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상대방이 듣고싶은 말인지 확인하기(2)
우리는 전 편에서 [U&A조사]의 개념과 구성방식, 구성요소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 ‘이것이 진정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지’를 찾아내는 절차를 가지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소비자의 혜택이 담긴 차별화된 컨셉을 제안하여 신사업/신제품의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이 ‘U&A(Usage&Attitude) 조사’이다. U&A조사란, 소비자가 원하고/듣고 싶고/필요로 하는 말(Un-met Needs)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방법이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행동과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U&A조사의 구성요소 3가지도 알아봤었는데, 첫번째는 목표로 하는 시장의 [사용자 프로필]이다. 이 항목을 통해 기업은 타겟으로 삼는 사용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의 관련 특성을 파악한다. 두번째는 [소비자 사용 행동과 태도]로, 우리 혹은 경쟁 제품과 관련한 소비자의 인식/수용도/경험율/경험&미경험 브랜드와 이유 등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핵심 ‘구매고려 요인(KBF / Key Buying Factor)’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파악하는 단계로써, U&A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세번째, [브랜드 관련 태도와 인식]이다. 이 파트에서는 보조/비보조 인지도, 선호도, 향후 구입의향, 충성도, 연상 이미지 등을 통해 소비자가 우리 혹은 경쟁 브랜드에 대해 가진 태도와 이미지를 분석하여 자사 브랜드의 위상이나 공략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조사의 정확한 목적과 전략적 가설을 수립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무작정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조사부터 하는 경우, 실제로 건질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으며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큰 리스크도 존재하니, 반드시 시장과 타겟에 대한 사전 조사를 거쳐 대략적인 가설을 수립하고 소비자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이번 편에서는 소비자의 혜택이 담긴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컨셉팅 과정]에서 진행하는 두번째 소비자 조사기법인 [컨셉조사]에 대해 알아보겠다.
[컨셉조사]란, 용어 그대로 제품의 핵심 컨셉이 어떤지 소비자에게 물어보는 조사이다. [U&A조사]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만드는 컨셉보드를 작성하기 전에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파악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컨셉조사]는 컨셉보드를 통해 내가 하고싶은 말이 상대방이 듣고 싶어했던 말과 일치하는지를 재차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통해 제품/서비스/브랜드를 육성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때로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회사의 존폐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U&A 조사를 통해 얻어낸 소비자 인사이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컨셉조사]를 통해 한번 더 검증하여 시장내 소비자들의 수용도와 가능성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다.
이제 [컨셉조사]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정보들을 알아보자. [컨셉조사]는 U&A조사와 마찬가지로 타겟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량적인 설문 방식’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실제로 타겟 시장의 다른 제품을 구매해봤거나, 향후 구매 가능성이 있는 표본을 추출하여, 최소 300여명 내외의 표본 크기를 기준으로 척도(일반적으로 5점 척도 활용) 중심의 정량적인 조사를 진행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최근에는 주로 모바일을 활용하여 온라인 상에 컨셉보드를 보여주고, 컨셉보드와 관련된 내용을 30문항 이내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조사 전문 업체를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조사기획 > 설문지 개발/작업 > 조사 실사 > 통계 테이블 > 보고서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약 1.5개월 내외가 소요된다. 조사비용에 여유가 없거나 신속한 제품 출시가 필요한 경우에는 U&A 조사내용까지 한번에 포함하여 보다 심플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자.
[컨셉조사]는 비교하고 싶은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크게 3가지 진행 방향으로 나뉜다. (1)우리의 신제품이 타겟 시장 전체에서 얼만큼의 시장 수용도와 경쟁력 및 가격 수용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때는 자사 컨셉만 단일 조사하고, (2)우리가 준비중인 여러 개의 신제품 컨셉 후보 중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컨셉이 어떤 것인지 선택하는 경우에는 자사의 컨셉 후보 내에서 비교조사를 실시한다. (3)시장에서 경쟁이 예상되는 타사의 제품이 있는 경우, 우리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떤 경쟁력/시장성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타사 컨셉과 비교 조사)할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컨셉조사에 활용되는 항목과 주요 아웃풋을 알아보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컨셉조사를 포함한 정량 조사를 해석하는 기준은 보통 [평균(Average)]과 [긍정비율(Top2)] 로 구분하는데, 경쟁환경과 매체/트렌드/마케팅환경의 변화에 따라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 또한 과거와 달라졌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아래의 그림을 보자. 왼쪽의 표는 10명을 대상으로 컨셉 A와 B의 구입의향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다. ([1점]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다. [2점]아마 사지 않을 것이다. [3점]살지 안 살지 모르겠다. [4점]아마 살 것이다. [5점]반드시 살 것이다.)
오른쪽 표를 보면 구매의향의 평균치는 컨셉A와 컨셉B 모두 3.4로 동일하여 둘 중 어떤 컨셉이 더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긍정응답비율 Top2(가장높은 점수인 5점과 4점을 선택한 응답자 수)는 컨셉B가 60%로 컨셉A의 30% 보다 두배 높다.
여기서 우리는 동일한 평균을 가진 컨셉이라 하더라도, 컨셉B가 훨씬 높은 소비자 수용도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3점을 선택한 부정/중립적인 응답자보다, 4~5점을 선택한 사람들이 실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제품에 경제적 효익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구매가능성을 가진 5점 응답자의 비중이 높을수록 더욱 확실한 우리의 소비자가 많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소비자의 수용도를 테스트할 때는 평균점수가 더 주요한 판단기준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평균점수가 3.6~3.8 이상이면 최소한의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제품 출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정보량의 확산으로 인해 소비자의 니즈는 더욱 까다롭게 세분화되었고, 경쟁 플레이어의 숫자도 증가하여 단순히 평균적인 수치는 예전만큼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이젠 평균치가 아니라, 실제 우리의 제품을 확실히 구매해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기가 되었다.
따라서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방식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기업들은 현재 평균치가 낮더라도 긍정 응답자의 비율이 높으면 시장성이 높다고 해석하게 되었고, 일반적으로 긍정응답 Top2의 비율이 60~65%을 넘는지를 기준으로 시장성 여부를 판단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컨셉조사를 통해 평가하는 주요 내용 4가지를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겠다.
[컨셉 선호도&구매의향]은 컨셉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출시하려고 하는 제품의 컨셉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시장가능성(Marketability)을 갖추는지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컨셉 선호도]는 컨셉보드에서 제안하는 메시지(내가 하고싶은 말)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지를 5점 척도로 확인하는데, [컨셉 선호도]외에 컨셉 만족도, 컨셉 호감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귀하께서는 방금 보신 A제품 설명문에 대해서 얼마나 호감이 가시나요? 혹은 마음에 드시나요?" 등의 질문을 사용한다.
[컨셉 구매의향]은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를 5점 척도로 확인하는데, 소비자가 제품을 위해 지불할 비용이 허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호도보다 점수가 다소 낮게 형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귀하께서는 방금 보신 A제품 설명문에 대해서 얼마나 구매할 의향이 있으시나요?" 등으로 질문한다.
이러한 지표들은 보통 가격과 브랜드를 모두 노출하지 않고 우리 제품의 '컨셉'자체를 평가하는 [Blind Test]와, 가격과 브랜드를 노출하고 종합적인 구매의향을 평가하는 [Branded Test]를 각각 질문하기도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파악해야 가격과 브랜드가 제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일반적으로 [선호도/구매의향]의 Top2 60~65% 정도를 소비자의 수용가능성(=시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판단하여 진행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이런 허들 포인트를 넘지 못하는 경우, 컨셉을 보완하여 재조사를 하거나 사업 진행여부를 Drop하기도 한다. 자사 컨셉 후보 내 선택 혹은 타사 경쟁 컨셉과 비교 조사를 했을 시에는, "귀하께서는 방금 보신 두개의 설명문 중에서 어떤 제품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활용한 상대평가 항목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 파트는 앞에서 조사한 소비자의 수용도(선호도&구매의향)의 긍정/부정 응답 원인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소비자가 우리 컨셉이 좋았던/싫었던 이유를 파악해 컨셉 방향을 수정하고 전략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귀하께서 방금 보신 A제품 설명문에 대해서 호감이 간다고(가지 않는다고) 응답하신 이유를 적어 주십시오." 등의 질문을 주관식 혹은 객관식으로 응답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제품에 대한 컨셉 중 소비자의 니즈가 크고 긍정 응답이 높은 자사의 강점은 최대한 부각시키고, 부정 응답이 높은 부분은 보완하거나, 다른 영역을 강조하는 등 전략방향 설정의 근거로 활용한다.
또한, 우리가 컨셉보드를 통해 소구하는 각각의 포인트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수용되며, 그 우선순위는 어떤지 확인하기도 한다. "방금 보여드린 제품 설명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문구는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을 통해 단수/복수 응답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컨셉보드에 표현하는 3~5가지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표기하여, 소비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우리가 생각한 것과 일치하는지 검증한다. 때로는 우리가 제시하는 우선순위와 소비자 수용도의 우선순위가 다른 경우도 발생하며, 이 역시 우리의 컨셉을 보완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앞에서 제품의 구매의도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았다면, 이젠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갖는 다른 여러가지 태도 관련 항목을 물어볼 차례다. "방금 보여드린 설명문이 얼마나 독특하다고 느끼시나요?"(독특성/차별화), "방금 보여드린 설명문이 얼마나 신뢰가 가시나요?"(신뢰도), "방금 보여드린 설명문의 내용들이 얼마나 잘 이해가 되시나요?"(이해용이성)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제품의 강점/약점을 다른 영역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파트는 제품 카테고리와 타겟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부가질문(자신에게 어울리는지, 기대되는 기능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추천하는지 등)도 가능하니 참고하자.
[가격수용도]는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물어보거나, 가격을 먼저 제시해 가격수용도를 확인하며 자사의 가격정책(Pricing) 전략에 활용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가격에 민감하거나 고관여 제품인 경우는 별도의 가격수용도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컨셉조사 내의 항목을 통해 소비자의 가격수용도를 함께 물어보는 경우도 자주 사용된다.
컨셉조사에서 [가격수용도]를 확인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가격을 먼저 제시하고 수용도를 물어보는지, 구매 가능한 가격을 소비자가 직접 답하게 하는지에 따라 분류하는데,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Monadic(단수의) Test]라고 하는 단항조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컨셉&브랜드와 함께 가격을 제시하고 구매의향을 5점 척도를 통해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앞서 얘기한 [Branded Test]가 이에 해당한다. 구매채널, 용량/포장/주원료 등의 제품 스펙과 판매가격(정상가, 할인가격)을 명시하고 구매의향과 구매/비구입 이유를 체크하면서 가격의 수용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방법은 [Open Line Pricing]이라고 하는 주관식 조사 기법으로, 소비자에게 “최소 얼마 / 최대 얼마의 금액까지 구입하시겠습니까?” 등의 문항을 통해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응답한 가격대에 따른 비율을 파악하여 적당한 가격 책정에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응답하는 가격의 분포는 일반적으로 계단식 분포를 띄는데, 보통은 다음 가격대로 가면서 급격하게 구매의향자가 떨어지는 Break Point(분기점)를 소비자의 구매 가격저항선으로 판단하여 정상가/할인가 설정에 활용한다.
컨셉조사 역시 U&A조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실제상황이 아닌, 작위적인 설문응답 상황에서 하는 조사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매의향 허들 포인트를 넘었다고 반드시 대박 나는 제품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못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는 제품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나, 경쟁재가 아닌 대체재와 싸움을 하는 시장인 경우에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컨셉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공급자(자사 직원/담당자/경영진 등)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가상의 소비자'에게 검증받는 목적으로 이 조사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이를 명확히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말(컨셉보드)이 그만큼 매력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 혹은 경쟁사 컨셉과 비교 테스트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일한 조건에서 정확한 기준에 따라 비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컨셉이 더 좋아 보이게끔 치우치게 만들면 안된다는 뜻이다.) 조사자의 개인적인 선호도나 의견에 의해 부당한 비교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하여 보다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기 바란다.