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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05. 2024

나를 사랑하는 법

그날 아침은 정말 행복했다. 난 그만  앉아 있던 소파에서 뒤로 넘어갔다

놀람과 반가움 때문이었다.

그동안 남들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3살 5개월의  손자가 말이 늦은 듯했다. 그 손자가 오늘 드디어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고`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 I miss you so much. 하미'라고 씩씩하게 하며 큰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었다.

난 다시 한번 더 말해달라며 세 번의 사랑을 확인했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때로는 다정한 말로 혹은 몸짓으로 , 그리고 글로. 주고받는 사랑만고단하고 삭막한 인생길에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다.

이제 나는 잠시 고민한다

치자꽃 사랑도 사랑이고 , 가난한 시인의 노래도 사랑이다.  사랑의 모습은 여러 색으로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제 이 '우주의 중심인 나'를 사랑하는 법을 생각해 본다. 어찌해야 만족스럽고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내가 중심에 있다고 가정하고  정말 귀한 존재로 잠시 변해보기로 한다. 

나는 귀하다. 유일한 존재이다. 세상의 누가 나를 대신할 것인가? 그러므로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이 세상이 다하도록.

중심에 있으면 빛이 날 것이다

그 빛남으로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드러내게도 할 것이다.

중심에 있는  존재임으로 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 말투. 행동에 있어 본이 되어야 한다.

중심에 있으면 구심력이 있을 테니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 좋은 사회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내가 귀해지면 타인의 삶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떻게 내게 허락된 시간 속의 나를 사랑할까?

그 사랑법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노인의 길로 들어왔다.

원하지 않아도 부인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라 했다.

이 나이가 되니 나를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나는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더 이상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결코 이기적인 방법이 아닌 것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노화를 인정하며 세상을 향한 눈과 마음을 열어 놓을 것이다.  내 안의 각진 모습을 깎아내고  깎아내어 둥글게 둥글게,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면 좋겠다. 탓하지 말자. 욕심내지 말며 살자.

나는 몸이 쇠약하여질 것이며 기억력 또한 저하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점점 변화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신체는 나의 일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유순한 마음으로 나름의 지혜를 갖고 대처하고 싶은 바람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인 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살아가는 동안 나의 마음이 편안하고

나를 마주하는  상대방 얼굴에 미소 한 자락 걸리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분을 의지하며 동행하는 기쁨의 숲에서 숨 쉬고 싶다.

이런 바람이 채워지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모임이 있던 날 커피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지인들에게 던져보았다.

1. 거울 보고 칭찬하기 (오늘도 잘 살았다. 그동안 수고했다.

2. 생일이 돌아오면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평소 마음먹기 힘들어 사지 못한 것을 구입한다. 멋진 그릇. 고급향수)

3. 내 몸이 귀한 성전이니 깨끗하고 소홀히 관리하지 않기로 한다.(충분한 휴식. 건강한 음식. 질 좋은 수면을 취할 것)

4. 지금 내가 처한 계절을 누리겠다.

내 인생의 계절이 가을인데 봄의 색깔로 치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실수는 범하지 않겠다. 가을엔 가을의 색이 겨울엔 겨울의 사랑법이 있지 않은가.

5. 친구다. 마음을 터놓고 몇 시간이고 나누는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순간을 갖는 것이다.(나이를 잊으니 우울함은 멀리 가버리는 소중한 시갼)

6, 밥만 먹으면 무조건 튀어나가겠다.

7 매사에  항상 '나의 말이 정답'이라고 타인이 인정해 주는  살아온 인생. 멋지지 아니한가

8. 죽음을 생각하며 살자.

9. 살면서 가슴에 얹혔던 응어리 하나 있다면 풀고.    

    살자.

10.85세 왕언니의 사랑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명하셨다.(조심. 조심. 한 걸음 뗄 때마다.  조심하신단다)


우리들의 사랑법은 각자의 모습대로 다양하지만

모두가 가슴에 담고프지만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서 이 날까지 가장 익숙한

걸음걸이를 조심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길도 첫걸음부터. 아장아장 조심조심.


황혼의 언덕을 향하여 가는 길.

다시 속아보자.

희망의 이름으로.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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