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대하여
깊은 숲이 있었다.
그곳에 거대한 집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거대한 집은 없었다는 의심도 함께 있었다.
깊은 숲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거대한 집은 없었다. 다만 그곳에는 땅이 있었고, 나무들이 있었다. 숲의 나무들은 백년을 자란 것처럼 높고 거대했다. 그래서 그곳에는 해가 닿지 않았고, 바람이 흐르지 않았다.
깊은 숲에는 살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 무언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언젠가는 앞을 볼 수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의심도 함께 있었다.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깊은 숲에서 무언가는 움직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는 나무들을 더듬으며 걸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아무리 나무들의 삐죽한 겉을 만져보고, 위치를 알아두고, 이해하려 해도, 무언가는 늘 새롭게 나무들과 부딪쳤다. 숲의 나무들은 백년을 자란 것처럼 높고 거대했다.
그러나 나무들은 모두 하루를 살았다.
해가 닿지 못하고 바람이 흐르지 못하는 깊은 숲에서 밤이 지나면, 그곳의 나무들은 모두 땅속으로 꺼졌다. 그러면 아침의 하얀 빛이 깊은 숲의 땅 위에 어지럽게 남은 발자국에 내렸다. 무언가의 발자국에서는 나무들이 자라났다. 나무들은 백년을 자란 것처럼 높고 거대했다.
그러면 무언가가 잠에서 완전히 깨었다.
그러나 밤이 오고, 밤이 지나고, 아침의 하얀 빛이 내리는 동안에도, 무언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깊은 숲에서 무언가는 움직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는 나무들을 더듬으며 걸었고, 늘 새롭게 나무들과 부딪쳤다.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언가를 아프게 했다.
무언가는 언젠가 앞을 볼 수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망가진 눈의 안쪽에서 아침의 하얀 빛이 떠오를 때면 무언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눈이 처음부터 그랬다는 의심도 함께 있었다.
어느 날 무언가는 나무에 부딪쳤다. 나무는 백년을 자란 것처럼 높고 거대했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무들의 삐죽한 겉을 만져보고, 위치를 알아두고, 이해하려 해도, 무언가는 늘 알 수 없었다. 무언가는 나무들을 알 수 없었고, 무언가는 깊은 숲을 알 수 없었다. 무언가는 무엇도 알 수 없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무언가는 홀로 있었다.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언가를 가장 아프게 했다.
깊은 숲이 있었다. 그곳에 거대한 집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거대한 집은 없었다는 의심도 함께 있었다.
깊은 숲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거대한 집은 없었다. 무언가는 더 걷지 않았다. 그래서 나무들 또한 없었다. 밤이 오고, 밤이 지나고, 아침의 하얀 빛이 내리는 동안에도, 무언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는 알 수 없었다.
깊은 숲이 있었다.
그러나 숲은 비어 있었다. 그 가운데 무언가가 있었다.
아침의 하얀 빛은 웅크린 무언가 위로 내렸다. 무언가의 발자국에서 단 하나의 나무가 자랐다. 나무는 백년을 자란 것처럼 높고 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