 매주 주말 모임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리고 그렇게 무경계-설렘이라는 커뮤니티는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나는 ‘무경계-설렘’뿐만 아니라 ‘마케팅-관찰’ 클럽, 클럽장 파트너 역할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장소와 주제,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동시에 운영했다. 트레바리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지지만, 내 일정은 달랐다. 한 달 내내 매주 주말이 트레바리 모임으로 가득 찼고, 그렇게 나는 인생의 절반을 트레바리 독서모임 커뮤니티에 쏟아낸 셈이다. 보통 독서모임 파트너는 1개 정도를 맡곤 하는데 나는 총 3개의 클럽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1년 여정도 빠른 속도로 체화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거름망처럼 걸러냈다.

파트너로서 첫 소개 페이지!



CHAPTER 5. 좋은 커뮤니티를 빌딩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커뮤니티 빌더로서 고민하기

트레바리 파트너의 역할은 총 네 가지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독서모임의 책을 선정하는 것

2. 멤버들이 독후감을 잘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

3. 선정된 책을 바탕으로 모임에서 모임의 발제를 진행하는 것

4. 월 1회의 정규 모임 외에도, 멤버들이 더욱 친밀해질 수 있도록 번개 모임을 기획하는 것 (미술관 전시회 보기, 맛집 탐방, 유람선 타기 등)

네 가지 미션은 ‘트레바리 파트너 매뉴얼’에 따라 운영되며, 해당 매뉴얼을 충실히 따른다면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생동감 있게 잘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모임을 운영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느꼈다.

우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정한 커뮤니티 운영’이라는 철칙은 분명 가치 있는 방향이었지만, 구체적인 목표로 삼기엔 모호한 점이 있었다. ‘다정함’이라는 감정은 사람마다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수치화하거나 성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다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목표는 이상적이지만, 구체적인 기여도나 성취 여부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무엇보다도, ‘다정함’이라는 것은 커뮤니티 운영의 기본값처럼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것만으로는 모임의 특이점이나 개성,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어려웠다.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 발제문

CHAPTER 4. 나만의 감수성으로 커뮤니티의 오리지널리티 만들기

무경계-설렘, 마케팅-관찰 등 다양한 클럽을 운영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좋은 커뮤니티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 커뮤니티를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만의 커뮤니티의 차별화 포인트는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그때부터 차별화, 오리지널리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누가나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닌 특정한 누군가가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물론 보편적인 것보다는 모수가 작을 수는 있지만 어쩌면 타깃을 좁히는 것이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준을 잡기에 더욱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지만, ‘어떤 특정 대상’을 떠올리며 특정 대상의 페르소나와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며 좋아하는 것의 기준을 잡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만의 커뮤니티 기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딥다이빙하며, 몰두하게 되었다.

커뮤니티의 방향과 길을 좁히고, 보다 뾰족하게 커뮤니티를 제품으로 생각하고, 나만의 감수성과 감각을 길러내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만 알고 싶은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누구나 가입을 하는 것이 아닌 ‘ ‘ 특정한 누군가를 상대로’ ‘특정한 기준’을 두고 커뮤니티의 차별화를 고민하게 된다.

커뮤니티 빌더로서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분명한 기준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자.’

마침내 2021년 9월, 무경계-러닝이라는 클럽이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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